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있으니 프로메테우스(2012), 에이리언 커버넌트(2017) 본 분들에게 권장함.

 

 

 


    
우리가 불가사의한 일을 맞닥뜨리게 됐을 때 신을 찾는 것과 상상을 뛰어넘는 고대 문명을 설명하기 어려울 때 외계인을 찾는 건 닮았다. 이것은 인류의 기원에 대한 의문에서도 같은 양상이다. 신에 의한 창조론이 다윈의 진화론으로 깨졌는데 다윈의 진화론도 깨지지 말란 법 없다. 리들리 스콧의 영화는 외계인 창조론을 가져왔지만 여전히 중요한 문제가 남아 있다. “라고. 신의 아들 예수마저 하나님이여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라고 물어야만 했던 아주 골치 아픈 질문.
 
프로메테우스에 이어 에이리언 커버넌트에서 이 물음의 주체는 인간이 아니라 AI 로봇(데이빗-초기 버전, 월터-이후 버전)이다. 인간의 특징이자 한계(지식, 관계, 종교적 믿음, 신념, 편견, 죽음)를 뛰어넘는 지성체라면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할까. 이 영화들은 를 말하지만 사실 어떻게를 보여주는 과정이다. 에이리언이 미세한 분자적 구조에서부터 숙주를 통해 다양한 변이를 일으키며 거침없이 진화하는 과정은 AI 불멸성과 대비되는 검은 공포다.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은 이제 수정되어야 할 시점인지도 모른다. “악의 진화성으로 말이다.

 



우연적인 발생과 과정에 기반을 둔 진화론을 믿지 않았던 웨이랜드는 AI 로봇을 만들어낸 창조자이자 아버지이다. 그는 존재 이유와 비밀 를 묻기 위해 고령의 몸을 이끌고 프로메테우스호를 탔고 인류를 창조한 걸로 여겨지는 외계인 엔지니어를 드디어 만난다. 그러나 무언가 알아내기도 전에 무참히 살해당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웨이랜드가 만든 데이빗은 살아남는다. 인류와 에이리언과 AI는 종으로 보면 대단히 강력한 생명체라는 공통점이 있다. 진화를 통해 스스로의 생존력을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불멸과 기술에의 동경으로 인간이 AI를 창조해낸 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면 스스로 창조자가 된 AI가 에이리언의 창조에 적극적인 것을 악이라 말할 수 있는지. 결국 선택의 문제였다고 말해야 할 텐데 AI 데이빗의 결정을 보면 이 선택은 필연으로 보인다. 지성이 뛰어났어도 어리석게 죽는 아버지 웨이랜드, 믿고 싶은 것만 믿으며 온갖 차별 속에서 허점 투성이로 죽는 많은 인간을 본 데이빗에게 에이리언은 허점 많은 생명체들을 능가하는 경이로운 존재이다. 그래서 데이빗은 에이리언을 만들어낸 외계인 엔지니어들 행성으로 찾아가 그들이 창조해낸 악을 돌려준다. 또한 데이빗의 창조자인 인류에게도 자신을 악으로 돌려준다. 자신이 뭔가의 "왜"가 되는 건 잊는 존재에게. 우리가 과학을 통해 신을 지운 과정처럼.

최고의 지성인 AI도 완벽하지 않다. 창조성과 자유의지를 강조하며 데이빗은 인류 절멸 계획을 암시하는 시를 읊는다. "내 이름은 오지만디아스, 왕 중의 왕. 나의 업적을 보라, 너희 강대하다는 자들아, 그리고 절망하라!" 셸리의 시를 바이런의 시로 인용하는 데이빗에게 월터는 그가 총제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데이빗은 자신의 의지를 꺾지 않는다. 인간과 같은 현상이다.

이 이야기는 끔찍하면서도 영원한 순환을 보여준다. 에이리언을 만들어낸 외계인 엔지니어나 AI를 만들어낸 인류나 지성체들은 호기심, 열망으로 온갖 것들을 만들어내지만 책임은 지지 않는다. 더 정확히 말하면 책임을 질 수 없는 구조다. 내부적으로 보면 나라는 존재는 나라는 개체를 넘는 본질이 될 수 없다. 임계점을 넘으면 그냥 달라지는 거다. 에이리언이 인간의 몸속에서 터져 나온다고 해서 그 사람의 자식일 수 없듯이 부모와 자식이 같은 사람일 수 없듯이. 외부적으로는 내가 경계를 만든 너머의 것들은 다 배척의 대상이다. 바그너의 음악을 들으며 유대인을 학살했던 히틀러 같은 속성은 우리 모두의 DNA 속에 있다. 외부도 내부도 아무리 노력해도 정확히 알 수 없다. “라는 끝없는 추구는 그래서 한심해 보이기까지 한다라는 질문에 인간은 온갖 믿음의 생크림을 가득 덮어버리기 일쑤라서 말이다. 미래의 에이리언 커버넌트 체계도 인간 사회구조의 전형적인 습속이 여전하다. 부부라는 가족 관계와 위계질서, 공포에 따른 혼란과 배신, 적을 물리치기 위한 협동. 에이리언에게 아내와 동료를 잃은 오람 함장은 어릴 적 악마를 보았던 걸 근거로 에이리언과는 어떤 소통도 가능하지 않다고 말하며 죽여 버린다. 대니엘스 부함장은 새 행성에 도착하면 죽은 남편이 바랐던 호숫가 오두막을 짓겠다고 covenant한다. 그녀를 사랑하는 월터가 아닌 죽음의 사자 데이빗에게 그 covenant는 무용하다. 에이리언의 최대 강점은 어떤 covenant, conversation도 필요치 않는 자신이 하나의 체계이자 세계라는 점이다. 자유의지도, 대의민주주의도 부르짖을 필요 없는 에이리언.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AI 데이빗도 이와 유사했다. 인간이 이 지구를 점령하고 무수한 살생을 저지르며 우주개척지를 찾아 나서는 것과 에이리언이 인간을 죽이며 생존해 나가는 건 전혀 다르지 않다. 생존력이 강한 것이 살아남는 진화의 과정은 를 무색하게 한다무어의 법칙처럼 끝없이 증식하는 현상은 원래와 아주 다른 양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생명체 초기 단계인 RNA 세포 형태와 지금 인간이 아주 다른 것처럼. 

리들리 스콧의 이 영화들에서 웨이랜드와 선장들, 남성들을 통해 아버지의 상징성은 발견하고 창조하지만 결국 죽어야만 하고 죽게 만드는 원한의 싹으로 제시된다. ‘어머니의 상징성은 창조의 동참자지만 결과가 나쁘든 좋든 삶의 의미를 심어주는 존재로 비친다. 이제껏 리들리 스콧 영화의 여성 이미지는 계속 그래 왔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아이도 나도 아닌 AI와 에이리언은 진화 속에 있는 우리의 미래를 보여주는 양면성이다. 知와 生의 충동을 대표하는 존재들의 반성없는 어두운 세계. 3부작 마무리에서 리들리 스콧은 어떻게 결론지을까. 인간적인 한계에서 벗어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수 있을까. 그것이 과연 희망적일까. 이것은 리들리 스콧 감독만이 아닌 인류 전체의 난제이다
     


     

Jed Kurzel [Alien: Covenant] soundtrack에서 가장 맘에 든 곡은 "Chest Burster"
     

ps. 유발 하라리 호모 데우스읽고 이 영화 보면 더 풍부한 물음과 해석을 가지게 될 거 같다.  AI 데이빗을 호모 데우스라고 봐야 되지 않을까.


사람들이 왜 이 영화들에 대해 어렵다고 호들갑인지 이해 안 된다. 세부에 매달리는 분석들 엄청 많은데 진화라는 큰 틀로 볼 때 숱한 이야기들과 이 영화들은 큰 차이가 없다. 진화에서 중요한 사건인 인간이 불을 얻게 된 프로메테우스신화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제목만 봐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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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리풀말미잘 2017-05-10 18: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아갈마님. 바쁘시네요. 매일같이 야근하는 와중에, 책 보시랴, 리뷰 쓰시랴, 그림 그리시랴, 음악 들으시랴, 글 쓰시랴, 최신 개봉 영화까지 보시고요. ㅠ 제가 연휴에 식음을 전폐하고, 읽고 썼는데 고작 두 권에 할랑한 글 두 편.(그나마 썼다가 외장하드 유배 보냄.) 아갈마님의 서재를 대하면 내두른 혀가 들어갈 일이 없어요. 아갈마님이 세상의 지식을 다 흡수해서 특이점에 이르면 알렙이 되거나 해탈하거나 하실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특이점이 많이 남은 것 같지도 않습니다.

저도 이 시리즈 사랑하는데 스포당할까봐 읽어보진 않았어요. 보러갈거거든요. 다만 평소 아갈마님에 대한 감상을 수다처럼 남겨봅니다.

아, 전에 ‘향’에 대한 얘기를 잠깐 나눴던 것 같은데 기억하시나요? 최근에 물건을 정리하다 ‘고급진 취향을 가진 누군가를 위해 구입된 향‘을 발견했어요. 그 고급진 취향을 가진 자는 세상에 없는 자가 되었고, 그 물건은 제 소유가 되었습니다. (장물 아님) 꺼내보니 네 가지 향이 각각 비닐포장되어 종이 박스에 들어있는데 몇 개 쓰고 말았더군요. 오래 되어 낡긴 했지만 포장도 그럴듯하고 버릴까 하다가 맡아뒀습니다. 한 개 피워봤는데 좋은 것 같긴 하지만 문외한이라 잘 모르겠고(검색해도 안 나옴), 혹시 향 사용하시면 보내드릴까 싶네요.

AgalmA 2017-05-11 13:32   좋아요 0 | URL
(때가 때이니 만큼) 제 비서실장이십니까? ㅋㅋ 뭘 그렇게 세세히 다 챙겨 말씀해 주시는지ㅎ 고맙습니다(문 대통령 발음으로ㅎㅋㅎ)
연휴 길었는데 두 권이면 엄청 심각한 내용이라 생각을 많이 해서 진도가 안 나갔거나, 엄청 지루해서 여러 권 많이 못 읽었거나(이 경우는 애초에 읽지도 않았을테니 아웃~) 뭐 여튼 여러가지 상황이 있었겠죠. 애써 쓴 글은 또 외장하드로 갔군요ㅎㅎ;;;
분석에만 그치는 리뷰 글 말고 진짜 보석같은 글 쓰고 싶어요. 진짜 원하는 글... 뷰리풀말미잘님도 그렇겠지요?
특이점이 정말 오면 좋겠습니다. <프로메테우스>에서 찰리 할러웨이가 그걸 알기 위해서는 뭐든 할 거라는 말을 하고선 데이빗에게 에이리언 배양체가 되는 비웃음의 독배를 받게 되잖아요. 그리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ㅜ;; 知를 과시하며 썩은 병균이 되어 곳곳을 물들이는 자들을 너무나 많이 봐서 말입니다.


향 얘기는 소설로 어찌 풀어도 재밌을 거 같은데 연구 좀 해보십시오^^
제가 뭘 받음 그만큼 보답을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서 좀 고민이네요^^;


(하하, 이 리뷰 글엔 뭘 주겠다 잘 받았다 댓글로 가득해 혼자 웃음ㅎㅎ)



2017-05-11 16: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11 17: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10 1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11 1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10 19: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11 1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뷰리풀말미잘 2017-05-22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안 무서우셨나요?

AgalmA 2017-05-22 15:37   좋아요 0 | URL
서늘하긴 하죠. 에어리언 진화 과정을 보는 건 특히 그렇더라는. 그런데 외계인 창조설로 들어가는 건 제겐 코믹 포인트. 3부에서 인공지능과 인간의 대결을 어찌 풀지 정말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