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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아이
정유미 글.그림 / 컬쳐플랫폼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애니메이션과 동화 제작에 있어 한국사람들이 흔히 간과하는 점이 있다. 그것은 곧바로 실패 요인이 된다.
시간 정서를 조율하는 mind. 기술적으로 말하면 연출과 편집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속의 중추는 extra mind다. 미국, 일본, 유럽, 중국 각 나라마다 독특한 시간의 정서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또한 특징이 된다(직접적으로 시간을 다루는 영화도 다르지 않다). 생각해보라. 디즈니의 유연한 움직임이 주는 실제성, 픽사의 아이디어가 캐릭터와 만나는 모험들, 일본의 빠른 액션과 실사에 가까운 배경묘사와 멋진 효과들, 유럽의 성찰적 시퀀스들, 고전 중국 애니들에서 느껴지는 신화적인 멋. 현재 서로 장점들을 밴치마킹해 상호투합하고 있지만 자신의 특장들은 놓치지 않는다.
한국의 문제점은 우리가 늘 말하는 소프트웨어, extra mind의 부재다. 한국 애니와 동화들은 비슷비슷하고 늘 해외 어디서 본 기시감을 준다. 환원주의, 사대주의 관점도 아니고 개인적으로 내가 보기에 그렇다는 말이다. 요즘 웹툰에서 그나마 한국적 특장들을 보게 되는데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현재 흥행하고 있는 한국 애니계나 동화의 성공요인은 아이디어를 우겨넣은(그렇다고 썩 뛰어나다고 할 수도 없는, 어디서 본 듯한, 미심쩍은) 스토리와 (팔고 싶은 게 노골적이게 티가 나는) 캐릭터의 승부수지 자신만의 시간성은 없다. 반짝 성공한 상품은 있으되 작품은 없다. 대박만을 노리고 시장 경제에 무한히 휘둘리는 한 이 상황의 돌파구는 없다. 특히나 거대자본이 필요한 애니계는 서태지 세트가 와도 어려울 것이다.
먼지아이는 한국의 현재적 정서를 담은 독특한 시간성을 담고 있다. 해외수상작이나 돼야 잠깐 주목받을까 한국에선 이런 작품을 계속 인디적 시각으로만 평가될 것이다. 이 기조는 다시 문화속에 자리잡고 우리의 문화관습화되어 그 속에서 아이들이 또 자란다. 세태를 비웃지만 우리가 과거에 이 문화에 어떤 방식으로든 일조했다는 책임은 피할 수 없다.
작품 속에서 시간을 제대로 못 다루는 것만큼이나 우린 작품을 제대로 볼 시간 여유도 가지지 못하고 있다. 이래서야 좋은 작품이면 보게 만든다는 것도 한국대중정서에는 그다지 맞지 않는 꼴이...
창작에서 작가 개인의 무한노력이 요구되는 상황이 단순히 이 시대에만 국한된 건 아니지만 결국은 착찹한 심경이 되고 만다.
ㅡAgal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