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공간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 로컬리티 번역총서 5
오토 프리드리히 볼노 지음, 이기숙 옮김 / 에코리브르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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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에는 현상학 관련 서적을, 읽은 후에는 『공간의 시학』을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우리가 인지하고 인식하는 과정에 감각이 빠질 수 없고, 현상학자 메를로 퐁티는 그 지각작용의 뿌리를 "원초적인 공간성"에서도 보았다. 백과사전 크기의 메를로 퐁티『지각의 현상학』은 일반 독자가 접근하기 어려우니 현상학 개론서를 선택해서 보면 좀 더 풍부한 독서체험이 될 것이다. 아니, 책 하나 읽자고 예비로 책을 더 읽으라니 무슨 말인가! 싶다면 칸트, 스피노자, 하이데거, 질 들뢰즈 등등의 입문서들이 얼마나 많은가를 생각해 보시라. 아무튼 현상학을 살짝 깨닫고 이 책을 보면, 상세한 예제들을 보며 정리하는 기분이 든다. 물론 이 책만으로도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칸트, 하이데거, 메를로 퐁티, 바슐라르 등 많은 석학들의 탁월한 지론과 문학작품들, 정신분석 사례가 풍부하게 인용되고 있어 소화는 쉬운 편이다.

이 책은, 공간에 대한 고찰이 전방위적이고 치밀하여 공간분석 입문서, 필독서로 추천할 만 하다. 그 인식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공간개념부터 시작해 수학적 공간인식/자연적 공간인식 등을 꼼꼼히 짚어 나간다.

보통, 인간을 시간 노예라고 하지만 공간의식에 의한 행동도 만만치 않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가령,

 

『인간과 공간』 p305

'마음이 답답하고 좁아짐'을 뜻하는 불안(Angst)은 우리를 둘러싼 온 세상을 수축시키고 세계 속에서 우리가 활동할 여지를 좁힌다…(중략)…우리가 마음의 불안이라고 일컫는 것이 바로 세계와 하늘에 제한에 있으며, 거꾸로 세계와 하늘의 제한은 우리 마음의 불안 속에 있다

 

같은 문장들에서, 요즘 사람들이 툭하면, "이민 가야 된다니까." 말하는 충동 저변을 명확히 알게 된다. 그리고 집이나 국가 영토 침해 상황시 우리의 불안과 거부감은 우리의 확장된 공간 소유의식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저자는 둘이 만드는 공간이 최상(ㅎ;)이라고 전한다. 1인 가구가 늘어가는 한국을 바라볼 때 자기만의 공간 인테리어에 열광하기에 앞서 이 책을 읽고 공간에 대한, 나 자신에 대한 여러 성찰을 먼저 해보면 좋겠다. 물건 하나, 동작 하나 예사롭게 생각하지 않게 될 테니...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슈트라우스 박사의 소리/춤 공간분석이었다.『점 선 면』에서 칸딘스키의 미술 분석을 보듯이.

 

『인간과 공간』p19~20

"살아가는 공간은 자아에게 구체적인 실현의 매개체이고, 대항형식이자 확장이며, 위협자이자 수호신이고, 통로이자 피난처이며, 타향이자 고향이고, 물질이고, 실현 장소이자 발전 가능성이며, 저항이자 한계이고, 자아가 존재하고 살아가는 짧은 현실에서 그의 신체 기관이자 적수이다" 

ㅡ 뒤르크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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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에 관한 철학서로 『공간의 시학』(1957)은 빠지지 않는 책이다. 공간에 대한 명확한 정리보다는 바슐라르의 풍부한 문학적·시적 감식력에 탄복하며 아쉽게 독서가 끝난다.(내 경험;) 이 책을 권한 이유는 볼노의 실증적 접근과 바슐라르의 문학적 아우름을 겸비했을 때 공간을 생각하는 우리의 관점이 더욱 풍부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바슐라르가 가져오는 문학 인용들이 볼노보다 훨씬 절묘하고 감동적이다. 미셸 투르니에는, 집은 좀더 풍부한데 바슐라르의 집은 '다락방과 지하실' 밖에 없다며 투덜대기도 했지만ㅎ.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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