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집의 기록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19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이덕형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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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일이 이렇게 풀려오게 된 건지 모르겠으나 한 달간 <범죄의 해부학>을 2번 읽고, 미국 중산층 살인범의 탈옥 이야기 <팔코너>를 읽고, <범인은 바로 뇌다>를 읽고, 프리모 레비의 아우슈비츠 수용소 수기들을 읽고, 토마스 베른하르트 <소멸>에서 오스트리아에서의 나치스 얘기, 로맹 가리와 밀란 쿤데라의 신간에서도 빠지지 않던 살인에 관한 에피소드들을 보았고, 중간중간 보았던 영화들(미하엘 콜하스의 선택, 카페 드 플로르, 헝거, 바시르와 왈츠를, 뱅뱅클럽)에서도 온갖 살인과 죄악들을 목격했다. 이 지긋지긋한 범죄와 죽음의 이야기에 질려 하면서도 나는 액셀레이터를 밟듯 <죽음의 집의 기록>이란 제목의 소설을 집어 들었다. 우선적으로는 신뢰할 만한 고전이자 작가를 원해서였지만 결정적이게도 이 선택은 옳았다. 최근 책 읽으면서 웃어본 기억이 없는데, 이 소설을 읽으며 두 번 미친 듯이 웃었으며(목욕탕, 바를라모프와 불낀 이야기)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공감의 미소를 거둘 수 없었다. 어째서 이 재밌는 책을 그간 멀리하고 있었던가 곰곰이 짚어 보았다.
 
1. 도스토옙스키.....라는 이름 자체(대문호 답게 책이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
2. 무시무시한 제목과 표지..... (쾌적한 교양쌓기 일환으로 고전주의 미술이라도 관람하러 가는 게 아니라 정체불명의 시체로 가득한 인체 해부 관람을 하러 들어가는 듯한 꺼림칙한 기분이 들게 만드는 아우라를 뿜고 있다)
3. 생각의 스트레스를 불러오는 도스토옙스키 다른 작품(가령<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대한 독서기억
4. 책을 펼쳤을 때 마음의 여유가 없는 상태라면, 낯선 러시아 지명과 인명에 대한 껄끄러움과 감옥으로 들어가는 시작이 마치 독자가 감옥에 입소하는 듯한 심상에 젖어들게 해, 독서 진입을 울적하게 만든다.
 
작품 내용의 무게를 떠나, 내가 읽었던 도스토옙스키 책 중에 가장 유쾌하고 읽기 쉬운 작품이었다.
19세기 감옥 안 인간 군상들과 그 스토리들이  21세기 현재의 인간들과 조금도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 기막히게 우습기만 했다. 
문체, 플롯, 화자, 캐릭터들의 조합 어느 것 하나 소설의 모범이 되지 않는 게 없다.
이 현실 감옥에 죄수로 존재하고 있는 내 현재의 절망적 무게와 내 발목의 가냘픈 자유를 느끼게 해주는 마무리까지, 멋진 작품이었다.

 

ㅡ Agla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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