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어라운드 - 88만원 세대의 비상식적 사회 혁명론 2030 Passion Report 2
이승환 지음 / 라이온북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88만원 세대"

한 세대를 지칭하는 이 비극적인 작명은 이탈리아에서 수입되었다.

하나의 개념도 국경을 넘으며 환전이 되어 화폐단위가 바뀐 것이다.

이탈리아 젊은이들은 자신들을 "1000유로 세대"라 이름 지었던 것이 대한민국에서는 "88만원 세대"가 되었다.

88이라는 숫자는 서울에서 올림픽이 개최된 해였고, 담배이름에 도로이름이자,

새로이 20대로 편입되는 사람들이 태어난 해 등으로 익숙했기에 별다른 저항없이 익숙하게 머릿속에 각인되기에 이른다.

 

이 개념이 소개된 시기는 우석훈과 박권일이 "88만원 세대"라는 책을 펴 낸 2년 전이었다.

2년이 흐른 지금 20대들의 삶은 어떻게 변했는가? 조금이라도 나아졌을까? 아니면 더욱 악화되었을까?

우석훈은 "88만원 세대"의 속편으로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라는 책을 출간하였는데 불행히도 그 상황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은 모양이다.

새로운 책에서 주로 진(陣)을 짜는 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은 지금의 상황을 반증한다.

장사진이나 학익진과 같은 진이라는 것은 전투에서 개개인이 각개격파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같은 편이 힘을 합쳐 효율적으로 적군에게 대항하는 것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20대들은 비정규직으로 내몰리고, 정규직도 일방적으로 임금이 삭감되는데도 5%의 승자가 되겠다며 경쟁하는 상황이다.

95%가 좌절하는 구조에 대한 저항을 체계적으로 하려면 서로 힘을 합쳐 훌륭하게 진을 짜도 힘든데

그저 사분오열, 오합지졸, 지리멸렬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은 그들의 힘을 합쳐낼 구심점이 없기 때문이다.

구심점 역할을 하려다 불이익을 받을까 불안하고, 낙오자가 될까 걱정하다보니 힘을 모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이승환이라는 한 젊은이가 책을 한권 썼다.

"고 어라운드"

착륙을 시도하던 항공기가 위기에 맞닥뜨렸을 때 궤도를 수정하여 다시 날아오른다는 항공용어를 책의 제목으로 차용했다.

가라앉기만 하던 20대에게 뜨끔할만한 내용을 가진 책이다.

스물일곱 청년이 써내려간 이 암담한 시대에 대한 점검과 문제인식, 행동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제법 진중하고, 논리정연하기도 한 이 책의 진정한 미덕은 바로 용기이다.

기존의 구조에서 주류에 편입하기 위한 노력(예를 들어 spec 쌓는 일)이 가지고 있는 허구성을 드러내고,

순응주의, 귀속주의, 학력지상주의, 제도주의, 낙관주의, 냉소주의를 타파해야 할 문제임을 적시한다.

 

앞서 언급한 두 책에서는 모두 "혁명"을 논한다. 가죽을 뜻하는 革이라는 글자는 큰 변화를 뜻한다.

털이 부숭부숭했던 짐승의 피부를 여러 공정을 통해 맨질맨질한 가죽으로 바꾼다는데서 질적인 변화, 근본적인 변화의 뜻을 얻게 되었다.

겁에 질려 세대간 혹은 세대내 구성원들을 믿지 못하고, 경쟁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이 신자유주의 시대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명동 번화가에서 지하철 통로에서 어떤 이들이 피끓는 목소리로 "불신지옥"을 외치는 사람들을 본적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유일신을 믿지 않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위협소구의 마케팅 전략을 펴고 있는 것이지만,

서로 믿지 않으면 그 자체로 끔찍한 지옥이라는 뛰어난 통찰을 담고 있다. 내세까지 갈 필요없이 바로 지금 여기에서....

 

사회의 근본적인 지향점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철학을 바꾸기 위해서는 파편화된 개개인의 힘으로는 부족하다.

서로 연대해야 한다. 당사자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승환의 이 책이 그 촉매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끝없는 어둠 속의 20대!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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