보통의 존재
이석원 지음 / 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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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누구나 특별하다.

그 점에서 모두 같다.

모두가 같다는 점에서 사람은 "보통의 존재"이다.

특별과 보통이 서로 반대말이지만..... (혹자는 보통의 반대말은 곱배기라고 할수도 있겠지만...)

모두가 특별한 상황이라면 애석하게도 모두가 보통이다.

 

자기 자신이 남보다 특별한 이유는 단지  자신에 대한 정보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라는 말이 너무 인지적이고 차갑다면, 기억 혹은 추억이라는 단어를 사용해도 된다.)

그에 반해서 남들은 다 비슷하다. 도저히 나 자신만큼 특별할 수는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특별함을 강조한다.

내 입장에서만 나를 보고 나의 특별함을 알아달라고 보챈다.

때로는 강조 그 이상이다.

악에 받쳐 왜 몰라주냐고 소리소리 지른다.

(서울특별시처럼...)

 

특별하기에 특별함을 강조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래서 이런 일반적인 사람들은 "보통의 존재"이다.

반면,

자신만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도 있다.

자신뿐이 아니라 남들도 각각 특별함을 아는 사람.

그래서 그 사람은 자신을 '보통의 존재'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 사람은 자신이 '보통의 존재'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보통 이상의 존재'가 된다.

자신이 '보통의 존재'라는 것을 알고 인정하는 사람은 매우 적기 때문에 그는 '특별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2009년 최고의 명반을 만든 사람이 있다.

언니네 이발관이라는 이상한 이름의 밴드.

그 밴드의 리더 이석원.

그가 만든 최고의 명반인 5집의 타이틀은 '가장 보통의 존재'.

그리고 이석원이 최근 펴 낸 산문집의 제목은 '보통의 존재'

'가장'이라는 강조의 부사를 뺀 것을 보면 이석원은 한단계 더 발전했다.

음반에서 애써 "보통의 존재"임을 강조했다면,

산문집에서는 이미 그 사실을 강조하는 단계를 넘어선 것이다.

 

처음 그의 책을 읽었을 때.

왜 이 사람은 이렇게 소소하고 사적인 자신의 이야기를... 부끄러운 부분까지 드러낼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내게는) 최고의 명반을 만든 사람이었기에 특별하기를 바랬던 것일까?

그런데 그는 그의 산문집에서....

자신과 자신의 삶이 일반인들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잘 드러내고 있었다.

 

똑같이 아프고, 고생스럽고, 수고스럽고, 번잡하고, 답답하고, 불안하고, 관계에 상처받고....

무엇을 진정으로 하고 싶은지 모르고, 알고도 하지 못하고, 그렇게 늙어가고, 때론 아프고, 죽고....

 

그는 자신의 존재가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간절하게도 나타낸다.

바로 그래서 그는, 그의 음악은, 그의 글들은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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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자로서 경험하는 이석원의 산문집보다 청자로서 경험하는 언니네 이발관의 음반이 훨씬 더 대단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석원의 글에서 느껴지는'진정성'의 힘은 놀라울 정도이다.

 

- 최근 몇 년 사이에 온통 노란 표지의 책을 세 권 읽었다.

 

엔도 슈샤쿠의 <침묵>

김규항의 <예수전>

이석원의 <보통의 존재>

 

세 권 모두 굉장히 뛰어난 책들이다.

내가 온통 노란 책에 주목하는 것은 너무 뻔한 '보통의 행동'인가?

 

- 이 책을 읽는 내내 감정이 고양되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 이 책을 읽고 블로그 blog.nver.com/eastdew 배경음악으로 언니네 이발관 5집 전곡을 걸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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