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욘더 - Good-bye Yonder, 제4회 대한민국 뉴웨이브 문학상 수상작
김장환 지음 / 김영사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문득 죽음에 대해 떠올려보면 수많은 생각의 가지들이 자라난다. 항상 곁을 지켜주시던 부모님과의 이별, 가족처럼 지내던 애완동물들의 죽음, 청춘을 함께 했던 친구와 또 다른 지인들과의 헤어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죽음의 이미지는 안타까운 눈물이다. 이별이 담고 있는 아픔과 슬픔이 죽음이란 한 단어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다. 겉으로 보이는 죽음의 또 다른 이미지는 아이러니 하게도 삶이다. 누군가를 구하고 자신의 목숨을 내던진 열혈 청년의 이야기도, 식물인간 상태의 한 남자가 자신의 장기로 여러 사람에게 새 생명을 전해주고 떠난 이야기는 단순히 죽음이 끝이 아닌 새로운 삶이라는 이름일 수도 있음을 이야기한다.

 

아직도 '눈물'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는 엄마의 죽음이 어쩌면 내가 겪은 죽음의 시작이었다. 오랜 시간을 행복하게 함께 할 수 있을거란 믿음도 잠시, 엄마는 너무 쉽게 내 곁을 떠났다. 갑자기 쓰러지시고 열흘! 그렇게 끝이었다. 갑작스럽다는 말은 아마도 이런때를 두고 하는 말일거라는 생각이 스친 그 시간들.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아픈 슬픔이 이별을 공포스럽게 만들었다. 그렇게 벌써 10여년이란 시간이 흐른다. 잊혀지진 않았지만 죽을 만큼 아팠던 가슴의 상처는 어느덧 새살이 돋아나있다.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지도 꽤 오래다. 하지만 그때 그 시간의 죽음이란 말은 영원한 이별이란 이름으로 아직도 눈물이다.

 



 

'나는 죽음이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것이면 좋겠어'

 

'더'는 저기, 저편의 라는 뜻을 가진다. 책속에서는 '슬픔도 헤어짐도 잊힘도 없는 불멸 천국' 이란 의미를 고하지만... 1억원 고료의 제4회 대한민국 뉴웨이브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한 <욘더>는 죽음으로 이어지는 가상의 미래세계, 그리고 그 속에서 찾아낸 또 다른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아동극 성우였던 아내, 암에 걸려 시한부 삶을 살아가던 아내 '이후'가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아내를 잃은 슬픔에 알코올 중독으로 치닫던 남자 '김홀'은 2년여의 시간후에 그 아픔을 딛고 자신의 일상으로 되돌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홀은 아내 이후에게 한통의 메일을 받게된다. '여보 나야 잘 지내?'... 누군가의 장난이 아닐까 사이버 경찰대에 신고하려던 홀은 문득 아내가 추억을 정리하고 있었단 사실을 떠올리게 된다. 

 

바이앤바이 닷컴! 홀을 찾아온 한 여인은 아내가 이곳에 꼭 남기고 싶은 기억들을 남겨놓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아내가 건네준 데이터를 토대로 만들어진 인공지능 아바타를 만날 수 있다는 말도... 그렇게 사이트에 접속하게 된 홀은 아내의 아바타를 만나게 되고, 또 그곳에서 만난 피치라는 소녀와 '피치의 방' 사람들을 알게 된다. 피치를 비롯해 이유 없이 이어지는 죽음들, 홀은 '욘더' 라는 사후세계의 존재에 대해 서서히 알게 된다. 사랑하는 아내, 죽음이 갈라놓은 그들의 사랑, 자신의 모든것을 내어놓을 만큼 소중한 사랑의 진실이 미래의 가상공간에서 색다르게 그려진다.

 

<욘더>는 2040년대를 배경으로 한 미래소설이다. 초반 이후의 죽음이 시작되는 부분부터 이어진 미래사회의 독특한 분위기가 작품 곳곳을 장식한다. 가상현실을 이용해 고통을 통제하는 '브로핀 페인 디스트갯션 프로그램', 사이버네틱 스페이스 같은 가상 공간, 잠시 들른 편의점의 문은 사람에게 인사를 건넨다. 인공지능 아바타, 하이브리드 사이보그와 핸디라는 네트웍 수단에 이르기까지 작가가 그리는 미래세계는 지금까지 국내 소설이 담아내던 단편적 미래의 모습을 뛰어넘는다. 눈에 잡히는 듯 어렵지않고 친숙한 이런 모습들이 이야기속에 독자들을 쉽게 동화시킨다.

 



 

아내 에우리디케를 잊지 못해 명계로 들어가는 '오르페우스의 신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욘더'는 그리스로마 신화속 그들의 이야기 마지막 에우리디케가 오르페우스에게 한 '이제 최후의 이별입니다. 안녕히~' 라는 말처럼 마무리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내어놓는 남자, 남자를 위해 영원한 소멸을 선택하는 여자. 이들의 안타까우면서도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는 미래라는 가상의 시공간속에서 더욱 선명한 빛을 내며 피어난다. 주인공과 다양한 등장인물, 미래 가상 공간속에서 우리는 현재와 다르지 않은, 변치 않는 사랑의 의미와 가치를 깨닫게 된다.

 
'행복은 기억이 아니라 망각'이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오래전 엄마와 이별했던 그 시간, 그렇게 아프고 힘겹던 시간이 지금까지 이어졌다면 아마 나는 지금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잊혀짐! 망각이 현실의 행복을 만든다는 말이 바로 이런 의미를 가질것이다. 함께라면 더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이별을, 아픔을 잊어야만 새로 나아갈 힘을, 삶의 이유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메세지를 작가는 전하는 듯하다. 사랑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접근, 삶의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작가는 작품 깊숙히 녹여놓고 있다. 우리에게도 그리 멀지 않아 보이는 미래의 시간과 공간속에, 더할 수 없이 따스한 사랑을 그려낸 작가의 감각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욘더> 아쉬움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김장환 작가의 도전과 열정에 진정한 박수를 보내고 싶다. 국내 소설이 담당? 해왔던 현실의 사랑, 가족, 역사소설의 한계를 뛰어 넘어 다양한 영역과 소재로 빚어낸 철학적 로맨스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우리가 지금 걷고 있는 길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단순한 휴대폰, 태블릿 PC 하나가 세상을 바꾸듯, 예전의 과거나 현재처럼 미래는 좀처럼 예측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미래 역시 차가운 쇠와 금으로 영혼을 살 수 없음을 확실할 것같다. 그렇기에 우리가 걸어야 할 길에 내려놓으면 안되는 것들이 있음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한번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겪어본 이들이라면 그들의 아바타를, 불멸의 천국 '욘더'를 꿈꾸어 보고 싶을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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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캣 2011-03-11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반토막님

반토막 2011-03-18 00:1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러브캣님! 여기서 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