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한상복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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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면 찾아오는 초등학생 조카들이 있다. 일요일이면 늦잠을 즐기며 여유있게 일어나고 싶은데, 녀석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무엇이 그리 신이 나는지 웃고 떠들고 난리들이다.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나느냐는 물음에 녀석들은 대답한다. ’재밌게 놀려구요~’ 다른건 없다. 오로지 재미가 아이들에게는 최고이자 최선인 것이다. 어느 시점부터인가 우리는 재미와는 다른 삶을 마주보며 걸어가고 있다. 내가 원하는 일, 재미있는 일이 아닌 생존을 위한, 가족의 생계를 위한, 미래를 위한... 이라는 이름하에 열심히, 분주하게 걷고 있는 것이다.

 

[배려]라는 작품으로 사람들을 가슴 따뜻하게 했던 한상복 작가의 새작품을 만난다. 이번 이야기는 바로 <재미>이다. 무엇때문에 우리는 인상 쓰고, 힘겨워하고, 다투며 살아갈까? ’재미’를 잃어버린 삶을 살아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놓치고 사는 것이 무엇이고,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달려가지만 무엇을 위해 숨가쁘게 달려가는지 몰랐던 우리에게 삶의 진정한 의미를 선사해준다. ’재미’를 찾아야 할 이유와 ’재미’를 위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과연 ’재미’는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켜 주는지... 작은 이야기들속에서 그 작지만 명쾌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21세기형 성공의 새로운 가늠자는 ’여유와 만끽’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가장 높은 부가가치가 여유와 만끽에서 창출될 것입니다. 재미가 가치를 창출하는 시대, 재미가 없다면 성공도 없습니다. 당신은 재미있는 사람입니까?’

 

누구나 성공을 원한다. 돈, 명예, 권력.... 이런 수많은 성공 가운데서 우리가 진정 누려야 할, 잡아야 할 성공의 조건은 무엇인가? 작가는 바로 ’창조’라고 말한다. 상상력이 최고의 경쟁력이 되는 21세기, ’여유와 만끽’속에서 바로 이런 경쟁력이 나온다고 말한다. 삶에서 재미를 찾는다면 세상 모든것이 다르게 보인다고 말한다. 다름을 인정하고, 재미를 추구하고, 선택하고, 작은 재미부터 소중히 하며, 재미있는 사람이 되기위해 노력한다면 당신은 이미 성공의 조건을 갖추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정말 그럴까? 작은 의문이든다. 무조건 땀흘리다 보면 성공하지 않을까? 아마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천재도 노력하는 사람을 이기지 못하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는 옛말이 있듯이 재미를 자신의 일상에 가까이 하는 사람, 자신의 일에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에게 앞설수는 없을 것같다. 21세기의 성공은 아마도 ’재미’와의 즐거운 동행이 아닐까 싶다.

 

재미는 잠겨 있는 무한 가능성을 여는 비밀의 열쇠이자, 세상을 앞으로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원이다. 세상 모든 새로운 것들이 재미에서 시작되었으니까, 재미는 창조의 출발점이어던 것이다.

 

엄마, 아빠, 그리고 아이의 서로 다른 힘겨운 삶의 이야기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은 각자의 블로그에 그들만의 생각을 기록한다. ’재미’는 그런 그들을 조금씩 변화시킨다. 아빠의 ’짜증만땅 블로그’는 어느새 ’재미있게 살자의 블로그’가 되어가고, 비공개글이 많았던 엄마의 ’매일매일 행복해의 블로그’는 조금씩 열린 마음, 진정한 행복으로 변화한다. 아이의 눈물새의 블로그는 마지막에 ’즐거운 새의 블로그’로 바뀌게 된다. 재미는 이렇게 개인 개인의, 한가족의 모든것을 송두리째 변화시킨다. 재미를 통해 진정한 행복과 잊고 지냈던 소중한 가족이란 이름을 되찾을 수 있는 것이다. 그속에 성공과 사랑, 그리고 행복이 있다.

 

21세기형 세가지 즐거움 ....  하나, 미쳐라.   두울, 당당하라.   세엣, 함께하라.

21세기형 인재의 키워드 ....  하나, 재미를 찾는 능력,   두울, 배려할 줄 아는 마음

 

재미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변화시킨다. 모습이 바뀌고 생활이 변하면 현재가 바뀌고 자연히 미래도 변화하게 된다. 이 책 <재미>속에서 찾을 수 있는 몇가지 키워드들이 있다. 물론 가장 먼저 ’재미’를 꼽을 수 있을테고, 그 다음으로 ’열정’과 ’배려’, 그리고 ’상상력과 창조’라고 말할 수 있겠다. 두손 가득히, 어떤 것을 향해 달리는 지도 모르고 무작정 내달리던 우리들에게 저자는 두손을 모두 내려놓고 재미를 들고 달리라고 말한다. 무작정 달리던 우리에게 가까운 이들에 대해 배려하고 소중히하라는 시선을 선물한다. 재미와의 동행을 통한 변화와 발전, 그것만큼 불황과 불확실성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또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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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내가 잊고 있던 단 한 사람
정채봉 지음 / 이미지앤노블(코리아하우스콘텐츠)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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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잠시 멈추어갈 시간이다. 두손 가득 무엇인가를 들고 내달리던 당신, 당신은 지금 어디로 달려가고 있는가? 당신의 목표, 당신이 도착하고 싶은 곳은 어디인가? 당신이 도착하고 싶은 목표가 혹시 행복이라면... 당신은 그렇게 먼길을 힘겹고 무서운 얼굴을 하고 달려가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 정채봉 시인이 떠나고 8년, 그는 우리가 잠시 잊고 지냈던 것들, 우리가 이 시간을 살아가면서 잊지 말아야 할것들, 꼭 기억해야할 것들이 무엇인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우리 모두에게 걸려있던 그 어떤 최면에서 잠시 깨어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한다.

 

<나, 내가 잊고 있던 단한 사람>의 정채봉이라는 이름은 낯설지만 [오세암] 이라는 에니메이션은 조금 낯익다. 그의 동화 속에는 어린아이들의 순수함이 있다. 단순히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가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순수에의 회귀가 그의 작품속에서는 종종 드러나는듯도 싶다. 밝고 맑고 즐거운 동화, 그런 이야기들이 이 책속에도 가득하다. 그 중에서도 이 작품은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무엇을 위해 그리 바삐 달려가는지 조심스레 되뭍는다. '나'를 잊고 또 다른 '무엇'인가를 위해 살아가는 수많은 이들의 최면을 풀어줄 그 이야기들과 만난다.

 

뭐가 좀 있다고 교만하지 마시오. 망원경으로 본 당신은 티끌 중의 티끌도 되지 못하오.

뭐가 좀 있다고 풀죽지 마시오. 현미경으로 본 당신은 엄청난 은하의 공동체이오.

 

21세기는 상실의 시대다. 혼란과 상실로 누구나 할 것 없이 갈길 잃은 이들이 무작정 앞만 보고 달려가는 그런 시간이다. <나, 내가 잊고 있던 단한 사람>은 그런 상실의 시대를 사는 이들에게 잠시 쉬어갈 여유가 되어준다. 그 시작은 [첫마음]으로 전해진다.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질 수 있도록 만드는 첫마음을 언제나 잊지 말라는 가르침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그 짧은 시간을 아끼라고 말한다. 형과 아우의 대화 [왜?] 속에서 '햇빛만 내리면 사막이 되고 만다'라는 말로 좋은 것만 찾는 우리의 세태를 단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날고 있는 새는 걱정할 틈이 없다]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면서 필요로 하는 것은 걱정과 두려움이 아니며 사랑과 행복이라는 사실도 일깨운다.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을 통해서 순수와 그리움을 선물해주고 [나는 누구인가]를 통해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할 일, 나를 알고 나를 깨닫는 일이 최우선임을 배우게된다. 재산과 친척, 선행이라는 세친구의 이야기속에서 진정으로 우리가 취해야 할 친구의 모습을 보게 되고, 우리가 쫓는 행복이 남이 보기에는 부스러기 같지만 잘 이으고 붙이면 큰 것 못지않은 행복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만든다.

 

잔잔하면서 동화같은 분위기의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바로 편안함이다. 이 작품을 읽고 무엇인가가 확~ 변화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지는 말길 바란다. 작가가 마지막 가는 길에 놓아둔 삶의 한적한 길을 따라 걷다보면 인생에서 우리가 놓치고 지내왔던 진정 소중한 가치들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밤하늘의 별을 세어본 기억이 있는가? 가끔 화창한 하늘의 구름을 넋놓고 바라볼 시간이 있는가? 쉴새 없이 달려가던 걸음을 멈추고 한적한 그늘 아래서 잠시 무거운 짐을 진 나를 내려놓고 걸어온 내 발걸음과 내가 잊고 있던 나 자신을 한번쯤 돌아보게하는 시간이 이 책속에 있다.

 

'자기를 알고자 할 때는 자기와 떨어져서 조용히 자기를 들여다봐야 합니다. 자신한테 너무 집착하거나 욕심이 생기면 물결이 흔들려서 자기의 모습은 온전히 비치지 않으니까요.'

 

순수함과 열정! <나, 내가 잊고 있던 단한 사람>속에서 느끼는 또하나의 가르침은 바로 이것이란 생각이든다. 첫마음과 같은 마음으로, 잊고 지냈던 나와 내 주변을 바라보고, 순수함과 열정을 통해 새롭게 나를 세우고 행복을 찾아가는 방법이 조용히 마음의 숲을 향해 손길을 내민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샘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라고 생텍쥐베리는 말했다. 지금까지 우리가 걸어온 길이, 우리의 모습이 사막과 같았다면 이 책과 만나고 난 이후 우리는 우리 안에, 우리의 곁에 있던 소중한 샘, 오아시스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내 안에 숨어있던 '샘' 을 찾는 일! 그것이 잊고 있던 나를 찾는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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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누주드, 열살 이혼녀>를 리뷰해주세요
나 누주드, 열살 이혼녀
누주드 무함마드 알리.델핀 미누이 지음, 문은실 옮김 / 바다출판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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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상은 몇몇 정치인, 뛰어난 권력가, 위대한 지도자에 의해서 변화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의 눈에 띄지도 않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누구나 그렇게 생각해왔던 것에 왜?라는 물음을 전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서 세상은 조금씩 변화한다. <나 누주드, 열살 이혼녀> 누주드의 이 기막히고 감동적인 이야기도 마찬가지이다. 열살 이혼녀! 라는 충격에 가까운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빈곤때문에. 혹은 관습적 전통으로 이어져온 결과물에 대한 적극적 변화의 시선을 이끈 이 작고 귀여운 소녀의 이야기가 예멘을 넘어 세상 많은 이들에게 관심과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바라는게 무엇이니?" 내 대답은 한치의 주저도 없이, 거침없이튀어 나왔습니다. "이혼이요!"

 

겨우 10살, 빈곤과 자국의 종교, 관습적 결과물로 만들어진 조혼 풍습을 가진 예멘이란 나라에서 누주드는 10살에 자기보다 3배나 많은 사람에게 결혼을 하게 된다. 11남매중 다섯번째 아이. 그녀의 엄마는 그들 이외에도 4명의 자식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누주드의 언니는 그런 엄마를 ’알 낳는 암탉’과 같다고 놀려댄다. 예멘을 비롯한 중동 국가들, 그리고 낙후된 아프리카 여러나라에서 아직도 조혼 풍습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물론 오래전 우리에게도 그런 풍습이 있기도 했지만... 아프리카 여성의 40% 정도가 열여덟살 이전에 결혼을 한다는 통계를 보고 있자면 여성들의 현실 참여의 어려움과 그들의 미래에 대한 우울한 그림자를 느낄 수 있을 정도이다.

 

누주드에게도 그런 어둠의 그림자가 자리한다. 그녀의 의지에 의하지 않은 결혼, 누주드는 이혼이라는 자유 의지에 의해 길고도 험난한 싸움이 시작된다. 어린 영웅 누주드는 하지만 외롭지 않다. 아브도 판사의 도움과 그녀를 딸과 같이 도와주는 인권 변호사 샤다 나세르에 의해서 결국 5000년 예멘 역사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게 된다. 남편의 성폭력과 구타로 두려움에 떨고, 샤라프(명예)라는 이름으로 위협을 가하던 가족들에게서 누주드는 진정한 자유와 평범한 소녀로서의 새로운 삶을 조금씩 이루어 내고만다.

 



 

 

내 히잡은 바람의 힘 때문에 벗겨져 버렸습니다. 나는 처음으로, 다시 쓰려고 바로 반사적으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머리칼이 어깨 위로 흘러넘치더니 바람결에 흩날렸습니다. 자유를 느꼈습니다. 자유!

 

우리에게 6월 오늘은 특별한 날로 기억될 것 같다. 단순히 새로운 화폐의 발행이 있던날이 아니라, 그 화폐속 주인공이 여성이라는 이유가 바로 그 특별함의 시작이 될 수 있기때문이다. 물론 그 주인공의 선발 과정에서 많은 우여곡절과 문제점도 지적되기는 했지만 그것을 차치하고서라도 아직까지도 가부장적인 성격이 강한 우리 문화속에서 가장 큰 단위 화폐속 모델이 여성이라는 점은 크게 시사할 만한 사실일것이다. 여성의 사회참여가 날로 늘고, 여성들의 활동이 단순한 영역을 넘어 사회 전분야로 확대되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도 여성들의 주요 역할중 하나는 육아와 가사에 많은 부분 비중을 찾이하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와 비슷한 역사적 시간을 가진 예멘이란 나라의 모습은 과거 우리의 모습을 보는듯 하다. 유교적 관습에 얽매여 얼굴을 내보이지도 못했던 조선시대, 조혼풍습과 자유의지가 아닌 정해진 삶을 살아가야 했던 그녀들의 모습이 예멘이란 나라를 통해 그대로 투영되는 듯하다. 누주드, 이 작은 꼬마 영웅이 보여준 자유의지야 말로, 그런 잘못된 종교적, 관습적 행태에 대해 반성하고 새롭게하는 계기를 마련한 또 하나의 기회인지도 모른다. 이제 11살의 누주드는 여성으로써 고통받고 억압된 삶을 살아가야 했던, 명예를 위해 희생 해야 했던 어린 여성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었다.

 

오늘 나는 마침내 다시 어린 소녀가 되었다는 기분이 듭니다. 평범한 어린 소녀, 전과 마찬가지로. 그저 그러게 평범한 어린 소녀로 말입니다.

 

순수하고 맑게 웃는 누주드의 모습이 감동적이다. 그녀는 그저 단순히 아이일 뿐이다. 누가 그런 그녀가 가진 권리와 자유를 빼앗을 수 있겠는가? 초콜릿을 좋아하고, 학교에 다니면서 아이들과 함께 놀기를 좋아하는 10살 소녀 누주드, 이 작은 영웅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의 아이들에게 불합리하고 억압하는 여러가지 요소들은 없을까 한번쯤 고민해보게 된다. 단순히 조혼이라는 것으로 빼앗는 자유만이 아니라 아이들이 그 나이에, 그 시기에 누려야 할 권리와 자유를 빼앗는것 또한 잘못된 일일 것이다. 우리 교육이 가진 문제점을 풀어가고, 아이들이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위험성을 조금씩 바꿔나가고 개혁하려는 노력도 이 작품을 통해 생각해보게 된다. 누주드, 어린 이 소녀가 언제나 맑고 밝은 웃음과 미소로 예멘에 새로운 빛을 떠올려 주기를 오래도록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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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오는 아프리카>를 리뷰해주세요.
눈 오는 아프리카
권리 지음 / 씨네21북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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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야마(夜馬) 고을주 선생의 임종. 그의 외아들 유석이 아버지의 죽음을 가장 먼저 발견한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남긴 15호 캔버스 하나. 유석은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채 실버 화이트 물감만 발려있는 그 작품을 보고 이상 야릇한 감정과 함께 아찔함을 느낀다. 텅 빈 캔버스, 유석은 아버지 야마의 이 마지막 작품의 제목을 <눈 오는 아프리카>라고 붙인다. 아버지의 죽음에 따른 충격일까? 유석은 이 작품을 최고의 걸작이라 말한다.

 

"어쩌면 우리가 슬플 때 우리를 가장 잘 위로해주는 것은 슬픈 책이고, 우리가 끌어안거나 사랑할 사람이 없을 때 차를 몰고 가야 할 곳은 외로운 휴게소인지도 모른다"

 

사실 <눈오는 아프리카>라는 제목을 듣고는 아프리카 여행을 담아낸 여행 에세이일 거라는 생각을 무작정 했었다. 하지만 책을 펼치자 소설이라는 이름이 붙은 조금은 특별하고 독특한 작품임을 알 수 있었다. 화가였던 아버지의 죽음과 그의 마지막 그림, 그리고 그 그림을 놓고 펼치는 유석과 쇼타의 기나긴 깨달음과 성장의 여정. 저자인 권리가 약 1년여에 걸쳐 직접 여행한 39개국의 모습이 고스란히 녹아든다. 미스터리의 형식을 취하기도 하고, 스무살 청년의 성장을 다루기도 하지만 <눈오는 아프리카>는 그저 단순한 여행 에세이 였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가끔? 들기도한다.

 

영국 런던을 시작으로 북아일랜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프랑스 파리, 이스라엘, 칠레 산티아고, 아르헨티나, 브라질, 에티오피아, 탄자니아, 인도... 수많은 이름의 여행지를 다녀서일까? 이야기는 공중에 매달린채 가느다란 선 위를 아찔하게 달릴 뿐이다. 원인이 불분명한 여행의 목적과 소설이 지녀야할 집중력을 잃어버린 작품은 그저 여러 나라를 달리고 보여주는데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등장인물들이 주고받는 이야기는 약간은 피상적이고 허황되게 느껴진다. 이런 이유들이 이 작품이 단순히 여행서이길 바라는 개인적인 바램인 것이다.



저자는 후기에세 몇년째 몸이 좋지 않았고 머리가 무거웠다고 말한다. 그리고 작품의 후기는 변명같아서 쓰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작가는 이미 그런 변명을 우리에게 구구절절은 아니지만 어쨌건 던져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혹시'로 변하기는 너무 힘겨워 보인다. '역시나' 로 마무리된듯한 <눈오는 아프리카>가 안타까운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단순히 머리를 맑고 상쾌하게 만들수 있는 가벼운 여행기였다면 이같은 실망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았을까.

 

'연기를 잘 한다는 것은 그것이 연기로 보이지 않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글을 잘 쓴다는 건 그것이 글로 보이지 않게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그림 역시 마찬가지란다. 그리면서 그림을 지우는 법을 모른다면 진정한 예술가라고 볼 수 없지.'

 

어찌되었건 <눈오는 아프리카>의 가장 커다란 흐름은 무엇인가를 찾아가는 유석과 쇼타의 방황이다. 최교수가 말한, 진정한 예술가의 길에서 볼 수 있듯이 그들이 떠났던 길은 그들이 지금까지 살아온 길에 대한 되돌아봄과 그들이 알지 못했던 미지의 세계, 시간에 대한 열정적 발걸음이었다. 그속에서 그들이 찾을 수 있고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권리라는 작가와 그의 전작에 대해서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하지만 안타깝다. 작가라는 이름으로 벌써 작가라는 이름에 어울릴 삶을, 생계를 위한 글을 그가 쓰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긴다. 얼마전 한상복 교수의 [재미]라는 작품을 만났다. 그 작품속에는 이런 말이 있다. '재미는 잠겨 있는 무한 가능성을 여는 비밀의 열쇠이자, 세상을 앞으로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원이다. 세상 모든 새로운 것들이 재미에서 시작되었으니까, 재미는 창조의 출발점이어던 것이다.' 창조가 바로 재미에서 나온다고 말이다. 재미를 잃어버린듯한 그의 이번 작품 <눈오는 아프리카>가 조금은 아쉬운 이유가 아마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하지만 그가 지닌 작품에 대한 열정과 여행에서 찾고자하는 수많은 도전에 대해서는 박수를 던지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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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돌보며>를 리뷰해주세요.


어머니를 돌아보며,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내가 우리 막내 차를 이렇게 다 타보네... ' 하시며 함께 가까운 병원에 가시던 엄마의 부드러운 미소가 떠오른다. 늦둥이로 태어나 뒤늦게 대학을 마치고 직장이란 곳을 다니며 처음으로 엄마를 차에 태워드렸던 날인것 같다. 그리고 얼마후, 갑작스럽게 쓰러지셨던 엄마는 7년이 아닌 7일 만에 하늘나라로 가버리시고 말았다. 누군가는 그랬다. 얼마나 감사하냐고! 남겨진 사람들 고생시키지 않으며 오실 때 그랬던것처럼 가실때도 조용히 우리 곁을 떠나신것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이고 감사하냐고 말이다. 물론 그때 그 당시에는 전혀 이해할 수도, 그럴 겨를도 없었다. 나에겐...

 

누군가에게 7년이 그랬다면 나에게는 그 7일이 그랬다. 새벽녘 뇌졸증으로 갑자기 쓰러지셨고 병원으로 옮기셨을때 까지만해도 '다행이다' 라는 말이 한숨처럼 흘러나왔다. 하지만 다행은 거기까지 였나보다. 일주일이란 시간이 그녀에게 주어졌으니 말이다. 아니 우리에게 주어졌으니 말이다. 왜 하필? 이라는 말이 입속에 맴돌고, 엄마라는 말이 영원한 그리움이 될 줄 그때 조차도 생각해낼 수 없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짧았던 7일이란 시간이 흘러갔다. 그리고 9년, 내겐 그렇게 아쉬움으로 그리움으로 그때 그 안타깝던 시간의 고스란히 남아있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기억인가? 이성적인 능력인가? 의지인가? 그 모든 것을 잃어버렸을 때 인간에게는 무엇이 남는가?'

 

<어머니를 돌보며>는 병에 걸린 어머니를 돌보는 딸이 써내려간 간병기록이다. 아니 단순히 병에 대한 기록을 넘어 7년이란 길고 험난한 시간을 의지하고 살아갈 수 있었던 철학적 물음과 내재적인 질문에 대한 답과 기록에 관한 글이다. 뇌졸증, 파킨슨병, 치매로 이어지는 병원과 요양원으로 이어지는 아픔의 기록들이 현실적 어려움과 갈등, 아픔으로 고스란히 자리한다. 가족중 누군가 아픈이가 있다면 그 가족 구성원 모두가 아프다. 마음이 아프고, 경제적, 정신적으로 아프다. 길어진 병은 가족 구성원 하나하나 까지도 아픔으로 전염시키고 만다. 이 책을 내려놓으며 그때 누군가 나에게 했던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냐하는 말에 고개가 조심스레 끄덕여 지기도 한다.



아프다는 것은 자기 자신의 의지와의 싸움이 될 것이고, 곁에 있는 사람들에겐 시간과의 사투가 될것이다. 병이 깊어지면 인간을 조금씩 잃어버리게 되고, 곁에 있는 사람은 인내를 배워가든 잃어가든 그런 시간의 연속이 될것이다. 맑은 날 태양이 반짝여도 전혀 행복하지 않고, 흐리고 비가오는날이면 더 기분이 어수선해진다. 폐허더미, 작가가 말한 그 시간을 표현한 말이 너무나 잘 어울리고 인상적이다.

 

죽음과 마주선 어머니의 모습, 그 시간을 담담히 지켜보고 손잡아 드린 나이 많은 딸이 써내려간 이 작품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세지는 무엇일까? 그건 아마도 죽음에 대한 걱정과 위로일 수도 있겠지만 삶이 주는 값진 시간을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가르침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의 죽음으로 겪어가고 느끼게되는 내부의 수많은 물음들에 답해가면서 삶과 죽음은 무엇이고, 인간은? 종교는 무엇인가... 하는 철학적 물음에까지 다가가는 이 간병노트는 짧은 눈물과 함께 깊은 반성, 그리고 다시 살아갈 우리의 시간을 떠올려준다.

 

무엇보다도 이 책이 불안을 줄여 주거나, 고통을 덜어 주지는 못한다 해도 마음을 단단히 먹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삶은 우리가 무엇을 하며 살아왔는가의 합계가 아니라, 절실히 원하는 희망의 합계다.' 추억의 시간속에서 엄마는 그렇게 웃고 계셨다. 조용히 말없으시고 수줍음 많으시던 나의 엄마를 기억한다. 사람은 신에게서 참 고마운 선물을 받았다. 바로 망각이라는 선물이다. 잊혀짐이 없었다면 아마도 엄마는 내 곁을 떠나시던 그 시간의 아픔 그대로 남아있을 것이 분명하다. 일부는 잊혀지고 행복이란 시간으로 감싸진 시간은 추억으로 되살아나는 소중한 선물이 바로 그것이다.

 

<어머니를 돌보며>속에서 나는 과거를 추억한다. 그리워하던 엄마의 손을 잠시 되잡아 볼 수 있었다. 마지막 손을 놓아주던 작가의 그 기나긴 시간을 통해 짧았지만 그토록 원하던 엄마의 손을 살포시 잡아본다. 아직도 엄마의 체온은 따뜻하다. 엄마와의 기나긴 작별인사를 통해 그녀가 하고자했던 말을 머릿속이 아닌 가슴속으로 되뇌여본다. 그리고 그때 엄마에게 말하지 못했던 그말을 조용하고 이야기 하고 싶다. '엄마 너무나 사랑합니다.' 이젠 조심스레 엄마의 따스한 손을 놓아본다. 그녀가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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