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성술 살인사건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 / 검은숲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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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시작, 그리고 다시 전설을 만나다! 시마다 소지라는 이름에 설레고, <점성술 살인사건>이라는 이름에 다시 한번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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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네마의 신
하라다 마하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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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 여섯 살 딸아이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아빠, 언제와?' 우리는 주말부부다. 아니 주말 부녀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주말부녀다. '이제 두 밤 자면 아빠 가지! 왜?', '아니... 어린이집 가기 싫어서...' , 깜짝!! '왜? 힘들어?' 말을 들어보니 어린이 집에서 년말에 재롱잔치 준비가 한창인가보다. 매일매일 그것때문에 선생님한테 혼나구 그런가보다. 얼마나 힘들까? 잠깐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런걸 꼭 해야하나? 아이들에게 뭔 못할짓인지... '힘들어두 두 밤 자구 아빠랑 주말에 놀자! 자전거 타구, 시장놀이 하구' 요즘 딸아이가 가장 즐거워 하는 일이 놀이터 가서 자전거 타구, 집에 와서는 시장놀이 하는 거였다. '알았어 아빠, 사랑해요 안녕!' 조금 기분은 나아진듯, 하지만 여전히 힘이 없다.


모 예능 프로그램의 제목 같이, 세상의 모든 아빠는 아이들에게 언제나 슈퍼맨이다. 뭐든 다 할 수 있고, 뭐든 다 알고, 엄청나게 키도 크고 힘도 세고, 아이들에게 아빠란 존재는 그렇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그렇게 슈퍼맨이었던 아빠는 가진것 없고 힘없고 평범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발각된다. 친구들이 아빠보다 좋아지고 아빠와의 간격은 조금씩 조금씩 멀어져만 간다. 얼마전 끝난 '아빠를 부탁해!'란 프로그램을 보면서 나에게 도 곧 닥칠 우리 부녀의 모습을 잠깐 생각해보기도 했다. 자전거, 시장놀이로 연결된 지금의 아빠와 딸, 시간이 조금 흐른뒤 우리는 무엇으로 다시 연결될 수 있을까?


<키네마의 신>은 어쩌면 먼 훗날의 아빠와 딸, 그들의 연결고리가 된 '영화'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니 영화가 주인공이 아니라 '아빠와 딸', 가족이 주인공인 영화다. 도박병과 영화를 즐기는, 빚투성이로 점철된 철없는 노인 마루야마씨. 반면 그녀의 딸 아유미는 도쿄종합개발이라는 꽤 괜찮은 회사에서 과장으로 일하고 있다. 어느날 갑작스런 아버지의 심장수술이 있던날, 마침 그날은 그녀가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제출한 날이었다. 아버지의 수술과 함께 아버지가 일하던 관리인실에서 아버지일을 대신하게 된 아유미씨는 우연히 아버지의 관리인 일지를 보게된다. 영화의 감상노트와도 같은 그 일지를...


도박으로 빚투성이가 된 아버지와 하루 아침에 실업자가 되어버린 딸! 좋은 직장에 다니는 딸이 항상 자랑스러웠던 아버지, 하지만 딸은 도박에 멍든 아버지의 삶을 혐오한다. 하지만 이런 그들에게 예상치 못한 작은 연결 고리가 찾아온다. 그것은 바로 '영화' 였다. 아버지의 부탁으로 아버지의 단골 극장이었던 '데아트르 은막'과 아버지의 친구 데라신을 찾게 된 아유미는 '신시네마 천국'을 보게 되고, 아버지의 영화노트에 그 감상을 적는다.



 

 


우연찮은 이 행동이 그들의 삶을 180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된다. 아버지가 아유미의 글을 '에이유샤' 라는 영화잡지 블로그에 재미삼아 게재하면서 아유미,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까지 영화의 세계에 발은 내딛게 된 것이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일들이 그들의 앞에 벌어진다. 블로그 '키네마의 신'과 고짱, 그리고 '로즈버드'의 등장... 그들에게 벌어진, 이 믿을 수 없는 특별한 이야기들이 예상치못한 감동으로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두 가지가 바로 이 작품 <키네마의 신>에 담겨져 있다. 하나는 바로 이 책이라는 종이의 향기이고, 다른 하나는 작품의 소재인 '영화'이다. 아이를 키우는 지금도 아내와 가끔 극장을 찾는데, 과거 젊은 시절에는 하루에 두 세 편의 영화를 보기도 했을만큼 영화를 사랑했다. 요즘은 극장도 극장이지만 시간상 컴퓨터로 보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말이다. <키네마의 신>속에는 참 많은 영화들이 등장한다. 오랫만에 만난 반가운 친구처럼 제목만 나열된 이 작품들에 대한 향수가 느껴지기도 한다.


'볼 때마다 생각한다. 영화는 여행이라고.

시작과 함께 순식간에 보는 이를 다른 세계로 데려간다. 명화란 그런 게 아닐까. 그리고 엔딩 크레디트는 여행의 종착역. 방문한 곳을, 만난 사람들을 다시 떠오릴게 하는 회상의 장소다. 그러므로 길어도 괜찮다. 그만큼 푹, 추억 속에 잠길 수 있으므로.' - P. 005


영화를 여행에 비유한 이 말이 참 인상적이다. 젊은 시절에는 참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여행도 많이 다니고, 영화도 참 많이 봤었는데.... 이런 추억과 아쉬움속에 영화와 여행은 참 많이 닮아있다는 이 말에 공감!이 드리워진다. 그리고 두 단어속에는 추억이란 말도 함께 담겨져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알콩달콩 아버지와 딸이 그려내는 영화, Cinema 그리고 가족의 사랑과 조금 거창하게 말하자면 새로운 인간관계의 복원! 무엇보다 전혀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터져나온 '감동' 깊은 이야기들이 너무나 인상적인 작품이다.


300페이지 정도의 딱 정당한 크기에 담긴 이야기가 '감동'으로 다가온다. '구제불능 아버지와 직장에서 밀려난 백수 딸, 두 사람에게 영화처럼 찾아온 인연!' 이런 평범하기 짝이 없는 책 소개와는 비할 바 없는 특별하고 진한 감동이 책을 내려놓으며 독자들의 가슴을 울릴것이다. 아버지와 딸, 가족이라는 소재가 던지는 감동과 더불어, 이 시대의 배경이 되는 시기의 고민이었을 복합상영관과 작은 극장 사이의 사회적 갈등이 그려지기도 한다. 에이유샤 편집장의 아들 교타, 은둔형 외톨이인 그를 사회로, 사람들 속으로 다시금 불러낸 것 역시 너무나 감동적이다. 평범한듯 전혀 평범하지 않은 특별한 감동이 영화의 재미와 함께 책의 향기를 더욱 진하게 피어오르게 만든다. <키네마의 신>이라 쓰고 <감동>이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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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 서울여행 - 서울에서 꼭 가봐야 할 223곳! 코스 가이드
유철상 글.사진 / 상상출판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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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지난 황금 연휴의 후유증이 몸 한 구석을 간지럽히고 있다. 가정의 달이라는 오월! 가장 손 꼽을 수 있는 날인 어린이 날부터 어버이날, 스승의 날과 근로자의 날, 그리고 이번에는 석가탄신일까지 겹쳐 가족들에게 특별하지 않을 수 없는 즐거운 휴일이 되었을 것이다. 물론 주말 부부인 우리 가족들도 마찬가지 이지만... 다만 아직 우리집에 구성원들의 연령이 낮기 때문에 집을 떠나 조금은 먼 여행을 나서기는 다소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평소에도 우리 가족들은 근거리 여행을 즐겨 하곤 한다. ^^

 

아빠가 요즘 쬐끔 바쁜 관계로... 가장 최근에 다녀온 외출?이 서울 전철 여행이었다. 경복궁과 광화문 광장을 다녀오는 아주 소박한 코스라고나 할까? ^^ 어쨌거나 집을 떠나 멀리 여행하기 버거운 우리 가족들에게 서울과 그 근교 여행은 꽤나 매력적인 여행 코스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말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드는 책 한 권과 마주하게 되었다. 그 주인공은... 뚜둥~~~ <주말엔 서울여행>이라는 조금은 두툼한 책이다. 베스트셀러 여행작가 유철상이 소개하는 서울 여행 가이드북! 이거 꽤 끌리는데.... ^^ 

 

 

 서울 여행 223곳! 코스가이드! 표지에도 선명하게 새겨진 이 특별한 여행 이야기, 서울 혹은 그 근교에 사는 이들이라면 귀와 눈이 솔깃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서울의 축제와 실속 여행 코스, 궁궐과 도심을 아우르고 서부, 동부, 강남과 서울 근교를 아우르는... 꼭 가봐야 할 서울의 구석구석이 이 책 한 권속에 모두 담겨진다. 223곳! 난 이 많은 장소들중에서 얼마나 그곳을 알고 가보고 즐거움을 느껴봤을까? 문득 생각해보게 된다. 익숙한 지명들도 많지만 나의 발자욱이 남겨진 곳을 따지라면... 손가락을 그리 많이 꼽을 수 있지 않을 것 같기도...

 

 

 

 

가장 먼저 선보이는 서울의 여행지는 바로 인사동과 남대문, 명동으로 시작한다. 'HOT PLACES IN SEOUL' 이라는 제목으로 한번쯤은 가봤을만한, 혹은 외국인들에게도 익숙할법한 지명들이 엿보인다. 쇼핑을 위한 팁들, 볼거리와 가볼만한 공연 혹은 먹거리까지... 마지막에는 관광안내센터에 대한 설명까지 섬세하고 꼼꼼하게 담아놓고 있다. 낯선 곳에서 느낄 어색함과 궁금함, 외로움까지 오감을 달래줄 특별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사실 서울 근교에 살면서도 이 책속에서 가장 먼저 소개하는 장소, 핫 플레이스 12곳중 하나하나 꼽지는 않겠지만... 창피해서... 5곳 정도를 가보지 못했다. 에구 에구... 그러니 핫 플레이스 이외의 장소까지 합해 223곳중 몇 곳 정도를 다녀보았을지는 뻔해보인다. <주말엔 서울여행>의 또 다른 특징은 여행코스를 중심으로 한 소개를 벗어나 봐야할 특별한 공연 혹은 문화에 대한 소개가 돋보인다. '종묘 제례악'이 라던지, '서울놀이마당' 공연 혹은 '홍대 프리마켓' 처럼 독특한 우리만의 문화와 예술을 직접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기에 특별함이 느껴진다. 

 

 

 

 

 최근에 천사의 섬 신안 임자도라는 곳에 다녀왔다. 물론 놀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업무차... ㅠ.ㅠ 임자도는 봄철 튤립 축제로 유명한데... 내국인은 물론이고 외국인들도 꽤 눈에 띄기도 했다. 요즘은 어디를 가던지 외국인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물론 서울이라는 공간은 두말 할 필요도 없을것이다. <주말엔 서울여행>은 우리들의 즐거운 가족여행을 위한 멋진 가이드 북이기도 하면서 이런 외국인 친구들을 위해서도 꽤 유익한 책이란 생각이든다.

 

익히 알고 있는 익숙한 장소들은 물론이고, 낯선 이름으로 다가오는 색다른 장소로 우리를 유혹하기 때문이다. 김치박물관, 경동시장처럼 한국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장소에서부터 수연산방이나 아름다운 차 박물관과 같이 한국의 여유를 새삼 느끼게 해줄 특별한 장소들이 있다. 궁궐 여행으로 과거의 대한민국을 만나는가 하면, 홍대나 명동, 코엑스와 타임스케어에서 변화하고 발전된 우리의 모습을 그들에게 자랑할 수 있지 않을까? 

 

 

 

아내와 만나 처음으로 떠났던 여행지가 바로 남이섬 이었다. 친구 녀석이 근무했던 곳이기도 해서 자주 놀러갔던 서울 대공원과 서울랜드도 이 책속에 담겨져 있다. 예술의 전당에서 즐겨 보던 뮤지컬도, 서울 광장 잔디밭을 아이들과 함께 걷던 기억도 이 속에 담겨진다. 큰 아이를 임신하고 약간은 쌀쌀할때 찾았던 청계천 등불 축제를 이제는 두 아이들과 함께 걸을 수 있을것이다. 아름다운 경복궁, 새롭게 우리를 찾아온 숭례문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주어야 할까?

 

주말 부부라는 특수성 때문에 특별한 주말을 꿈꾸던 우리 가족에게 <주말엔 서울여행>는 정말 특별한 선물이 아닐 수 없다. 223곳, 그 특별한 즐거움을 이제는 둘이 아닌 넷, 그리고 친구와 또 다른 가족들과 함께 나누어야 할 것 같다. 다만 서울 근교에 대한 부분들이 조금 더 책에 소개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든다. 물론 다음 이야기로 '주말N 서울근교 여행'을 기대해 볼 수도 있겠지만....  가까우면서도 잘 몰라 찾지 못했던 서울의 특별한 이야기, 이제 그 못다한 이야기를 함께 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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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계 재판 - 사람이 아닌 자의 이야기 다카기 아키미쓰 걸작선 2
다카기 아키미쓰 지음, 김선영 옮김 / 검은숲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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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부터 올 봄까지, 법정을 다룬 영화와 소설 작품들을 한 편씩 만나볼 수 있었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님과 관련한 부림사건을 소재로 했던 영화 '변호인', 그리고 일본에 배심원제가 도입되었다는 가정하에 '인공누명계획'이란 독특한 소재를 법정으로 옮긴 소설 '열세번째 배심원' 까지... 이 두 작품 모두 법정이라는 색다르고 관심가는 공간적 배경과, 배심제와 그 특수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치밀하고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들로 관객과 독자들로 부터 커다란 사랑을 받았고, 개인적으로도 참 즐겁게 만날 수 있었던 작품들이다.

 

'고백하건대, 나는 일본 미스터리에 뿌리 깊은 부러움과 경쟁심을 동시에 갖고 있다. 허술한 작품을 읽으면 안심이 되고, 대단한 작품을 접하면 긴장하고 마음이 불만스러워진다.' - 추리작가 도진기

 

그리고 이렇게 또 다른 법정 미스터리를 만나게 된다. 다카기 아키미쓰의 <파계재판>이 그 주인공이다. '사람이 아닌 자의 이야기'라는 부제를 단, 인상적인 표지를 장착?한 이 작품 역시 관심이 간다. 추리작가이자 현직 판사이기도 한 도진기는 이 작품에 대해 위에서 말한것처럼 이야기한다. 사실 도진기 작가 뿐만 아니라 국내 미스터리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이와 비슷한 감정들을 느껴보기도 했을것이다. 그것이 부러움이든 경쟁심이든, 일본 미스터리에 대한 다양성과 작가들의 열정에는 박수가 절로 드리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번에 만났던 '열세번째 배심원'의 실질적인 주인공이 '배심원'이라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 그렇게 법정을 생생하고 사실감 있게 그려냈던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하지만 <파계재판>은 어쩌면 조금은 더 파격적이다. 작품의 대부분, 90퍼센트 이상이 법정 안에서의 진술과 대립, 증언과 반론으로 짜임새 있게 들어차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일본내에서도 독특한 법정 미스터리물로 알려져 있으며 작가 다카기 아키미쓰 자신도 일종의 실험적인 소설이라고 말하고 있을 정도이다. 법정의 방청객의 된 듯, 그들의 사건 속에 빠져든다.

 

'살인, 사체유기' ...

도쿄 지방법원 형사 제30호 법정에서는 은퇴한 신극배우 무라타 가즈히코에 대한 파계재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도요 신문 법정기자로 활동하는 요네다 도모이치 기자의 시선으로 이들의 사건은 진행된다. 신극 배우에서 은퇴한 무라타는 내연녀와 그녀의 남편을 죽이고 사체를 유기한 혐으로 법정에 서게된것이다. 검찰의 집요한 추궁과 증인 심문으로 위기에 몰린 무라타, 하지만 이 법정과 재판의 주인공은 피고인 무라타가 아닌 그의 변호사 햐쿠타니 센이치로 였다. 그리고 그에게는 보이지 않는 조력자인 그녀의 부인 아키코가 있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이 작품의 대부분은 법정이라는 현장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범인으로 지목된 무라타에 대한 증인의 증언과 그에 대한 검사와 변호사의 심문과정이 주된 그림이다. 히데유키 검사는 집요하게 무라타의 과거 행적을 파헤치고, 그가 극단의 돈을 횡령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게 된다. 사람을 죽였고 과거 돈을 횡령했던 무라타는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구렁텅이에 발을 내딛게 되지만 햐쿠타니 변호사의 치밀한 준비를 통해 그에 대한 오해를 풀고 진실을 밝혀내게 된다.
 
'열세번째 배심원'에서 변호사 모리에 슌사쿠는 이렇게 말했었다. '내 의뢰인은 언제나 결백하다 ..... 그렇게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리에 슌사쿠가 그랬던것 처럼 햐쿠타니 센이치로 역시 그의 의뢰인에 대한 믿음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법정 미스터리라는 독특한 배경에 대한 관심은 작가가 치밀하고 꼼꼼하게 준비해놓은 전문적인 지식들에 빠져들들 몰입하게 만든다. 다카기 아키미쓰 자신이 공학부를 졸업한 경력과는 전혀 무관한 재판 현장의 생생한 모습들을 써내려갔기에, 이 작품에 대한 그의 열정과 노력이 어느정도 였을지 감히 기대하기도 쉽지 않아보인다.
 
단순히 하나의 사건에 머무르지 않고 피고와 관련된 과거의 행적들도 드러난다. 또 그 행동들에 대한 다양한 내적 갈등이나 사회적 모순에 대한 토로와 외침이 이 법정 안에서 들려오는 듯도하다. 이 작품이 1961년도에 출간되었던 작품이라는데 다시한번 놀라게 된다. 박진감 넘치는 법정 분위기는 독자들을 배심원이라도 된듯 재판에 빠져들게 만들고, 반전에 반전을 더하는 증언과 심문에 두 귀를 내어놓게 된다. 마지막 햐쿠타니 변호사가 보여주는 극적인 반전은 특별한 감동까지 전해준다.  
 
'가드너의 법정소설은 거의 대부분, 전반이 사건 자체의 기술이고 법정 장면은 그 후반 클라이맥스에서 묘사된다. 이것이 법정추리소설의 정석임은 분명하지만 나는 이 작품에서 굳이 그 정석을 깨뜨려보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일종의 실험소설이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 다카기 야키미쓰
 
독특하고 실험적인 법정 미스터리 <파계재판>의 전작은 사실 일본의 3대 명탐정중 하나로 불리는 탐정 가미즈 교스케가 등장하는 단편 형태였다고 한다. 너무나도 익숙한 이름, 그리고 그들의 대표적인 가상의 탐정들이 있다. 에도가와 란포의 아케치 고고로,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고스케, 그리고 그들과 함께 일본 미스터리의 부흥을 이끌어낸 다카기 아키미쓰의 가미즈 교스케! 이제 처음으로 아키미쓰 가미즈의 작품과 마주했지만 이미 국내에도 출간된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를 비롯한 그의 다른 작품들과의 조우도 너무나 기대된다. 색다르고 특별한 법정 미스터리 한 편이 벚꽃 흩날리는 봄바람처럼 가슴 설레임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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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야
와루 글.그림 / 걸리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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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마을에 한 어머니와 그의 예쁜 딸이 살고 있었어. ... 어머니는 자신의 딸이 더 아름다워 질 수 있는 곳을 찾아 먼 길을 떠나셨어. 그러데 어머니는 그 곳을 못 찾으셨는지 돌아오지 않으셨어. ... 그런데 말이야 그 마을에는 그걸 지켜보던 다른 엄마가 있었어. ... 그 다른 엄마는 그 아름다운 숙녀와 함께 하고 싶대.' - 본문 중에서

 

와루라는 작가를 만난게 '스마일 브러시 오래된 사진'이란 작품을 통해서니까 벌써 3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자기 자신의 모습인양 단발머리 소년? 아니 청년인 주인공 와루와 함께 떠나는 사진속 추억 여행 같았던 이 책은 너무나 인상적으로 머릿속을 가득채웠었다. 짧은 이야기들속에서 과거를 추억하고 감동하고 이야기 할 수 있었던, 이 작가 참 감성적이다! 라는 느낌이 아직도 새롭다. 그리고 조금도 더 커버리지 않은, 순수한 모습의 와루를 다시금 만난다.

 

요양차 한 시골마을을 찾은 와루와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소나기야>의 전반적인 스토리이다. 책의 표지를 가득채운 캐릭터들, 역시 와루의 모습이 가장 익숙하고 인상적이다. 그리고 한명 한명 자신만의 숨겨진 이야기를 간직한 이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다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가장 먼저 만난 사람은 헝크러진 머리에 한복을 입은, 약간은 스산한 느낌의 아가씨 유진이다. 강물에 떠내려온 시체라는 오해로 시작한 만남이었지만 마을 사람들이 그녀를 대하는게 영~ 이상함을 눈치채는데는 그리 어려움이 없다. 그녀에게는 어떤 비밀이 있는걸까?

 

마을에 도착한 낯선 외지인 와루에게 가장 먼저 관심을 보인 것은 다름 아닌 학교 가기 싫어하는 꼬맹이 초딩 영석이다. 그녀석을 통해 온몸에 문신 투성이인 구멍가게 주인과의 만남도 시작되고, 그를 찾아 헤메는 육상 선수 출신인 영석이 담임 여선생님과 그런 선생님을 짝사랑하는 모태솔로 주명씨도 알게 된다. 흰둥이인지 예쁘게 생긴 강아지에게 매번 돌팔매질을 하는 욕쟁이 할아버지, 공익 근무 중인 한류스타 종훈씨의 모습도 깨알같은 재미를 전해준다.

 

 

 

'내일 여행을 떠납니다... 하지만 놀러 는 것은 아닙니다...'

 

그중에서 가장 커다란 축을 이루는 스토리는 이상한 모습으로 음산하게 마을 주변을 떠도는 유진이의 이야기다. 신내림이라고 해야할까 어린 시절부터 조금은 이상한 모습 때문에 유진의 엄마 은지씨는 어린 유진을 데리고 이 마을로 오게 되었고, 그런 은지씨를 사랑한 가람씨가 있었다. 은지는 어린 유진만을 남기고 죽게 되고 고아원으로 보내졌던 유진이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후 다시 마을로 되도아온다. 마을로 돌아왔지만 유진은 마을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괴이한 행동을 일삼게 된다. 유진이 어린시절 했다는 3가지 예언, 그리고 유진의 이상한 행동들의 의도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마을 구성원들 하나하나가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슴속에 품고 있다. 마을 이장 재오씨와 외국인 아내 수잔 그리고 멜리사. 욕쟁이 할아버지와 멍멍이는 또 어떤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고, 영석이 담임 선생님과 모태솔로 주명씨의 짝사랑은 이뤄질 수 있을까? 요양차 마을을 찾은 상처받았던 영혼 와루와 역시 과거의 상처들로 아픈 추억들을 간직한 마을 사람들사이에 서로 어루만지고 토닥이는 따스한 이야기를 만나면서 가슴 한편이 뭉클해짐을 느낀다.

 

3년전 짧은 웹툰 속에서 느꼈던 감동은 이제 어느새 조금은 더 커져버린 이야기를 통해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간직한 마음의 상처들, 그 상처를 어루만지는 주변 이웃들의 이야기를 통해 요즘 대세를 이루는 '힐링' 이라는 단어를 실감케 된다. '26년', '이웃사람' 등 영화나 드라마 등 영상을 통해 새롭게 선보이는 웹툰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 작품 역시 영화와 에니메이션으로의 제작이 결정되었다고 하니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다. 와루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김수현? 아니면....

 

간결하면서도 깔끔한 일러스트, 어떻게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저 짧은 컷에 담아낼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구성이 돋보인다. 하나하나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생동감 넘치는 매력적인 캐릭터들 역시 이 작품을 빛나게 만든다. 와루의 그리 길지 않은 여행을 통해 그를 지켜보는 많은 이들의 가슴이 따스해졌을 것이다. 흰둥이 원식이를 안고 돌아오는 와루에게 또 어떤 일들이 이어질지 앞으로의 이야기들도 기대해본다. 아픈 상처를 씻어내는 소나기처럼, 오늘 우리 마을에도 비가 내린다. 너무나 가슴 따스한 이야기, 고마워 와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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