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오는 아프리카>를 리뷰해주세요.
눈 오는 아프리카
권리 지음 / 씨네21북스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야마(夜馬) 고을주 선생의 임종. 그의 외아들 유석이 아버지의 죽음을 가장 먼저 발견한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남긴 15호 캔버스 하나. 유석은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채 실버 화이트 물감만 발려있는 그 작품을 보고 이상 야릇한 감정과 함께 아찔함을 느낀다. 텅 빈 캔버스, 유석은 아버지 야마의 이 마지막 작품의 제목을 <눈 오는 아프리카>라고 붙인다. 아버지의 죽음에 따른 충격일까? 유석은 이 작품을 최고의 걸작이라 말한다.

 

"어쩌면 우리가 슬플 때 우리를 가장 잘 위로해주는 것은 슬픈 책이고, 우리가 끌어안거나 사랑할 사람이 없을 때 차를 몰고 가야 할 곳은 외로운 휴게소인지도 모른다"

 

사실 <눈오는 아프리카>라는 제목을 듣고는 아프리카 여행을 담아낸 여행 에세이일 거라는 생각을 무작정 했었다. 하지만 책을 펼치자 소설이라는 이름이 붙은 조금은 특별하고 독특한 작품임을 알 수 있었다. 화가였던 아버지의 죽음과 그의 마지막 그림, 그리고 그 그림을 놓고 펼치는 유석과 쇼타의 기나긴 깨달음과 성장의 여정. 저자인 권리가 약 1년여에 걸쳐 직접 여행한 39개국의 모습이 고스란히 녹아든다. 미스터리의 형식을 취하기도 하고, 스무살 청년의 성장을 다루기도 하지만 <눈오는 아프리카>는 그저 단순한 여행 에세이 였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가끔? 들기도한다.

 

영국 런던을 시작으로 북아일랜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프랑스 파리, 이스라엘, 칠레 산티아고, 아르헨티나, 브라질, 에티오피아, 탄자니아, 인도... 수많은 이름의 여행지를 다녀서일까? 이야기는 공중에 매달린채 가느다란 선 위를 아찔하게 달릴 뿐이다. 원인이 불분명한 여행의 목적과 소설이 지녀야할 집중력을 잃어버린 작품은 그저 여러 나라를 달리고 보여주는데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등장인물들이 주고받는 이야기는 약간은 피상적이고 허황되게 느껴진다. 이런 이유들이 이 작품이 단순히 여행서이길 바라는 개인적인 바램인 것이다.



저자는 후기에세 몇년째 몸이 좋지 않았고 머리가 무거웠다고 말한다. 그리고 작품의 후기는 변명같아서 쓰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작가는 이미 그런 변명을 우리에게 구구절절은 아니지만 어쨌건 던져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혹시'로 변하기는 너무 힘겨워 보인다. '역시나' 로 마무리된듯한 <눈오는 아프리카>가 안타까운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단순히 머리를 맑고 상쾌하게 만들수 있는 가벼운 여행기였다면 이같은 실망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았을까.

 

'연기를 잘 한다는 것은 그것이 연기로 보이지 않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글을 잘 쓴다는 건 그것이 글로 보이지 않게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그림 역시 마찬가지란다. 그리면서 그림을 지우는 법을 모른다면 진정한 예술가라고 볼 수 없지.'

 

어찌되었건 <눈오는 아프리카>의 가장 커다란 흐름은 무엇인가를 찾아가는 유석과 쇼타의 방황이다. 최교수가 말한, 진정한 예술가의 길에서 볼 수 있듯이 그들이 떠났던 길은 그들이 지금까지 살아온 길에 대한 되돌아봄과 그들이 알지 못했던 미지의 세계, 시간에 대한 열정적 발걸음이었다. 그속에서 그들이 찾을 수 있고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권리라는 작가와 그의 전작에 대해서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하지만 안타깝다. 작가라는 이름으로 벌써 작가라는 이름에 어울릴 삶을, 생계를 위한 글을 그가 쓰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긴다. 얼마전 한상복 교수의 [재미]라는 작품을 만났다. 그 작품속에는 이런 말이 있다. '재미는 잠겨 있는 무한 가능성을 여는 비밀의 열쇠이자, 세상을 앞으로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원이다. 세상 모든 새로운 것들이 재미에서 시작되었으니까, 재미는 창조의 출발점이어던 것이다.' 창조가 바로 재미에서 나온다고 말이다. 재미를 잃어버린듯한 그의 이번 작품 <눈오는 아프리카>가 조금은 아쉬운 이유가 아마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하지만 그가 지닌 작품에 대한 열정과 여행에서 찾고자하는 수많은 도전에 대해서는 박수를 던지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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