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누주드, 열살 이혼녀>를 리뷰해주세요
-
-
나 누주드, 열살 이혼녀
누주드 무함마드 알리.델핀 미누이 지음, 문은실 옮김 / 바다출판사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세상은 몇몇 정치인, 뛰어난 권력가, 위대한 지도자에 의해서 변화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의 눈에 띄지도 않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누구나 그렇게 생각해왔던 것에 왜?라는 물음을 전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서 세상은 조금씩 변화한다. <나 누주드, 열살 이혼녀> 누주드의 이 기막히고 감동적인 이야기도 마찬가지이다. 열살 이혼녀! 라는 충격에 가까운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빈곤때문에. 혹은 관습적 전통으로 이어져온 결과물에 대한 적극적 변화의 시선을 이끈 이 작고 귀여운 소녀의 이야기가 예멘을 넘어 세상 많은 이들에게 관심과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바라는게 무엇이니?" 내 대답은 한치의 주저도 없이, 거침없이튀어 나왔습니다. "이혼이요!"
겨우 10살, 빈곤과 자국의 종교, 관습적 결과물로 만들어진 조혼 풍습을 가진 예멘이란 나라에서 누주드는 10살에 자기보다 3배나 많은 사람에게 결혼을 하게 된다. 11남매중 다섯번째 아이. 그녀의 엄마는 그들 이외에도 4명의 자식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누주드의 언니는 그런 엄마를 ’알 낳는 암탉’과 같다고 놀려댄다. 예멘을 비롯한 중동 국가들, 그리고 낙후된 아프리카 여러나라에서 아직도 조혼 풍습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물론 오래전 우리에게도 그런 풍습이 있기도 했지만... 아프리카 여성의 40% 정도가 열여덟살 이전에 결혼을 한다는 통계를 보고 있자면 여성들의 현실 참여의 어려움과 그들의 미래에 대한 우울한 그림자를 느낄 수 있을 정도이다.
누주드에게도 그런 어둠의 그림자가 자리한다. 그녀의 의지에 의하지 않은 결혼, 누주드는 이혼이라는 자유 의지에 의해 길고도 험난한 싸움이 시작된다. 어린 영웅 누주드는 하지만 외롭지 않다. 아브도 판사의 도움과 그녀를 딸과 같이 도와주는 인권 변호사 샤다 나세르에 의해서 결국 5000년 예멘 역사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게 된다. 남편의 성폭력과 구타로 두려움에 떨고, 샤라프(명예)라는 이름으로 위협을 가하던 가족들에게서 누주드는 진정한 자유와 평범한 소녀로서의 새로운 삶을 조금씩 이루어 내고만다.
내 히잡은 바람의 힘 때문에 벗겨져 버렸습니다. 나는 처음으로, 다시 쓰려고 바로 반사적으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머리칼이 어깨 위로 흘러넘치더니 바람결에 흩날렸습니다. 자유를 느꼈습니다. 자유!
우리에게 6월 오늘은 특별한 날로 기억될 것 같다. 단순히 새로운 화폐의 발행이 있던날이 아니라, 그 화폐속 주인공이 여성이라는 이유가 바로 그 특별함의 시작이 될 수 있기때문이다. 물론 그 주인공의 선발 과정에서 많은 우여곡절과 문제점도 지적되기는 했지만 그것을 차치하고서라도 아직까지도 가부장적인 성격이 강한 우리 문화속에서 가장 큰 단위 화폐속 모델이 여성이라는 점은 크게 시사할 만한 사실일것이다. 여성의 사회참여가 날로 늘고, 여성들의 활동이 단순한 영역을 넘어 사회 전분야로 확대되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도 여성들의 주요 역할중 하나는 육아와 가사에 많은 부분 비중을 찾이하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와 비슷한 역사적 시간을 가진 예멘이란 나라의 모습은 과거 우리의 모습을 보는듯 하다. 유교적 관습에 얽매여 얼굴을 내보이지도 못했던 조선시대, 조혼풍습과 자유의지가 아닌 정해진 삶을 살아가야 했던 그녀들의 모습이 예멘이란 나라를 통해 그대로 투영되는 듯하다. 누주드, 이 작은 꼬마 영웅이 보여준 자유의지야 말로, 그런 잘못된 종교적, 관습적 행태에 대해 반성하고 새롭게하는 계기를 마련한 또 하나의 기회인지도 모른다. 이제 11살의 누주드는 여성으로써 고통받고 억압된 삶을 살아가야 했던, 명예를 위해 희생 해야 했던 어린 여성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었다.
오늘 나는 마침내 다시 어린 소녀가 되었다는 기분이 듭니다. 평범한 어린 소녀, 전과 마찬가지로. 그저 그러게 평범한 어린 소녀로 말입니다.
순수하고 맑게 웃는 누주드의 모습이 감동적이다. 그녀는 그저 단순히 아이일 뿐이다. 누가 그런 그녀가 가진 권리와 자유를 빼앗을 수 있겠는가? 초콜릿을 좋아하고, 학교에 다니면서 아이들과 함께 놀기를 좋아하는 10살 소녀 누주드, 이 작은 영웅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의 아이들에게 불합리하고 억압하는 여러가지 요소들은 없을까 한번쯤 고민해보게 된다. 단순히 조혼이라는 것으로 빼앗는 자유만이 아니라 아이들이 그 나이에, 그 시기에 누려야 할 권리와 자유를 빼앗는것 또한 잘못된 일일 것이다. 우리 교육이 가진 문제점을 풀어가고, 아이들이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위험성을 조금씩 바꿔나가고 개혁하려는 노력도 이 작품을 통해 생각해보게 된다. 누주드, 어린 이 소녀가 언제나 맑고 밝은 웃음과 미소로 예멘에 새로운 빛을 떠올려 주기를 오래도록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