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내가 잊고 있던 단 한 사람
정채봉 지음 / 이미지앤노블(코리아하우스콘텐츠)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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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잠시 멈추어갈 시간이다. 두손 가득 무엇인가를 들고 내달리던 당신, 당신은 지금 어디로 달려가고 있는가? 당신의 목표, 당신이 도착하고 싶은 곳은 어디인가? 당신이 도착하고 싶은 목표가 혹시 행복이라면... 당신은 그렇게 먼길을 힘겹고 무서운 얼굴을 하고 달려가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 정채봉 시인이 떠나고 8년, 그는 우리가 잠시 잊고 지냈던 것들, 우리가 이 시간을 살아가면서 잊지 말아야 할것들, 꼭 기억해야할 것들이 무엇인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우리 모두에게 걸려있던 그 어떤 최면에서 잠시 깨어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한다.

 

<나, 내가 잊고 있던 단한 사람>의 정채봉이라는 이름은 낯설지만 [오세암] 이라는 에니메이션은 조금 낯익다. 그의 동화 속에는 어린아이들의 순수함이 있다. 단순히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가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순수에의 회귀가 그의 작품속에서는 종종 드러나는듯도 싶다. 밝고 맑고 즐거운 동화, 그런 이야기들이 이 책속에도 가득하다. 그 중에서도 이 작품은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무엇을 위해 그리 바삐 달려가는지 조심스레 되뭍는다. '나'를 잊고 또 다른 '무엇'인가를 위해 살아가는 수많은 이들의 최면을 풀어줄 그 이야기들과 만난다.

 

뭐가 좀 있다고 교만하지 마시오. 망원경으로 본 당신은 티끌 중의 티끌도 되지 못하오.

뭐가 좀 있다고 풀죽지 마시오. 현미경으로 본 당신은 엄청난 은하의 공동체이오.

 

21세기는 상실의 시대다. 혼란과 상실로 누구나 할 것 없이 갈길 잃은 이들이 무작정 앞만 보고 달려가는 그런 시간이다. <나, 내가 잊고 있던 단한 사람>은 그런 상실의 시대를 사는 이들에게 잠시 쉬어갈 여유가 되어준다. 그 시작은 [첫마음]으로 전해진다.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질 수 있도록 만드는 첫마음을 언제나 잊지 말라는 가르침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그 짧은 시간을 아끼라고 말한다. 형과 아우의 대화 [왜?] 속에서 '햇빛만 내리면 사막이 되고 만다'라는 말로 좋은 것만 찾는 우리의 세태를 단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날고 있는 새는 걱정할 틈이 없다]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면서 필요로 하는 것은 걱정과 두려움이 아니며 사랑과 행복이라는 사실도 일깨운다.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을 통해서 순수와 그리움을 선물해주고 [나는 누구인가]를 통해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할 일, 나를 알고 나를 깨닫는 일이 최우선임을 배우게된다. 재산과 친척, 선행이라는 세친구의 이야기속에서 진정으로 우리가 취해야 할 친구의 모습을 보게 되고, 우리가 쫓는 행복이 남이 보기에는 부스러기 같지만 잘 이으고 붙이면 큰 것 못지않은 행복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만든다.

 

잔잔하면서 동화같은 분위기의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바로 편안함이다. 이 작품을 읽고 무엇인가가 확~ 변화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지는 말길 바란다. 작가가 마지막 가는 길에 놓아둔 삶의 한적한 길을 따라 걷다보면 인생에서 우리가 놓치고 지내왔던 진정 소중한 가치들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밤하늘의 별을 세어본 기억이 있는가? 가끔 화창한 하늘의 구름을 넋놓고 바라볼 시간이 있는가? 쉴새 없이 달려가던 걸음을 멈추고 한적한 그늘 아래서 잠시 무거운 짐을 진 나를 내려놓고 걸어온 내 발걸음과 내가 잊고 있던 나 자신을 한번쯤 돌아보게하는 시간이 이 책속에 있다.

 

'자기를 알고자 할 때는 자기와 떨어져서 조용히 자기를 들여다봐야 합니다. 자신한테 너무 집착하거나 욕심이 생기면 물결이 흔들려서 자기의 모습은 온전히 비치지 않으니까요.'

 

순수함과 열정! <나, 내가 잊고 있던 단한 사람>속에서 느끼는 또하나의 가르침은 바로 이것이란 생각이든다. 첫마음과 같은 마음으로, 잊고 지냈던 나와 내 주변을 바라보고, 순수함과 열정을 통해 새롭게 나를 세우고 행복을 찾아가는 방법이 조용히 마음의 숲을 향해 손길을 내민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샘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라고 생텍쥐베리는 말했다. 지금까지 우리가 걸어온 길이, 우리의 모습이 사막과 같았다면 이 책과 만나고 난 이후 우리는 우리 안에, 우리의 곁에 있던 소중한 샘, 오아시스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내 안에 숨어있던 '샘' 을 찾는 일! 그것이 잊고 있던 나를 찾는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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