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인간 본성의 법칙
로버트 그린 지음, 이지연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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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독 중. 재독하며 더 뚜렷이 느껴졌는데 로버트 그린은 내용을 좀 더 압축해야 한다. 책을 두껍고 무겁게 만드는 비슷한 내용의 문장이 너무 많다. 그의 모든 책에서 느껴지는 단점.

이 분야 저자들의 책을 읽으면 사고나 심리 작용을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눈다. 대니얼 카너먼은『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제1형 사고 - 자동적이고 기계적이며 때로는 무의식적이고, 연상적인 일관성”을 띤 지각과 직관, “제2형 사고 - 통제되고 의식적인 노력이 더해지며 규칙에 지배받고 논리적인 일관성”을 띤 종합적 사고를 소개했고, 개리 마커스는 『클루지kluge』에서 빠르고 자동적이며 주로 무의식적으로 진행되는 첫 번째 종류의 사고를 ‘선조 체계ancestral system’ 또는 ‘반사 체계reflexive system’, 신중하고도 판별력 있게 천천히 진행되는 두 번째 종류의 사고를 ‘숙고 체계deliberative system’라고 나눴다. 로버트 그린『인간 본성의 법칙』에서는 ‘저차원적 자아와 고차원적 자아‘의 구분이 그와 유사하다.

˝수많은 신경과학자들이 확인해준 것처럼 이런 진화의 결과 고등 포유류의 뇌는 세 부분으로 구성됐다. 그중 가장 오래된 부분은 ‘파충류 뇌’다. 파충류 뇌는 신체를 조절하는 모든 무의식 반응을 관장한다. 즉 본능의 영역이다. 그 위로는 ‘대뇌 변연계’라고 하는 오래된 포유류 뇌가 있어서 느낌과 감정을 관장한다. 그리고 다시 그 위로 ‘신피질’이 진화했는데 이 부분이 인지 능력과 인간의 언어를 통제한다.˝

개리 마커스가『클루지kluge』에서 적확하게 설명한 바지만 인간과 같은 고등 포유류의 뇌가 하나로 합쳐져 진화되지 않고 ‘본능, 느낌과 감정, 인지능력과 언어‘를 담당하는 세 부분으로 나뉜 채 진화한 사실은 구조적 문제로 우리의 성장만큼이나 허점과 실수도 불가피하다는 걸 시사한다.

인간의 내면에는 두 개의 서로 다른 자아가 있다. ‘저차원적 자아’와 ‘고차원적 자아’가 바로 그것이다. 보통은 저차원적 자아의 힘이 더 세다. 저차원적 자아는 감정적 반응을 보이고 방어적 자세를 취하려는 충동을 일으킨다. 나만 옳다고 느끼고 내가 남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즉각적 쾌락과 오락거리를 찾으며 언제나 저항이 가장 작은 길을 택하게 한다. 남들의 생각을 그대로 채택하고, 집단 속에 나를 상실하게 만든다.
반면 우리가 고차원적 자아의 충동을 느끼는 순간들은 나 자신을 벗어나서 남들과 더 깊이 교감하고 싶을 때, 일에 완전히 몰두하고 싶을 때, 단순한 ‘반응’이 아니라 ‘생각’을 하고 싶을 때, 인생에서 나만의 길을 가고 싶을 때, 나만의 개성이 무엇인지 발견하고 싶을 때 등이다.

내 자유의지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고 믿지만, 그것은 우리의 행동이나 반응이 집단 내 다른 사람들의 감정에 얼마나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지 몰라서 하는 이야기다.

지금 상대가 경험하는 욕망이나 실망감은 나를 만나기 수년 전 혹은 수십 년 전에 이미 시작된 것들이다. 그러다가 때마침 나를 만나 내가 그들의 분노나 좌절의 편리한 타깃이 되었을 뿐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어떤 자질을 내게 투영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나라는 개인을 보고 있는 게 아니다.

감정이 진화를 거듭해온 이유는 인지 능력이 진화해온 것과는 사뭇 이유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두 가지 모두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한 형식이기는 해도, 뇌 안에서 두 가지가 서로 매끄럽게 연결되지는 않는다. 동물의 경우는 몸으로 느낀 감각을 추상적 언어로 변환해야 할 필요성이 없기 때문에 감정이 원래 의도된 대로 무리 없이 제 기능을 한다. 하지만 인간은 감정과 인지능력이 서로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내부에서 끊임없는 마찰이 발생하는 원인이 되고, 결국에는 자신의 의지를 벗어난 ‘두 번째 감정적 자아’까지 만들어진다. 동물은 잠시 공포를 느껴도 이내 그 감정이 사라진다. 그러나 인간은 자신이 느낀 공포를 벗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그 공포를 점점 더 심화시키면서 위험이 사라진 한참 후까지도 계속해서 공포를 느끼고 있다. 그러다 급기야는 상시적 불안을 느끼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지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인간이 이토록 진보했으니 그 과정에서 어떻게든 이 감정적 자아를 잘 길들이지 않았겠냐고 믿고 싶은 사람도 많을 것이다. 어쨌거나 우리가 선조들만큼 폭력적이거나 육욕에 휘둘리거나 미신을 믿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착각이다. 진보나 기술이 우리의 본성을 바꿔놓지는 않았다. 기술과 진보는 그저 감정의 형태와 그에 따른 비이성적 행동의 유형을 바꿔놓았을 뿐이다.

이성을 획득하는 일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3단계로 된 과정을 잘 알고 그대로 실천하면 된다. 첫째, 앞으로 우리가 ‘약한 비이성’이라고 부를 것에 대한 자각이 필요하다. 약한 비이성은 생활 속에서 지속적으로 경험하는 기분이나 느낌이 작용한 결과로서 의식보다 아래에 있다. 계획을 세우거나 의사결정을 내릴 때 기분이나 느낌이 사고 과정을 얼마나 깊이 왜곡하는지 우리는 자각하지 못한다. 기분이나 느낌은 생각의 편향을 만들어내고, 그 편향은 역사의 모든 단계, 모든 문화권에서 증거가 발견될 만큼 우리 안에 깊이 배어 있다. 생각의 편향은 현실을 왜곡해 실수나 잘못된 결정을 저지르게 함으로써 삶을 어렵게 만든다. 이들 편향을 알아두면 그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
둘째, 앞으로 우리가 ‘강한 비이성’이라고 부를 것의 성질을 알고 있어야 한다. 강한 비이성이 나타나는 것은 흔히 어떤 압박으로 인해 감정이 격앙되었을 때다. 분노나 흥분, 원망, 의심 등을 생각하고 있으면 그 감정이 점점 격화되어 거의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는 상태가 된다. 보고 듣는 모든 게 그 감정의 렌즈를 통해 해석되는 지경에 이르는 것이다.
(중략)
셋째, 뇌의 사고 부분을 강화해줄 몇 가지 전략 및 연습을 실천해서 감정과의 끝없는 싸움에서 이길 수 있게 생각에 더 많은 힘을 실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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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01 09: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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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03 20: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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