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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앤드 커맨더 1 ㅣ 오브리-머투린 시리즈 1
패트릭 오브라이언 지음, 이원경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얼마전 부산 국제 관함식을 통해 국내 첫 이지스함이자 최신예 전투함인 세종대왕함이 그
위용을 자랑했다. 세계 8대 신무기로 선정되기도 했던 세종대왕함은 우리 해군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자긍심이자 대양해군을 향한 우리의 의지이기도 하다. 2005년에는 우리
의 최신예 구축함인 이순신함이 영국의 트라팔가 해전 승리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전
세계 해군 함정과 주요 지휘관을 초청해 갖은 국제 관함식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즈음 이순
신 장군의 이름과 넬슨 제독이라는 이름이 함께 비교되기에 이른다. 이순신과 넬슨이 같은
시대 같은 바다에서 마주친다면? 하는 이런 상상과 모험이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진
다면...생각만으로도 짜릿하다. 그 나라의 힘을 상징하는 해군력, 바다를 경영하고 지배하는
위대한 사령관과 바다를 호령하는 거대한 전함! 지금으로 부터 200년전, 넬슨 제독의 트라
팔가 해전이 벌어지기 2년전인 1803년을 배경으로 바다를 정복하기 위한 바다 사나이들의
험난한 모험이 거세 파도를 뚫고 우리 곁을 찾아온다.
19세기초 바다는 모든 물자 수송과 교역을 위한 이동통로 였다. 따라서 바다른 지배하는
것이 세계를 정복하는 힘이 되던 시기였다. 프랑스, 에스파냐, 그리고 영국. 당시 바다를
호령하던 이 세나라의 바다 쟁탈전, <마스터 앤드 커맨더>는 그 속에 실제 영국 해군에서
크게 활약했던 슬루프 전투함 '스피디 '호를 모델로 한 제국전함 소피호의 활약상을 담아
내고 있다. 해군 대위인 잭 오브리는 소피호의 사령관으로 임명된다. 상금대리인에게 빚
을 지고 여러가지로 어려움에 처해있던 그에게는 더할 나위없이 좋은 기회였다. 조금은
소심하기도 하고 자격지심도 있어보이는, 무엇보다 돈에 욕심이 많은듯한 그 이지만
함선을 지휘하는 능력에서 만큼은 탁월함을 보여준다. 그리 크지는 않지만 자신만의 배를
갖게된 잭 오브리는 소피호를 새롭게 정비하고 조함장 마셜, 사무장 리케츠, 새로운 부관
제임스 딜런, 그리고 그의 영원한 벗이 될 군의관 스티븐 머투린을 새로운 식구들을 만나
게된다. 바로 패트릭 오브라이언의 대표작인 [오브리 - 머투린] 시리즈의 서막이 열리는
순간이다. 처음 잭의 소피호는 호송업무를 맞게되고 해적선인 알제리 소형 갤리선과의 첫
전투를 승리로 이끌게 된다. 이후 프랑스, 에스파냐의 무역, 항구, 보급물자를 나포하고
배에서 얻어지는 전리품으로 부를 축적하는 사략선으로 활동하게 된다.
잭의 소피호는 프랑스 선적 플라키호, 래마블 루이즈호, 시토양 뒤랑호, 산타루치아호,
글루아르호 등 수많은 적함들과의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게 된다. 당시 전함은 멋진 돛을
단 범선들이 대부분이었다. 당시의 범선의 다양하고 화려한 모습과 해전에서 가장 중요
한 항해술, 각종 포의 장착과 사용, 적선을 따돌리고, 교란시키는 전술과 전투의 승리를
위한 전략들이 새로운 세계, 광활한 바다위에서 펼쳐진다. 이 작품이 돋보이는 이유는
19세기 범선에 대한 자세한 이해와 고증 그리고 당시 전투에 대한 세밀한 구성이 탁월
하기 때문이다. 잭과 스티븐을 중심으로 전함에서 펼쳐지는 생활과 전투의 생생한 현장을
그려내는 작가의 섬세함이 그대로 느껴진다. 약간의 아쉬움이라면 수많은 전투가 벌어지
지만 연출면에서 긴박감이 조금은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처음 1권의 중반에 이르기까지
잭과 소피호가 바다로 나가기 전까지이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등 이야기의 구성이 조금은
느슨하게 진행되고 있다. 전투씬에서도 조금 더 치열하고 실감있는 묘사가 아쉽게 느껴지
기도 했다.
한 시대를 담아낸다는 것은 정말이지 커다란 도전이다. 그 시대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교양을 담아내는 일이 말처럼 그렇게 쉽지 않은 이유 때문이다. <마스터 앤드 커맨더>는
역사속 실제 인물과 전함을 모델로 한 역사소설이자, 문화와 예술을 담은 교양소설, 남자
들과 바다, 생생한 전투를 담아 낸 모험과 전쟁소설이기도 하다. 잭과 스티븐 콤비의
모험을 다루지만 영웅소설이라고 말하기는 힘들것 같다. 그들이 추구하는 것이 어쩌면
단순한 부의 축적과 같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에 국한되기 때문이다. 두주인공의 면면으로
볼 때 탁월한 지도자의 면모와 전문성을 갖춘 인물들임을 틀림없어 보이지만 명예와
나라를 위한다는 등의 크고 원대한 목표가 아닌 개인의 욕망과 삶에 그 촛점이 맞추어져
있다. 힘센 자는 빼앗고 없는 자는 빼앗기는 약육강식이 지배하던 시대를 배경으로 조금은
인간적이고 사실적인 모습의 주인공들이 펼쳐가는 멋진 이 해양소설은 아쉬운 면도 있지만
우리에게 더욱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거대한 이상과 꿈을 표방하기보다 욕망과 야심에
가득찬 바다를 정복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야 말로 조금더 피부에 와닿고 현실적으로 느껴
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역사속에서 한번도 찬란하다라는 수식어를 붙일 기회가 없었다. 작은 한반도의
틀 안에서 수많은 전란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고, 지역 분쟁과 붕당, 당쟁의 그늘진 그림자
를 걸어와야 했다. 대륙을 호령하던 고구려의 기상, 해양무역을 장악했던 장보고 장군의
위용, 왜군을 물리쳤던 이순신 장군의 거침없는 질주를 우리가 그리워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험난한 바다의 한 가운데서 바다를 정복하려는 사나이들의 열정과
모험을 느낄 수 있었던 <마스터 앤드 커맨더>를 통해서 우리는 과거에 대한 아쉬움이 아닌
더욱 찬란하게 빛날 미래 우리의 모습을 꿈꿔본다. 우리 곁의 동해바다를 넘어 저 푸르고
광활한 태평양을 향해 당당하게 나아가는 대한민국 전함들의 위용을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오브리 - 머투린] 시리즈를 통해 펼쳐질 사실적이고 환상적인 모험과 도전의
세계가 벌써 그리워진다. 흥분과 또다른 기대, 이 작품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