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돌보며>를 리뷰해주세요.


어머니를 돌아보며,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내가 우리 막내 차를 이렇게 다 타보네... ' 하시며 함께 가까운 병원에 가시던 엄마의 부드러운 미소가 떠오른다. 늦둥이로 태어나 뒤늦게 대학을 마치고 직장이란 곳을 다니며 처음으로 엄마를 차에 태워드렸던 날인것 같다. 그리고 얼마후, 갑작스럽게 쓰러지셨던 엄마는 7년이 아닌 7일 만에 하늘나라로 가버리시고 말았다. 누군가는 그랬다. 얼마나 감사하냐고! 남겨진 사람들 고생시키지 않으며 오실 때 그랬던것처럼 가실때도 조용히 우리 곁을 떠나신것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이고 감사하냐고 말이다. 물론 그때 그 당시에는 전혀 이해할 수도, 그럴 겨를도 없었다. 나에겐...

 

누군가에게 7년이 그랬다면 나에게는 그 7일이 그랬다. 새벽녘 뇌졸증으로 갑자기 쓰러지셨고 병원으로 옮기셨을때 까지만해도 '다행이다' 라는 말이 한숨처럼 흘러나왔다. 하지만 다행은 거기까지 였나보다. 일주일이란 시간이 그녀에게 주어졌으니 말이다. 아니 우리에게 주어졌으니 말이다. 왜 하필? 이라는 말이 입속에 맴돌고, 엄마라는 말이 영원한 그리움이 될 줄 그때 조차도 생각해낼 수 없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짧았던 7일이란 시간이 흘러갔다. 그리고 9년, 내겐 그렇게 아쉬움으로 그리움으로 그때 그 안타깝던 시간의 고스란히 남아있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기억인가? 이성적인 능력인가? 의지인가? 그 모든 것을 잃어버렸을 때 인간에게는 무엇이 남는가?'

 

<어머니를 돌보며>는 병에 걸린 어머니를 돌보는 딸이 써내려간 간병기록이다. 아니 단순히 병에 대한 기록을 넘어 7년이란 길고 험난한 시간을 의지하고 살아갈 수 있었던 철학적 물음과 내재적인 질문에 대한 답과 기록에 관한 글이다. 뇌졸증, 파킨슨병, 치매로 이어지는 병원과 요양원으로 이어지는 아픔의 기록들이 현실적 어려움과 갈등, 아픔으로 고스란히 자리한다. 가족중 누군가 아픈이가 있다면 그 가족 구성원 모두가 아프다. 마음이 아프고, 경제적, 정신적으로 아프다. 길어진 병은 가족 구성원 하나하나 까지도 아픔으로 전염시키고 만다. 이 책을 내려놓으며 그때 누군가 나에게 했던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냐하는 말에 고개가 조심스레 끄덕여 지기도 한다.



아프다는 것은 자기 자신의 의지와의 싸움이 될 것이고, 곁에 있는 사람들에겐 시간과의 사투가 될것이다. 병이 깊어지면 인간을 조금씩 잃어버리게 되고, 곁에 있는 사람은 인내를 배워가든 잃어가든 그런 시간의 연속이 될것이다. 맑은 날 태양이 반짝여도 전혀 행복하지 않고, 흐리고 비가오는날이면 더 기분이 어수선해진다. 폐허더미, 작가가 말한 그 시간을 표현한 말이 너무나 잘 어울리고 인상적이다.

 

죽음과 마주선 어머니의 모습, 그 시간을 담담히 지켜보고 손잡아 드린 나이 많은 딸이 써내려간 이 작품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세지는 무엇일까? 그건 아마도 죽음에 대한 걱정과 위로일 수도 있겠지만 삶이 주는 값진 시간을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가르침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의 죽음으로 겪어가고 느끼게되는 내부의 수많은 물음들에 답해가면서 삶과 죽음은 무엇이고, 인간은? 종교는 무엇인가... 하는 철학적 물음에까지 다가가는 이 간병노트는 짧은 눈물과 함께 깊은 반성, 그리고 다시 살아갈 우리의 시간을 떠올려준다.

 

무엇보다도 이 책이 불안을 줄여 주거나, 고통을 덜어 주지는 못한다 해도 마음을 단단히 먹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삶은 우리가 무엇을 하며 살아왔는가의 합계가 아니라, 절실히 원하는 희망의 합계다.' 추억의 시간속에서 엄마는 그렇게 웃고 계셨다. 조용히 말없으시고 수줍음 많으시던 나의 엄마를 기억한다. 사람은 신에게서 참 고마운 선물을 받았다. 바로 망각이라는 선물이다. 잊혀짐이 없었다면 아마도 엄마는 내 곁을 떠나시던 그 시간의 아픔 그대로 남아있을 것이 분명하다. 일부는 잊혀지고 행복이란 시간으로 감싸진 시간은 추억으로 되살아나는 소중한 선물이 바로 그것이다.

 

<어머니를 돌보며>속에서 나는 과거를 추억한다. 그리워하던 엄마의 손을 잠시 되잡아 볼 수 있었다. 마지막 손을 놓아주던 작가의 그 기나긴 시간을 통해 짧았지만 그토록 원하던 엄마의 손을 살포시 잡아본다. 아직도 엄마의 체온은 따뜻하다. 엄마와의 기나긴 작별인사를 통해 그녀가 하고자했던 말을 머릿속이 아닌 가슴속으로 되뇌여본다. 그리고 그때 엄마에게 말하지 못했던 그말을 조용하고 이야기 하고 싶다. '엄마 너무나 사랑합니다.' 이젠 조심스레 엄마의 따스한 손을 놓아본다. 그녀가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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