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지고 있다는 것, 그것은 착각보다 실재에 더 가까운 감각이라고 생각하다가 그렇다면 죽어가고 있다는 것, 죽음 또한 누군가에겐 그 직전까지의 허상이 아니라 계속되는 실재일 거란 생각에 섬뜩했다. 자코멜리는, 파베세는 얼마나 견딘 거지....이미지는 그토록 대단한 지팡이였다. 방법이면서 계속되는 물음표이기도 했다. 상상력이나 사유를 총량으로 말할 수 없듯이 그것도 잴 수 없다. 우리는 타인에게서 ‘얼마나‘가 아니라 ‘어떻게‘만 볼 수 있을 뿐이다. 그것도 아주 조금만.
집안에 꼼짝없이 갇혀 닭장 속 닭처럼 일을 하다가 문득 날아들고 뻗어가는 힌트들을 바라본다.
체사레 파베세와 마리오 자코멜리를 이제야 동시에 보면서.
˝시는 이미지를 환기시키며 이미지는 시를 환기시키는데, 그것은 우리들 각자의 인생에서 실재하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이다.˝
ㅡ Mario Giacomelli
당신이 잠든 밤
밤도 당신을 닮았다.
깊은 가슴 속에서
소리 없이 우는 머나먼 밤,
피곤한 별들이 지나간다.
뺨이 뺨에 닿는다-
차가운 전율이다. 누군가는
당신 안에서, 당신의 열기 안에서
길을 잃고 홀로 발버둥치고 탄원한다.
밤은 괴로워하고 새벽을 열망한다.
소스라치는 불쌍한 가슴.
오, 닫힌 얼굴, 어두운 고뇌여,
별들을 슬프게 만드는 열기여,
말없이 당신의 얼굴을 살펴보면서
당신처럼 새벽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닫혀 있는 죽은 지평선처럼
당신은 밤 아래 길게 누워 있다.
소스라치는 불쌍한 가슴,
머나먼 언젠가 당신은 새벽이었다.
ㅡCesare Pavese 연작시 「죽음이 다가와 당신의 눈을 가져가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