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 도둑 - 아름다움과 집착, 그리고 세기의 자연사 도둑
커크 월리스 존슨 지음, 박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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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독. 2번째 읽어도 역시 좋은 책이었다.
에드윈 리스트라는 깃털 도둑으로 인해 인간의 새 수집을 역추적하며 우리의 오랜 민낯을 목도한다. 지적 탐구, 탐미, 유행 등 각종 연유를 대며 자연의 정복자였던 인간의 모습 속에 이 박물관 침입자가 최초도 최후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는 과학의 목적성에 우호적 입장이지만 선의의 목적으로 내세우는 지식과 아름다움을 앞세울 때조차 그 이면엔 탐욕과 욕망이 더 강한 게 아닐까 싶고 인간 중심적 역사에서 참 고질적 문제이기도 하다.

나는 결국 직접 진실을 파헤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그것이 플라이 중독자, 깃털 장수, 마약 중독자, 맹수 사냥꾼, 전직 형사, 수상쩍은 치과의사 같은 사람들을 만나, 은밀한 그들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아야 하는 일이 될 줄은 몰랐다. 나는 속임수와 거짓말, 위협과 루머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가도 좌절하기를 수없이 반복한 뒤에야 인간과 자연의 관계는 물론, 아무리 값비싼 대가를 치르더라도 아름다움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이해하게 됐다.
나는 결국 5년의 시간을 보낸 뒤에야 트링박물관에 있던 새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낼 수 있었다.

로스차일드가 고용한 수집가들이 홍역이었다면, 괴저 같은 사냥꾼도 있었다. 트링박물관을 채우기 위해 아무리 많은 새를 잡았다고 해도 전 세계 곳곳의 정글과 늪지 그리고 강가에서 벌어진 살육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 1869년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는 ‘문명인’들이 몰고 올 파괴적인 잠재력이 두렵다고는 했지만 역사가들이 말하는 “멸종의 시대”가 이렇게 빨리 실현될 줄은 몰랐다. 그 ‘멸종의 시대’에 지구 역사상 가장 많은 동물이 인간의 손에 처참히 죽어갔다.
19세기 마지막 30년 동안 수억 마리의 새들이 인간에게 살해됐다. 박물관 때문이 아닌, 그것과는 전혀 다른 목적, 바로 여성들의 패션 때문이었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다이아몬드 깃털을 자랑하던 1798년 프랑스에는 깃털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기술자가 25명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1862년에 이르면 120명까지 증가하고, 1870년경에는 280명까지 급증했다. 너무 많은 사람이 깃털을 뽑고 가공하는 분야에 종사하다 보니, ‘미가공 깃털 상인 조합Union of Raw Feather Merchants’, ‘깃털 염색업자 조합Union of Feather Dyers’, ‘깃털 산업 어린이 노동자 보호 협회Society for Assistance to Children Employed in the Feather Industries’ 같은 단체가 우후죽순처럼 생겼다. 1890년대 프랑스에는 거의 4만 5000톤에 달하는 깃털이 수입됐다. 런던 민싱가에 있는 경매장에서는 4년간 극락조 15만 5000마리가 거래됐다. 같은 기간, 현재 가치로 약 28억 달러에 달하고 무게로는 총 1만 8000톤에 달하는 극락조가 거래되었다. 한 영국인 딜러는 1년간 새 가죽 200만 장을 팔았다. 미국의 깃털 산업도 상황은 비슷했다. 1900년대까지 8만 3000명의 뉴요커가 모자 관련 업계에 종사하며, 북미 지역에서만 매년 약 2억 마리의 새들이 죽어갔다.
야생 조류의 수가 줄어들자, 깃털 가격은 두 배, 세 배, 심지어 네 배까지 껑충 뛰었다. 짝짓기 철에만 자란다는 쇠백로의 최상품 깃털은 1900년대까지만 해도 1온스(약 28그램)에 32달러 정도였다. 당시 금 1온스의 가격은 20달러였다. 쇠백로 깃털 1킬로그램은 요즘 가치로 따져서 1만 2000달러가 넘었다. 깃털 사냥꾼이 숲에 달려가서 새들을 싹쓸이 해오기에 충분한 금액이었을 것이다.
왜가리와 타조 같은 새들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그때부터 전 세계 곳곳에 기업형 농장이 들어섰다. 하지만 왜가리 같은 새는 새장에서 기르기 힘든 종이기에 가느다란 면실로 위아래 눈꺼풀을 꿰매어 앞을 보지 못하게 하고 길들이기도 했다. 새들은 이렇게 부를 창출하는 수단으로 확실히 자리를 잡아갔다. 1912년 타이타닉호가 침몰할 당시, 다이아몬드 다음으로 배에서 가장 값나가고 보험료가 높았던 물건도 바로 깃털 상자 40개였다.

20세기 중반, 과학자들은 박물관에 있는 오래된 알 표본들을 서로 비교해 DDT 살충제가 쓰인 이후부터 알껍데기가 얇아지고 알의 부화율도 줄었음을 밝혀냈다. 덕분에 이 살충제의 사용이 완전히 금지될 수 있었다. 좀 더 최근에는 150년 된 바닷새의 표본에서 뽑아낸 깃털 샘플을 사용해서 바닷물의 수은량이 증가했음을 알아냈다. 그것 때문에 다른 동물들의 개체 수가 감소하고, 수은에 중독된 물고기를 먹는 인간에게도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이 밝혀진 것이다. 과학자들은 깃털을 “바다의 기억”이라고 표현했다.
(중략)
“내가 보기에 그들은 진정성을 추구한답시고 발버둥 치는 거예요……. 사람들이 의미 있게 생각하는 것을 만들려는 거죠. 하지만 그들이 하는 일은 영국 낚시꾼들이 전 세계를 통치하던 식민지 파워가 있던 시대, 그리고 그것을 이용해서 뭔가 매력적인 것을 만들어 다시 시장에 내다팔 수 있던 시대에나 가능한 것이죠.”
그가 말했다. “그 꿈은 이제 사라졌어요. 그런 시대는 사라졌다고요.”
그가 덧붙였다. “내가 깃털을 사용할 때는 지식이 결과물로 따르죠. 우리가 깃털 하나를 뽑아서 망가뜨리면, 전에는 아무도 몰랐던 새로운 세상이 발견되는 것입니다.” 박사의 말대로라면, 에드윈을 비롯해 깃털에 빠진 그 집단은 역사적인 페티시스트들에 불과했다.

나는 박물관에서 일어나는 절도 소식을 전해 들을수록, 박물관을 둘러싼 이 이야기 속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쪽에는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나 리처드 프럼 박사, 스펜서, 아일랜드인 형사, 독일 체펠린 비행선의 폭격으로부터 새들을 지키고자 했던 큐레이터들, 새 가죽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 세상을 이해하는 틀을 키워주고자 노력했던 과학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수세기에 걸쳐 새들을 지켜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들에게 새들은 마땅히 지켜야 하는 것이었다. 그들에게는 공통된 신념이 있었다. 그 새들이 인류의 미래에 도움이 될 거라는 신념과 과학은 계속 발전할 것이므로 같은 새라도 그 새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 계속 제공될 거라는 신념 말이다.
또 다른 쪽에는 에드윈 리스트가 속하는, 깃털을 둘러싼 지하 세상이 있었다. 거기에서는 남들이 갖지 못한 것을 가지려는 탐욕과 욕망에 사로잡혀 더 많은 부와 더 높은 지위를 탐하며, 몇 세기 동안 하늘과 숲을 약탈해온 수많은 사람이 있었다.
지식이냐 탐욕이냐. 이들 사이의 전투에서 탐욕이 승리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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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9 08: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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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30 23: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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