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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바시르와 왈츠를 - 초회한정 커피북
아리 폴만 감독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지구종말까지 해결되지 않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상황에 대한 증언적 애니메이션. 주인공의 잊힌 기억(드러내고 싶고 행하고 싶은 것과 마찬가지로 숨고 싶고 잊고 싶은 우리 무의식)처럼 우리도 가해자이자 공범처럼 그러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하게 만든다. 나치스에 항거하지 않았던 이들처럼.
만화가 서늘함을 유지하며 완성도를 높이긴 힘든데, 실사에서보다 관객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연출에서 타협에 빠지기 쉽고 결국 전체 완성도가 무너져서 그렇다(연출 실력이 중요해지는 지점). 좋은 작품들이 그렇듯이 이 작품은 끝까지 그 흐름을 사수한다.
스토리가 무겁기도 하지만 저 노란 포화 색감과 시퀀스, 악몽처럼 조율을 참 잘했다(실제가 더 악몽같아서).
첫 장면은 실사보다 더 공포스럽다. 무서운 첫장면 베스트 10에 넣어도 손색없는 장면.
낙원같은 올리브 숲속에서 소년과 총구로 겨누던 순간, 도로를 사이에 둔 깨질 듯한 침묵의 대결, 살아남기 위한 헐떡거림, 풍선처럼 터지는 머리통, 좀비 세계를 체감케 하는 빈 장소들 .... 만화이기에 더 리얼할 수 있었던 많은 장면들, 괴로워도 잊히는 게 뼈아픈 존재론적 순간들.
공각기동대만큼이나 서늘하고 건조했던 작품이다.
이 작품은 웬만한 반전영화 뺨친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구에서 전쟁을 결코 몰아내지 못한다. 내 죽음만큼 확실하다. 이 모든 불행들을 목격하며 우리는 세계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지만 정작 제 기억조차 감당하지 못하고 있잖은가. 정복할 수 없는 타인과 내 욕망, 이해할 수 없는 외부와 내 이성을, 죽는 순간까지 느끼는 한 이 불화들을 막을 수 없다. 우리는 인간이 이 불가능들에 대한 기록 자체라는 것을 기록하고 있는지도, 최소한 무관심은 되지 않도록.
ㅡAgal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