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 민음사 세계시인선 리뉴얼판 24
페르난두 페소아 지음, 김한민 옮김 / 민음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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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시집.
알베르투 카에이루는 내 인생 최고의 시인.
언제나 눈물겹고 미칠 듯이 좋다❗
언제까지나 사랑할 거야❗

📎
나는 한 번도 양을 쳐 본 적 없지만,
쳐 본 것이나 다름없다.
내 영혼은 목동과도 같아서,
바람과 태양을 알고
계절들과 손잡고 다닌다
따라가고 또 바라보러.
인적 없는 자연의 모든 평온함이
내 곁에 다가와 앉는다.
하지만 나는 슬퍼진다
우리 상상 속 저녁노을처럼,
벌판 깊숙이 한기가 퍼질 때
그리고 창문으로 날아드는 나비처럼
밤이 오는 걸 느낄 때.

그러나 내 슬픔은 고요하다
그건 자연스럽고 지당하니까
그건 존재를 자각할 때
영혼에 있어야 하는 거니까
그리고 두 손은 무심코 꽃을 딴다.

굽은 길 저 너머 들려오는 
목에 달린 방울 소리처럼,
내 생각들은 기뻐한다.
유일하게 안타까운 것이 있다면, 기쁘다는 걸 아는 것,
왜냐하면, 몰랐더라면,
기쁘고 슬픈 대신 
즐겁고 기뻤을 텐데.

생각한다는 건
바람이 세지고, 비가 더 내릴 것 같을 때
비 맞고 다니는 일처럼 번거로운 것.

내게는 야망도 욕망도 없다.
시인이 되는 건 나의 야망이 아니다.
그건 내가 홀로 있는 방식.

그리고 이따금 상상 속에서,
내가 어린 양이 되기를 소망한다면,
(또는 양 떼 전체가 되어
언덕배기에 온통 흩어져
동시에 수많은 행복한 것들이 된다면)
그 이유는 단지 내가 쓰고 있는 그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후략)
ㅡ 「양 떼를 지키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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