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 브론테 『상상력에게』는 『워더링 하이츠(폭풍의 언덕)』의 시집 버전이다. 자연을 집요하게 좇는 시선, 자신의 영혼 속 절망과 죽음을 바라보는 시선이 얽혀 있다. 불우한 가정사와 어릴 때부터 겪어야 했던 가족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이 작가에게 입힌 내상이 컸으리라. 기형도의 시에서 ‘진눈깨비‘나 ‘안개‘가 그러했던 것처럼 에밀리 브론테의 시에서는 ‘폭풍우‘가 시집 전체의 정조를 대표한다. 아프고 괴롭더라도 ‘희망‘이라는 시어 또한 놓지 못했다는 것도 그들의 공통점일 것이다. 사실 우리의 언어, 행간에는 언제나 ‘희망‘이 숨쉬고 있다. 인간이라면 어느 누가 ‘희망‘을 버릴 것인가. 절망을 ‘다정한 희망‘이라고 말할 지라도. 내 마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인생도 그렇지만 시는 지우기 위해 온몸으로 그리는 만다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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