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역 비교 : 니콜로 마키아벨리 『군주론』

소장하고 있는 종이책 까치 출판사(제3판 개역본), e book 펭귄클래식 두 책을 비교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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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장 군주는 어디까지 약속을 지켜야 하는가」

"군주는 짐승의 방법을 잘 이용할 줄 알아야 하는데, 그중에서도 여우와 사자를 모방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사자는 함정에 빠지기 쉽고 여우는 늑대를 물리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까치 출판사)

"군주는 짐승처럼 행동하는 법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여우와 사자에게서 배워야 한다. 왜냐하면 사자는 함정에 속수무책이고 여우는 늑대에게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펭귄클래식)

 

 

 

『군주론』은 여러 출판사에서 나와 있으나 가격, 번역의 질, 챕터 요약, 충실한 부록(인명과 용어 해설 등)을 고려하면 까치 출판사가 제일 나을 듯.

 

 

 

 

 

 

 

 

 

 

 

 

 

 

 

 

 

● 현대미술 - 규모의 전쟁

마이클 윌슨 『한 권으로 읽는 현대미술』(마로니에북스)

ㅡ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 보고 나니 미술, 현대미술 책이 읽고 싶어져 다시 펼쳐들기 시작~ 지금의 예술작업을 파악할 컨템포러리 미술,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아티스트들을 알게 되어서 좋긴 한데 모든 아티스트 설명이 2페이지로 끝나니 감질남! 그러나 재밌다. 확실히 요즘 현대미술은 아이디어보다 규모의 전쟁. 규모있는 무언가를 만들겠다는 것이 이미 아이디어다. 3층 이상 크기의 무언가를 만들어보라. 그것은 반드시 이슈가 된다. 강물 위의 거대 병아리처럼.

 

 

 

 

 

 

● 당신의 책 - 어떤 말이 당신에게 가닿았을까를 생각했다

그장소,

언젠가 당신이 같이 읽자 했는데 내가 생각하지 못한 걸 말하는 책이 아닐 거라 짐작해서 다른 책 읽느라 바쁘다고 헤헤헤 하며 사양했었지.

내 예상은 맞았지만 가볍게 읽기엔 재밌었다. 나와 당신과 다른 듯 닮은 사람이 많단 걸 또 느끼며.... 지금에서야 당신을 잃고 생각하며 읽는다.

진심은 우리 생각과 달리 반만 보일 수 있는 상태라고 생각한다. 그 점에서도 우리는 닮았고 언제나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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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려다 보니」

 

현명한 사람이 된다는 게 정확히 어떤 사람이 되는 건지는 몰라도 무엇이 ‘현명하지 않은 행동’인지는 알고 있다.

그걸 지워나가면 되겠지.

 

때론, 기쁨은 나누면 반이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배가 된다.

 

아무런 위로가 되지 않는 위로를 듣고 고마워해야 한다는 건 힘든 마음 자체보다 더 소모적이다.

 

요청한 적도 없는 배려와 선의를 베풀고 나서

넌 왜 제대로 보답을 하지 않느냐고 호통치는 사람들.

 

해맑고 순수한 사람들은

때로 그 선의로 타인에게 상처를 준다.

 

왜, 보통 내가 누구한테 상처를 줬을 땐 나도 모르게 그러는 경우가 많잖아. 물론 작심하고 할퀴고 싶을 때도 있지만 나는 사람들이 언제나 타인을 찢어발길 준비를 하고 산다고 생각하지 않거든?

그렇다고 해도 내가 부지불식간에 타인에게 상처를 입힌 게 무죄가 되진 않아. 상처를 받은 사람이 과민한 게 아니라, 거기까지 미처 배려하지 못한 내가 무심했던 거라고 생각하는 게 현대 지성인의 자세 아닐까?

그러니까 모르는 건 죄야.

늘 죄인의 마음으로 살아.

 

감사는 내게 넘치는 걸 주는 게 아니라

상대가 필요로 하는 걸 주는 것.

위로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상대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해주는 것.

 

사람들은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하지 않는 것과 아무런 약속을 하지 않는 것의 차이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지킬 수 없는 약속은 하지 않는다’는 것은 책임감이고

‘그러니 난 아무 약속도 하지 않겠다’는 무책임함이다.

어디 말 같지도 않은 소릴 하고 있어.

 

김나연 『모든 동물은 섹스 후 우울해진다』(문학테라피), p63~65

 

 

 

 

 

● 명확히 나뉘는가

브라이언 어거스틴 외『배트맨 - 가스등 아래의 고담(A Tale of the Batman)』

어떤 생각은 경험에서만 나온다. 어떤 경험은 우리의 생각을 바꾼다.

자신의 어둠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희대의 살인마 잭 더 리퍼나 영웅 배트맨이 될 수 있겠지만 우린 일상에서도 이미 양면적 아니 다면적이다. 이 책에 브루스 웨인이 1889년 빈에서 프로이트와 상담하는 장면도 잠깐 나오는데, 최근 읽은 『정신분석학의 근본 개념』 을 보면 프로이트는 인간 심리의 이원론을 끝까지 놓지 않았다. 이른바 생 충동과 죽음 충동의 이원성은 진화론에서 유전자와 자연 선택의 결합처럼 간단명료한 정리 같기도 하지만 더 나은 종합은 없을까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리처드 도킨스는 사회 문화적인 힘인 '밈'까지 추가한 거겠지만.

 

 

 

 

 

 

 

 ● 또 절판?

2017년에 나왔는데 벌써 품절이다. 상황으로 봐선 이 버전으로는 다시 나올 거 같지 않다.

폴 발레리 『테스트 씨』는 테스트 씨를 캐릭터로 세우고 사유에 대해 치열히 고찰하는 소설이다.

폴 발레리가 이렇게 소설을 잘 쓰다니! 더 놀라운 것은 현상학, 철학에 꿀리지 않는 통찰!

기회가 된다면 읽어 보시길.

 

 

 

 

 

 

 

 

● 詩 - 까욱, 까아욱

 

고흐 [까마귀가 나는 밀밭 Wheat Field with Crows](1890)이 연상되는 시

 

 

 

 

 

 

 

● 1일 1그림 - 게으르지만 틈틈이...

 

 

갑자기 내리던 빗속에 인상적이었던 이미지를 이제야 남긴다.

우산을 챙기지 못해 짜증 날 상황이었을 텐데도 웃으며 아가와 쌩쌩 달려가던.

두 사람은 오랫동안 외롭지 않을 거 같아 나는 그 모습을 눈 속에 오래 담았다.

단지 한순간의 긍정일 뿐이더라도 이렇듯 향기롭게 퍼질 때도 있다.

행복하세요. 이름 모를 당신들.

(BGM : 신해철 & NXET "아가에게")

 

 

 

 

 

 

내가 생각하는 창작의 첫 번째 관건은 대상에 압도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뇌리에 인상 깊게 다가오면 어찌 되든 표현해 본다. 대상에 압도되기만 했을 때는 도취에 빠진다. 종교화가 대표적인 예. 상상적 실재를 좋아하는 인간인 우리는 그 분위기에 쉽게 빠진다.

글도 마찬가지인데 도취에 빠진 글은 무미건조하다. 그런 글이 숱하게 많다는 걸 모르거나 무시한다. 감상적인 글이란 표현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마르케스의 마술적 사실주의나 카프카의 변신과 알레고리는 압도되지 않은 문학의 힘을 보여준다. 그들은 인과를 무시하고 자신이 구축한 내재적 구조로 밀어붙인다. 쉽게 말하면 객관화의 성공 예라 하겠으나 아시다시피 객관과 주관의 경계는 명확하지 않다. 그것의 수용은 확률적 운이지만 인정받게 되면 '개성'이라 불린다.

내가 예술을 좋아하는 건 인과를 더 쉽게 부술 수 있기 때문. 생각하고 그리는 내 사고가 갇히지 않는 게 그래서 중요하다.

 

 

 

 

 

1시간 정도 지나면 그리기 싫어진다. 일이 아니니까 멈춘다. 화가 되긴 그른 건가😓

신나게 그렸고

밖은 다시 어두워지고

여전히 내 옆엔 라벤더

이런 하루도 괜찮아.

무언가 남아 있는 느낌을 곰곰이 느낀다.

아냐, 남아 있다는 건 틀렸어. 이 세계는 항상 무언가로 넘친다. 나는 그 흐름을 느끼는 거고 늘 헷갈리지. 내가 도대체 어디 있는지. 그래서 꽃이든 사랑이든 대상이 필요한 걸 거야. 라벤더는 벌이 필요 없지. 날 그리고 싶어 하지도 않아. 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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