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케루악 『길 위에서 Ⅰ』

 

  p95  우리는 똑바로 누워 천장을 바라보면서, 삶을 이렇게 슬프게 만들 때 신은 도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걸까 생각했다.

 

  p109~109 

    "뭐야?"

    나는 오늘 밤 경비 당번인데, 좀 조용히 해 줬으면 좋겠어."라는 등 뭐 그런 바보 같은 소리를 했다. 그들은 내 면전에서 문을 쾅 닫았다. 나는 코앞에 있는 문짝의 나뭇결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마치 서부영화의 한 장면처럼, 나에게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나는 다시 문을 두드렸다. 이번에는 문이 활짝 열렸다. "이봐." 내가 말했다. "나도 자네들을 귀찮게 하고 싶지는 않지만, 자네들이 너무 소란을 떨면 내가 일자릴 잃는다고."

    "당신이 누군데?"

    "여기 경비원이지."

    "처음 보는데."

    "글쎄, 여기 배지가 있잖아."

    "엉덩이에 권총은 왜 차고 있는 거야?"

    "내 게 아냐." 내가 변명했다. "빌린 거야."

    "한잔하는 게 어때?" 난 상관없었다. 두 잔을 마셨다.

    내가 말했다. "알겠지, 자네들? 조용히 하라고, 응? 안 그럼 난 끝장이야."

    "알았어." 그들이 말했다. "가서 순찰이나 돌아. 한잔 더 하고 싶으면 또 오고."

    이런 식으로 난 모든 막사에 다 들렀고 곧 다른 사람들만큼 취해 버렸다. 새벽이 오면 1.8미터 높이의 깃대에 미국 국기를 게양하는 게 내 임무였다. 그날 아침 난 국기를 거꾸로 매달아 놓고는 집에 가서 잤다. 저녁에 사무실에 돌아와 보니 정규 경찰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둘러앉아 있었다.

    …(중략)…

    "그래" 앨커트래즈에서 이십이 년간 교도관으로 근무했던 뚱뚱한 경찰이 말했다. "그런 짓을 하면 감옥에 갈 수도 있지." 다른 사람들도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언제나 엉덩이를 붙이고 둘러앉아 있었고, 자신의 직업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들은 총을 만지작거리면서 그것에 대해 얘기했다. 그들은 누군가를, 즉 레미와 나를 쏘고 싶어서 좀이 쑤실 지경이었다.

 

 p166  버스 출발 시간이 10시였으므로 혼자서 할리우드를 둘러볼 시간이 네 시간이나 있었다. 나는 우선 빵 한 덩어리와 살라미 소시지를 사서 대륙을 가로지르는 동안 먹을 샌드위치 열 개를 만들었다. 그러고 나니 1달러가 남았다. 나는 할리우드의 주차장 뒤편에 있는 낮은 시멘트 담 위에 앉아서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내가 이 웃기는 작업을 하느라 낑낑대는 동안 할리우드 시사회의 눈부신 조명은 윙윙거리는 소음을 내는 저 서해안의 어두운 밤하늘을 꿰뚫고 있었다. 주위는 황금 해안에 위치한 광기의 도시가 뿜어내는 온갖 소음으로 가득했다. 이것이 할리우드에서 내가 할 일이구나. 할리우드에서의 마지막 밤, 나는 주차장의 공중변소 뒤쪽에 앉아 무릎 위에 올려놓은 빵에 머스타드를 바르고 있었다. 

 

 p203 죽음은 천국에 이르기 전에 우리를 붙잡게 되어 있다. 살아 있는 동안 우리가 갈망하는 유일한 것, 우리로 하여금 한숨짓고 괴로워하고 온갖 종류의 달콤한 혐오감을 경험하게 하는 것은, 아마도 자궁 속에서 경험했고 (인정하기 싫지만) 죽음을 통해서만 재생산될 수 있는 어떤 잃어버린 희열에 대한 기억일 것이다.

 

 p205 밤이 다 그렇지 않은가. 내가 가진 혼란스러움 외엔 남에게 줄 수 있는 게 나에겐 없었다.

 

 p257 공기 속에서 기름 냄새와 고인 물 냄새가 났다. 그것은 우리가 읽을 수 없는 밤의 글씨였다.

 

 p290 슬림 갤러드에게 세상 전체는 그저 하나의 커다란 오루니였다. (…중략…) "죽어서 천국에 갈 거라 생각하지 마. 닥터 페퍼로 시작해서 위스키로 끝내!" 그의 목소리는 모든 것들의 위에서 울렸다.

 

 

 

 

 윌리엄 버로스 『정키』

 

 p62  그 남자의 커다란 갈색 눈에는 적의와 의심이 텔레비전 방송처럼 흘러 나온다.

 

 p180  중독자는 중독자만의 시간을 살아가며, 중독자만의 신진대사 속에서 살아간다. 중독자들은 중독이라는 기후에 종속된다. 마약 때문에 따뜻해지기도 하고 추워지기도 한다.

 

 

 

 

 윌리엄 버로스 『퀴어』

 

 p27  미국인 대다수는 불쾌하게 무례했다. 예의 자체에 아예 무지하여 생긴 무례였으며, 사회의 목적에서 보자면 사람이란 모두 거기서 거기며 누구라도 누구를 대신할 수 있는 생각에서 나온 무례였다

 

 

 

 

 미셸 우엘벡 『소립자』

 

 p 241  동물계라는 그 야비하고 추악한 세계, 그 끊임없는 살육의 세계에 헌신과 이타주의의 자취가 있다면, 그것은 모성애나 보호본능에서 나온 행동들뿐이었다. 어떤 오징어의 암컷은 제 알들에 다이버가 접근하면 길이 20센티미터의 작은 몸뚱이로 일말의 주저 없이 다이버를 공격했다. 참으로 비장한 장면이었다.

 

 

 

 

 

미셸 우엘벡 『어느 섬의 가능성』

 

 p155  나는 전혀 새로운 것, 아마 치명적으로 위험한 것을 보게 되리라는, 약간은 사랑의 경우처럼 얻을 것은 거의 없는 반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분야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는 예감에 사로잡혔다.

 

 p 405  사람들이 날씨, 기후에 대해 그토록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은 한때 동물에 속했기 때문이다. 감각기관에 새겨져 있는, 선사시대의 생존 조건과 관련된 원초적인 기억 때문이다. 하지만 틀에 박힌 그 진부한 대화들은 늘 실제적 내기의 기호로 작동한다. 신뢰할 수 있는 기술에 의해 사시사철 일정 온도가 유지되는 아파트라는 환경에서 살면서도 우리는 결코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는 그 동물적 특성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이처럼, 우리의 치욕, 불행, 그것들의 전적이고 최종적인 성격에 대한 충만한 의식은 그것과 대비되는 충분히 좋은 기후 조건에서만 생겨 날 수 있다.

 

 

 

 

찰스 부코스키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그 첫번째』

 

 p101 매기, 이런 이름을 가진 여자들은 누구나, 술을 마시고, 똥을 누고, 한 달에 한 번 피를 흘리고, 남자와 그 짓을 한다. 벽에 처박히면서도…….

 

 p268  민주주의와 독재의 차이는, 민주주의는 투표하고 나서 명령을 받지만, 독재는 투표를 한다는 불편함을 생략했다는 점이다.

 

 

 

 

 로맹가리 『그로칼랭』 

 

 p73  "그렇습니다. 원을 그리지요, 고리처럼. 압니다. 건전한 지적 전개의 제 1원칙은 주제를 벗어나지 않는 거지요. '그리스 비극'이라고 하지 '그리스 행복'이라 하지 않습니다.

 

 p84  생쥐가 내 마음을 흔드는 이유는, 그들이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기를 둘러싼 드넓은 세계에 끔찍한 공포를 느끼면서도 그 공포를 표현할 수단이라고는 핀 대가리만한 눈 두 개밖에 없다. 내게는 위대한 작가들과 미술과 음악의 천재들이 있는데 말이다.

 

 p94  창녀들의 가슴은 항상 말을 걸어오기 때문에 귀만 갖다 대면 되는데, 그 가슴은 절대로 나에게 꺼지라고 하지 않는다.

 

 

 

 

 

볼프강 보르헤르트 『이별없는 세대』

 

 p29  우리는 술과 재즈와 철모와 여자를 가지며, 집과 만리장성과 램프와 이 모든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공포 때문에 가집니다. 두려움을 이기려고 우리는 그것을 소유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여전히 바보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두려움 때문에 사진을 찍고 두려움 때문에 아이를 낳으며 두려움 때문에 여자 속으로, 항상 여자 속으로 파고들며 두려움 때문에 심지를 기름에 담그고 불을 붙입니다.

 

 

 

 

 커트 보네거트 『타임퀘이크』

 

 p58  "여러분이 진정으로 부모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싶다면, 그러면서도 호모가 될 용기가 없다면, 여러분이 할 수 있는 가장 못된 짓은 예술가가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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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글들은 소설이 될 수밖에 없었는가를 명징히 보여준.

이제 좀더 과거를 살펴볼 수 있는 준비가 대충 된 듯하다.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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