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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안무가 웨인 맥그리거의 《아토모스》를 봤다.
Atomos는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원자 Atom에서 나온 단어다. 그는 1980년대 SF 걸작 리들리 스콧《블레이드 러너》에서 영감을 얻어 Atomos 제목처럼 영화 데이터를 1200개의 프레임으로 나눈 뒤 컬러나 추상적인 움직임의 형태를 얻어 AI를 동원해 안무를 짰다.
공연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1. http://www.lgart.com/UIPage/Azine/Azine_detail.aspx?Id=55809&SearSt=&page=1
2. http://www.lgart.com/UIPage/Azine/Azine_detail.aspx?Id=55840&SearSt=&page=1
3. http://www.lgart.com/UIPage/Azine/Azine_detail.aspx?Id=55874&SearSt=&page=1
3D 안경까지 착용하며 그의 연출을 본 내 소감은 ... 글쎄였다. 그가 최신 기술을 도입해 창작한 의도는 알겠다. 우리가 예술이라고 느끼고 봐온 정형성을 탈피한 움직임과 효과를 만들어보려는 시도였다. 그런데 내겐 특별히 차별적이지도 신선하지도 않았다. 안무도, 무대도, 의상도, 음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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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다 보고 심드렁해져 술이나 마시러 갔는데 후미진 술집과 일상을 꾸리고 있는 사람들이 더 놀라웠다.
맥주 브랜드가 타 기업으로 넘어가 존재하지도 않는 상호를 유지한 채 10년이 지나도록 그들만의 장사 철학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호프집(이곳의 단촐한 메뉴판을 찍어 뒀는데 내가 살아 있다면 5년 뒤에 확인해 볼 것이다). 다녀간 사람들의 기억 없이 차곡차곡 쌓인 의자들. 내일 없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남루한 일체의 것들. 내일 만나도 안 만나도 그만인 인연들. 한국인보다 더 소주를 챙겨 먹던 외국인들. 붉은 장미 두 송이를 가방에 소중히 담은 채 집으로 가고 있는 할머니.
새로움은 이 익숙함 속에서 내게 더 많이 발견되었다.
문득 리들리 스콧《에이리언 커버넌트》의 심각한 부조화를 깨달았다. 그토록 뛰어난 능력의 AI 로봇을 만들 줄 아는 인간이 19세기와 마찬가지로 허술했다는 게 지금에서야 이상하게 생각되었다. 영화 속 인간은 기계와 더 많이 합체되었어야 했다. 리들리 스콧은 지금 인간의 상상력을 전혀 뛰어넘지 못한 채 영화를 완성했다.
A winged victor for the sull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