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와 바깥 모든 것을 자동반사적으로 추적하는 그의 문장들은 섬뜩할 정도.




 나는 욕조에 몸을 담그고는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완독했다. 책의 내용은 한 남자가 만(灣) 한쪽에 위치한 집 한 채를 사서, 사랑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와 살고 있는 만 다른 쪽의 집에 매일 밤 불이 켜지는 것을 바라본다는 연애담이었다. 위대한 개츠비는 자기 감정에 충실했지만 그만큼 수치심도 느꼈다. 말하자면 여자의 사랑 행위가 노골적이고 대담해질수록 개츠비도 더욱더 비겁하게 행동했다.
"그래." 나는 말했다. "한편으로는 수치심이 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적어도 유디트에 대한 나의 감정과 관련해서는, 난 겁쟁이야. 나는 그녀 앞에서 속마음을 털어놓는 것을 늘 주저해왔지. 체질적이긴 하지만 그간 내가 보여왔던 부끄러움은, 비록 그것이 그녀가 내 일거수일투족을 참지 못하리라는 나만의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해도, 여하튼 일종의 소심함의 표현임이 분명해. 적어도 그것이 내 사랑의 감정을드러내는 하나의 척도로서 작용하는 한 말이야. 위대한 개츠비는 단지 그를 사로잡는 사랑을 행하는 방식에서만 소극적이었어. 이를테면그는 예의를 아는 인간이었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면 나도 그처럼 정중하면서 동시에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법 좀 터득하고 싶다.

그러면서도 지금은 다른 한편으로 나의 지나친 시간관념이 외려 나의 발목을 잡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하자면 자신에 대해 과도하리만치 세심하게 신경을 쓰다보면 지금 내가 추구하는 느긋함이나 남에 대한 관용 같은 것들로부터 더욱더 멀어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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