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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세이건의 말 - 우주 그리고 그 너머에 관한 인터뷰 ㅣ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칼 세이건 지음, 김명남 옮김 / 마음산책 / 2016년 12월
평점 :
※ 앤디 위어 『마션』에 이어 데미언 샤젤 <퍼스트 맨> 재관람을 앞두고 예비 독서 2
<퍼스트 맨> 개봉관이 점점 줄고 있다;; 우리 동네 상영관은 조조 아니면 한밤에 상영해서 시간 맞추기가 어렵다ㅜㅜ; 이런 작품이 푸대접을 받다니!
"우리는 우주가 스스로를 아는 방법"이며 "우리는 모두 별 물질로 이뤄진 존재들"이란 명언을 남긴 칼 세이건. 우리 몸의 무거운 원자인 탄소와 산소 원자는 폭발하는 별의 내부에서 쏟아져 나온 것이기에 그 말은 단지 은유적 표현이 아니다. 이 책은 그가 사망하기 직전까지 한 23년간 인터뷰를 모았는데, 『코스모스』에서는 잘 알 수 없는 그를 볼 수 있다. 그 시대 속 경향과 문제 속에서 그의 치열하고 다양한 활동을 생생히 전달한다.
달은 정복되었고 당시 우주에서 초 관심 행성이었던 화성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소설 『콘택트』를 쓸 정도로 우주에 지구인 외 지적 생명체가 있으리라 확신하던 칼은 화성에 생명체가 있으리라 추측했다. 지금은 화성 정착 프로젝트 "Mars one"까지 추진하고 있으니 지구인의 화성 관심은 여전하다. 앤디 위어 『마션』은 그 전초전의 그림을 그려 보였다고 할 수 있다.
그가 진화 생물학까지 공부한 건 외계 생명에 대한 확신을 점검하기 위한 작업이었으리라 나는 짐작한다. 그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생명」 항목을 작성하기도 했는데, 그의 그런 지대한 관심 연유에 대해 질문까지 받을 정도였다.
“우리 인간은 스스로 살아 있는 걸 좋아하고, 가령 몰리브데넘 원자와 공명하기보다는 뭔가 살아 있는 것과 감정적으로 공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는 왜 다른 동물에게 흥미를 느낄까요? 왜 아르마딜로의 생활사에 흥미를 느낄까요? 왜 남극까지 가서 황제펭귄들이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살펴볼까요? 그게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살아 있는 것에 근본적으로 끌리기 때문입니다.”
ㅡ 「살아 있는 것과의 공명」(1976년 인터뷰, 1979년『화성의 생명을 찾아서 The Search for Life on Mars』(헨리 홀트 앤드 컴퍼니)에 수록)■
그의 엉뚱한 상상력과 폭넓은 식견, 유명세 때문에 학계에서는 폄하와 질투를 받았지만 칼은 사실 철저한 과학적 회의주의자였다. 신의 존재와 부재 둘 다 의혹과 불확실성이 가득하기 때문에 "둘 다 자신만만한 양극단"이라며 중립적인 자세를 취할 정도였다. 종교에 대해서도 종교가 과학적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것만 문제시했다.
"회의적이고, 의문하고, 권위자의 말을 무턱대고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과학의 태도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 요구하는 정신적 태도와 거의 같습니다. 과학과 민주주의는 서로 공명하는 가치와 접근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전 우리가 어느 한쪽 없이 다른 한쪽만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ㅡ「사이비 과학에 대처하는 법」(1996년 5월 3일 라디오 프로그램 <토크 오브 더 네이션> 녹취에서)■
그는 과학 문해력이 과학기술을 이해하는 데만 유용한 게 아니라 열린 사회에서 꼭 필요한 비판적 사고 기술을 함양하는 데도 유용하다고 주장했다.
과학이 일상과 동떨어진 전문 분야가 아니라는 그의 주장은 여러 인터뷰에서 반복된다.
"과학이 늘 철저히 연역적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과학의 최첨단은 늘 무모한 직감을 좇고 단서를 추적하는 방식의 활동입니다. 과학이 예술과 다른 점은 현실을 다른 형태로 직면한다는 것밖에 없습니다. 물론 과학 이론에 대해서는 그것이 옳으냐 그르냐를 판별하게 해주는 시험 방법이 있죠. 그것은 곧 해당 이론이 우리가 측정할 수 있는 모든 현상을 정확하게 예측하느냐 마느냐 하는 잣대입니다. 하지만 과학자에게 연구 동기가 되어주는 내면의 열정은 아주 예술적인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예술과 마찬가지로 질서와 의미를 찾으려는 마음, 우주가 어떻게 만들어져 있는지 탐구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ㅡ「아주 미미한 지구」(1973년 6월 7일 자 <롤링스톤> 인터뷰에서)■
우주적으로 보는 관점이라 지구에 대한 그의 걱정도 국지적이지 않다. 『창백한 푸른 점』이 지구적 윤리와 도덕적 전망을 다뤘다면, 마지막 저서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은 사이비 과학이 판치는 세계에 과학적 이성을 촉구하는 책이었다.
그는 이 세계가 성숙한 민주주의 시민 사회가 되기를 꿈꾸며 사람들이 과학적 사고와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평생 노력했다. <코스모스> tv 시리즈 출연과 책 출판도 그런 노력이었다. 깊이보다 폭넓은 대중화를 선택할 때 돌아올 손해를 알면서도 그는 그러했다. 전문 용어가 아닌 쉬운 언어로 전달하는 것에 주력했고, 호감 가는 외모와 말솜씨와 함께 이것이 그의 인기 비결이기도 했다. 아래와 같이 외계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위트 있게 비꼬며 사실에 초점을 돌리는 언술은 정말 매력적이다.
"좀 다른 종류의 편집증적 몽상에 대해서라면─즉, 외계인이 우리가 여기 있는 걸 발견하고는 우리가 맛있기 때문이든 다른 이유 때문이든 우리를 잡아먹으러 찾아올 거라는 몽상은─실현될 리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운송 비용이 너무 비쌀 테니까요. 정말로 인간의 단백질 아미노산 서열이 그들에게 유달리 맛이 좋게 느껴진다면, 그들은 인간 한 명만 자기네 고향으로 데려가서 그 단백질을 합성한 뒤에 인공적으로 대량생산을 하면 됩니다. 다른 행성의 미식가들은 그 방식으로 자기네 행성에서 생산한 물질을 먹으면 될 겁니다.
그러니까, 아뇨, 전 그런 생각은 충분히 세심하게 끝까지 따져보지 않은 결과라고 봅니다. 전 누군가 우리에게 그런 위협을 가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거꾸로 우리가 누군가에게 가할지 모르는 위협도 별들 사이의 방대한 거리 때문에 제약된 상태라고 봅니다. 게다가 인류는 아무리 그래도 점차 나아지고 있잖아요."
ㅡ 「아주 미미한 지구」(1973년 6월 7일 자 <롤링스톤> 인터뷰에서)
"외계인이 지구를 방문한다면 멋질 겁니다……. 설령 그들이 땅딸막하고, 뚱하고, 부루퉁하고, 섹스에 집착하는 존재일지라도요. 설령 그럴지라도 그들이 발전된 문명의 전령으로서 이곳을 찾아왔다면 아무쪼록 꼭 그들을 발견해야겠죠. 하지만 문제는 증거가 부실하다는 겁니다. 숱한 경험담 중에서, 우주선 선장의 항해일지 한 쪽을 찢어 왔다거나 지구에 없는 동위원소 조성의 기이한 합금을 살짝 긁어서 가지고 왔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납치 이야기에 곧잘 등장하는 한 가지 흥미로운 상황은 외계인이 작은 감시 기기를 자기 콧구멍 속에 심었다고 말하는 경우인데요, 잘된 일이죠! 그 기기를 하나 구하면 문제가 해결될 테니까요. 그런데 납치 애호가들이 하는 얘기란 게, 그 이식물이 톡 떨어져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 사람들은 그걸 내던져버린다는 겁니다. 납치된 사람들은 어쩌면 그렇게들 호기심이 없는 걸까요. 그 물건이 자신의 주장을 증명해줄 결정적인 증거란 사실도 깨닫지 못하다니 말입니다.
그리고 또 자신이 외계인의 정자로 임신했다고 주장하는 여자들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양수 천자 검사를 해보면 안 될까요? 초음파검사는? 아기가 태어나거나 유산된 경우는 어떨까요? 그런 경우는 어떻게 됐다고 생각해야 좋을까요? 산과 인턴이 절반은 인간이고 절반은 외계인인 아기가 태어..."
ㅡ「과학이 세상에 착륙하다」 (<헤미스피어Hemispheres> 유나이티드항공의 기내지, 1994년 10월 호 인터뷰에서)■
우주 탐사가 현실을 외면한 예산 낭비라는 비난이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여러 인터뷰에서 논했다. 우주 탐사 예산은 국방비보다 투자가 적었다. 우주 탐사가 냉전 체제에서 정치적으로 이용된 건 맞지만, 인류의 발전과 미래를 위한 모색에서는 대단한 성취를 이뤘다. 칼의 의견처럼 전 세계가 공조해 이 프로젝트를 활성화한다면 예산이 그리 문제시될까. 여전히 이 문제는 국가적 대항과 경쟁으로 남아 있다.
(인터뷰어 플래토)
"NASA의 우주 예산이 국방 예산만큼 크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 5퍼센트밖에 안 되죠."
(세이건)
"사실입니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만일 수많은 시급한 사회문제, 환경문제, 그 밖의 문제들을 처리할 돈을 어디에서 구할지가 걱정이라면 냉전이 끝난 지금도─간접비를 포함하여─연간 3000억 달러 이상을 지출하는 국방부야말로 꼼꼼히 살펴보기에 가장 알맞은 지점입니다."
"케네디 대통령의 아폴로 프로그램이 특별했던 이유는, 그가 1961년에 그 역사적 연설을 하면서 아직 설계되지도 않은 추진 로켓, 아직 발명되지도 않은 합금, 아직 구상되지도 않은 랑데부와 도킹 기술을 써서 아직 아무도 가본 적 없는 달에 가겠다고 선언했고, 더구나 그걸 1960년대 말까지 해내겠다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선언 시점에는 미국이 미처 지구궤도에도 못 올라간 상황이었는데 말입니다. 그러나 그 일정은 정치적으로 도달 가능한 일정이었습니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은 우리가 정말 그 일정대로 해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정말로 놀라운 기술적·인간적 성취였습니다."
"로봇 우주탐사를 열렬히 지지하고, 지난 35년 동안 로봇 탐사에 관여해왔습니다. 우리가 과학을 하고 싶다면 그게 최선입니다. 그편이 더 싸고, 인간의 목숨을 걸지 않아도 되고, 더 위험한 곳에도 갈 수 있고, 기타 등등 장점이 많습니다. 하지만 아폴로 프로그램처럼, 현실에서 유인 우주 비행을 지지하는 정당한 근거는 그보다 훨씬 더 폭넓은 정치적·역사적 의제여야만 할 겁니다. 그리고 전 그런 근거가 세 가지 있다고 봅니다. 첫째는 감정적인 것인데─많은 사람이 이 감정을 느끼지만 느끼지 않는 사람도 많이 압니다─바로 우리가 방랑자에서, 수렵 채집인에서 유래했다는 점입니다. 인류는 지구에서 거주한 기간의 99.9퍼센트 동안 고정된 주거지가 없는 상태로 살았습니다. 아주 오래 그렇게 지내다가 최근에야 마을과 도시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지구에 대한 탐험은 모두 끝났기 때문에 우리는 일시적으로 정주하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그래서 많은 사람이 다른 탐험을 갈망하는 것 같습니다. 모두가 직접 나설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가상현실이 있으니까요. 몇 명만 탐험하더라도 그 경험을 많은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일 당신의 아이가 굶주리는 형편이라면 이 논증이 그다지 호소력 있게 와 닿지 않겠지요."
ㅡ「콜라 전쟁이 아니다」 (1994년 12월 16일 방송된 <토크 오브 더 네이션 Talk of the Nation>을 녹취에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과학자들에게 아폴로 프로그램에 270억 달러나 썼다며 꾸짖습니다. ‘대체 얼마나 더 바라는 거야?’ 하고 묻습니다. 하지만 그건 우리가 쓴 게 아니었습니다. 그건 정치적인 이유에서 쓰인 돈이었습니다.” 세이건은 이렇게 단언하고, 이어서 설명한다.
“아폴로 프로그램은 피그만 침공 사건 1961년 4월 16일 쿠바의 카스트로 혁명정권이 사회주의국가 선언을 하자 미국 CIA가 이를 교란하려고 쿠바 망명자들로 침공대를 조직, 익일 쿠바에 상륙시킨 사건과 유리 가가린의 지구궤도 비행 성공에 대한 대응이었습니다. 케네디 대통령의 목표는 1960년대 말까지 달의 기원을 밝히겠다는 게 아니라 그때까지 인간을 달에 보냈다가 돌아오게 만들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걸 해냈죠.”
ㅡ 「외계 생명을 소망하다」(<사이언스다이제스트Science Digest> 1979년 6월 호 인터뷰에서)
"우주 유인 탐사가 중단된 이유는 용기 부족 때문만은 아니었다. 재정적, 정치적, 심지어 천체물리학적 현실도 후퇴를 거들었다. 이제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아폴로 프로그램은 냉전의 연장이었다. 그리고 소련이 붕괴한 오늘날에는 화성이나 다른 먼 세상으로 가는 데 1000억 달러를 쓰는 걸 정당화할 단기적인 정치적 혹은 경제적 이유가 없다."
ㅡ「또 다른 행성에서」(1996년 5월 30일 자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골수형성 이상에 의한 폐렴으로 사망하기까지 그가 한 사람의 지구인으로서 지구와 우주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사랑했는지 절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