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스완에 대비하라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김현구 옮김, 남상구 감수 / 동녘사이언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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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 스완은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파급 효과가 큰 사건이다. 비록 사람들이 예상하지는 못했어도 나중에 그 사건이 불가피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p9

  음! 솔직히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대부분의 독자들은 상당한 당혹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저자의 이전 저서인 <블랙 스완>을 성의껏 읽은 독자들이라면 그렇지 않겠지만, <블랙 스완>을 직접 읽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끊임없이 인구에 회자되던 '블랙 스완'이라는 용어에 관심이 생겨 이 책을 들게 된 독자-나같은 독자-라면 이 책의 구성이나 내용이 무척이나 당혹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블랙 스완이라는 말이 '과거의 경험을 통해서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파급효과가 큰 희귀한 사건'을 일컫는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지만, 이 책의 원서가 독립적인 책이 아니라 THE BLACK SWAN: The Impact of the Highly Improbable [2nd edition]의 후기 <On Robustness and Fragility>라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이 책이 상정하는 독자의 수준은 <블랙스완>을 성실히 읽고 그 내용에 대해 나름대로의 비판적 시각이나 문제 의식을 가진 정도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또 한편으로의 당혹감은 책의 후기를 멀쩡하게 한 권의 책으로 펴내서 <블랙 스완>의 저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두 번째 메시지라고 당당하게 선전해 대는 출판사의 빼짱(?)에서 느끼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럴듯한 미끼에 낚인 물고기의 기분이 이렇지 않을는지......-_- 

 "칠면조 한 마리가 있습니다. 푸줏간 주인이 1000일 동안 매일 맛있는 먹이를 주고 정성껏 돌봐주자 자기를 끔찍이 사랑한다고 착각하죠. 그러나 추구감사절을 앞두고 1001일이 되는 날 주인에게 목이 날아가는 순간 '아차, 속았다' 싶지만 이미 늦은 거죠." 저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교수가 <블랙 스완>의 요지를 우화로 표현한 것입니다. 저자는 '현대 사회가 인터넷과 지구화라는 두 가지 요소로 인해 리스크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커졌고, 여러 변수 간 상호 의존성과 복잡성이 커지면서 블랙 스완처럼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졌'으므로 '특정 변수의 극단값에 대응하려면 역사 경험이나 자료 분석만 믿고 순진하게 행동해서는 안된다'고 말하면서 이러한 블랙 스완의 시대에 살기 위한 4가지 방책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습니다. 첫째, 과거 역사나 자료를 통한 모델보다는 경험을 믿어야 한다는 것. 둘째, '무엇을 하라'고 하기보다는 '하지 말라'는 부정적 조언을 명료하게 던지는 것이 낫다는 것. 셋째, 지나친 전문화는 위험하다는 점을 명심하고 과도한  낙관도 경계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넷째, 이기려고 애쓰기보다는 실수를 피하는 게 결과적으로 이익이다는 것.... 저자가 말한는 방책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는 상반되는 내용들로 보이지만, 2008년 금융 위기의 해결책을 '세계를 지배하는 것으로 착각하고서 주어진 자료의 평범한 왕국에서 찾으려고 한다'는 저자의 신랄한 시각에서 본다면 충분히 합당한 의견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저자는 극단의 왕국-희박한 사건이 실제로 발생하고 영향력을 발휘하는-에서 생각하고 있고, 그의 반대편에서 위기를 진화하려고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범의 왕국-극단의 사건의 발생 가능성이 극히 희박한-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 책의 주된 역할은 바로 본 책인 <블랙 스완>의 내용에 대한 보충 설명을 담은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저자가 말하는 내용의 대부분은 <블랙 스완>에서 다루었던 내용 중에서 자신이 덧붙여 설명하기를 원하는 것들이고, 독자들은 이에 대한 선행 지식이 없이는 온전히  이 책의 내용을 이해할 수 없는 한계를 느끼게도 됩니다. 물론 단편적으로 읽는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도움이 될만한 내용들이 있는데, 예를 들면 1장의 자연이 가르쳐주는 블랙 스완에 대처하는 방법이나 2장의 바벨 전략에 대한 설명, 8장의 블랙 스완에 강인한 사회를 위한 10가지 원칙 등은 블랙 스완에 대한 기본 개념만을 이해하고 있어도 유용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 책은 독자들이 먼저 <블랙 스완>을 제대로 읽어야만 잘 이해하고 더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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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란 무엇인가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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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어떤 국가를 원하는가? 내가 바라는 국가는 사람들 사이에 정의를 수립하는 국가이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대하는 국가이다. 국민을 국민이기 이전에 인간으로 존중하는 국가이다. 부당한 특권과 반칙을 용납하거나 방관하지 않으며 선량한 시민 한 사람이라도 절망 속에 내버려두지 않는 국가이다. 나는 그런 국가에서 살고 싶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나는, 소로가 말한 것처럼 "먼저 인간이고 그 다음에 국민이어야 한다." "법에 대한 존경심보다는 먼저 정의에 대한 존경심을 기르는" 시민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그런 국가를 만들 수 있고, 또 그런 나라에서 살 합당한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p284, 맺음말 '훌륭한 국가를 생각한다' 중에서  

 국가, 그리고 국민. 단적으로 정의를 내리려고 할수록 난해한 문제가 되어버리겠지만, 한편으로는 한 국가의 국민으로서의 자격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이들이 나름대로의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뭐라고 선명하게 표현하지 못할지라도, 어떤 국가에 소속된다는 것이 우리의 정체성의 일부를 차지하고, 우리가 필요할 때 의지할 곳이 있으며, 국민인 우리들의 보호와 안전을 책임지고,  그 국가는 우리에게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부여한다는 것 등의 생각 말입니다. 하지만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이 우리의 피상적이던 일상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듯이, 이 책의 제목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물음도 그렇듯 막연한 생각의 틀 속에서 국가를 생각하던 평범한 우리들에게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는 것이 사실입니다. 좀더 진지하게 들여다 보고 싶은 열망과 함께 말입니다. 

 저자는 크게 네 가지 국가론을 중심으로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첫번째 물음을 헤쳐 갑니다. 첫째는 홉스의 리바이어던에서 표현되었던 국가의 형태로, 국가를 사회계약에 근거하여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합법적인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을 부여받은 주체로 생각하는 '국가주의 국가론'입니다. 둘째는 로크에서 애덤 스미스를 거쳐 소로에까지 이르는 사상으로, 국가를 공공재 공급자로서 국한하여 시장경제와 대의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수단으로 생각한 '자유주의 국가론', 셋째는 국가란 단지 지배계급이 피지배계급을 억압하고 착취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마르크스주의 국가관', 그리고 넷째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선과 정의를 펼치는 국가를 이상국가로 상정했던 것과 같은 '목적론적 국가관'입니다. 여기까지는 익히 알려진 국가관에 대한 정리하고 할 수 있겠고, 중요한 것은 이러한 네 가지 국가론에 바탕을 두고 저자가 자신의 생각- 독자들에게 국가라는 주제와 연관시켜서 현실 정치인으로서 하고 싶었을 이야기- 을 펼쳐 나가고 있다는 사실일 듯 합니다. 그리고 그런 주장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순수한 학문적인 내용을 담은 책이라기 보다는 현실 정치인인 저자가 자신이 처한 현실 정치를 고민하고 그 안에서 이끌어 낸 논지를 펼치고자 한 지극히 정치적인 의도를 담은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물음 뒤에 네 가지 국가론을 펼쳐 설명한 저자는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연이어 던지며 국가와 정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펼쳐갑니다. '누가 다스려야 하는가?', '애국심은 고귀한 감정인가?', '어떻게 국가를, 국가의 기본 질서를, 국가권력의 기능과 작동방식을 바꿀 것인가?', '진보와 보수는 어떻게 다르며, 진보정치란 국가를 어떻게 바꾸려고 하는 것인가?', '진보 정치가 국가로 하여금 실현하게 하려는 선은 어떤 것인가?', '정치인이 지켜야 할 윤리 또는 도덕법은 무엇인가?' ...... 순수하게 접근하더라도 관심이 가는 주제들이지만,  저자가 현실 정치인임을 주지한다면, 앞의 네가지 국가론을 바탕으로 물음을 하나씩 더해가면서 국가와 정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저자의 의도는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저자는 자신이 처한 현재의 정치적 상황에서 이 책이 말하는 지향점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 아니 역으로 현실정치에서 자신이 지향하는 곳을 이 책을 통해서 미래의 유권자들에게 설명하고 이해시키려 하고 있다고 하는 것이 더 옳을 것 같습니다. 첫머리의 인용문에서와 같이 현실의 때를 깨끗이 표백한 이상을 담은 멋진 문장으로 치장-물론 마음 속의 진심이 담긴 표현이기는 하겠지만 정치적으로는 심하게 왜곡되기가 쉬운 감성적인 표현이기에 하는 말입니다-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생각을 이리 대담하게 세상에 드러내어 놓고 평가를 기다린다는 점은 우리가 이전에 대하지 못했던 현실 정치인-김대중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의 모습인 듯 합니다.  

 정치를 '국가를 운영하거나 국가 운영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활동'으로, 진보정치를 '국가로 하여금 선을 행하게 하는 정치'로 규정하는 저자의 생각은 처음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하여 현재 우리 정치세력의 판도 안에서 진보세력의 연합의 필요와 당위에 이르고 있습니다. 아마도 국가에 대한 고찰을 담은 이 책을 통해 저자가 독자들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은 바로 자신이 정치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이러한 진보연합이 담고 있는 의미를 전하고 그 당위와 필요에 대한 이해의 공감대를 넓히는 것이었을 듯 싶습니다. 그런 면을 들춰내서 생각한다면, 이 책이 독자에게는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멋진 물음을 던지기는 했지만, 결국은 현실 정치인이 현 정치판도에서 진보 세력이 다시 집권할 수 있는 길에 대한  돌파구를 설파하는 방편으로 이용하고자 했다는 면에서 현실 정치의 연장선상에 있는 고상한(?)  정치 팜플릿의 한계를 벗지 못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주장을 밀실이 아닌 열린 공간으로 들고 나와서 공론화시키려고 하였다는 점에서는 의미있는 시도라고 할 수 있겠고, 결국 저자의 주장에 얼마만큼 공감하는지, 또는 유권자로서 저자의 정치행보를 얼마나 지지하고 있는지가 이 책이 가지는 한계와 저자가 전달하고자 했던 진보연합에 대한 다양한 반응으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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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 두 번째 이야기 : 인생의 완성도를 높이는 자기 혁명 - Think Harder! 몰입
황농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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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턴, 아인슈타인, 에디슨, 빌 게이츠, 워렌 버핏. 비범한 업적을 이룬 천재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고도로 집중된 상태에서 문제를 생각하는, 몰입적 사고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천재라서 집중력이 높은 게 아니라, 집중력이 높아 천재가 됐다는 얘기다.  

 세상을 사는 동안,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한번쯤은 어떤 일에 깊이 빠져 보았던-집중했던-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저자가 말하는 '몰입'이라는 개념과 조금 차이가 있을지 모르지만, 저자가 말하는 몰입 상태를 굳이 책을 읽고, 생각하지 않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래적으로 체험한 경험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다만 그러한 상태를 이해하고 자신의 삶에 중요한 수단이 될수 있음을 깨닫거나 의식하지 못하여 저자가 말하는 긍정적인 결과를 얻어내기까지 발전시키지 못하였겠지만, 그러한 상태에서의 느낌은 아련하게 나마 많은 사람들이 마음 한구석에 가지고 있었을 것이고..... 저자가 첫번째 책에서 '몰입'에 대한 개념을 이야기하며  자신의 경험과 과학적인 사실들을 곁들여 이것을 설명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흔쾌히 '바로 이것이었구나'하는 감정을 느꼈을 것입니다.

 '몰입'에 대한 두번째 이야기인 이 책은 -첫번째 책이 몰입에 대한 개념과 그것을 이용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이야기했다면- 좀더 세련되게 몰입이라는 개념을 우리가 처한 환경에서 구현하기 위한 실천적인 성격이 더 강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몰입을 개인의 상황에서 이해하고 기술하던 범위를 벗어나 좀더 다양한 상황에서 적용될 수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조금 더 체계화할 필요가 있음을 느끼고 두번째 이야기를 쓰게 되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는데, 저자가 몰입이라는 개념을 체계화하기 위해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입니다. '창의적인 업적을 이룬 사람들이 왜 한결같이 몰입을 했는지, 왜 위기상황이 되면 자연적으로 몰입이 되는지, 능동적인 몰입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슬로으 싱킹을 하는 것이 왜 몰입에 유리한지, 선잠을 자고 나면 왜 몰입도가 불연속적으로 올라가는지, 몰입상태에서는 왜 기적과 같은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지극한 희열을 느끼고 종교적인 감정을 느끼는지, 뇌과학과 엔트로피의 법칙으로 이해한다면 몰입이란 어떤 상태라고 할 수 있는지' 등등... 이 책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가는 과정을 통해 읽는 이들에게 몰입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자신의 삶에서 좀더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을 제공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몰입하고 몰입하는 한 나에게 한계란 없을까?' 문득 책 뒷표지에 쓰인 문장을 보면서 떠오르는 질문입니다. 분명 어떤 일을 몰입해서 한다는 것은 삶의 중요한 자세인 것은 분명하지만, 몰입으로 자신이 처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식의 생각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면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한때 우리 서점가에 '시크릿' 열풍이 불었듯이, 이 책의 내용에서도 그러한 긍정주의의 사고가 조금씩 느껴진다고 하면 너무 앞서 나가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몰입의 장점을 넘어 '모든 것'의 해결사라는 식의 자기 계발서가 가지는 과장을 담기 시작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조용한 물음도 던져보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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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문트인 과학자 - 데이터 조각 따위는 흥미롭지 않아요. 특히 숫자!
랜디 올슨 지음, 윤용아 옮김 / 정은문고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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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과학'이라는 알맹이를 갖고 과학자가 대중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가를 얘기하는 책이다. 과학이 진실을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할 때 그것이 대중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p20  

 '제발 그런 과학자는 되지 마세요!' 내용중에서서 이 책에 대해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가장 적절한 구절 하나를 고르라면 '그런'이란 단어에 강조가 들어간 이 말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때는 잘나가던 '그런 과학자'였던 저자가 도대체 무엇에 된통 얻어 맞았길래 이런 말을 하는 건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는 일입니다. '과학자의 신분으로.... 정부 지원금 신청하는 걸 빼면 연구도 즐거웠고, 과학 발표회에서 연설하는 것도 즐거웠으며, 과학 논문을 읽는 것도 즐거웠'으며, '연구논문을 작성하는 것도 즐거웠고, 무엇보다도 과학적 과정을 통해 자연의 모든 이치에 이성과 논리를 부여하는 것이 가장 즐거웠다'고 당당하게 고백할 수 있는 저자에게 무슨 문제 의식이 생긴것일까? 저자가 자신의 인생사-결혼과 이혼-를 통해서 고백하는 '그런 과학자'로서의 문제는 그가 자신의 학문에 몰입해서 그 안에 집중하며 즐거워했을 때가 아닌, 그런 세상에서 벗어나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발생한 것이었습니다. 과학자로서 정보를 중시해야 하는 사고방식의 특성이 자신의 다른 삶 속에서도 그대로 투영되어, 남편으로서 살아야 할 일상에서도 '머리만 사용하고-춤추러 가기보다는 책을 읽고 상상력이 없었으며- 모든 것을 불신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꾸며낼 줄 몰랐으며, 데이터들 자체가 재미있는 것인 줄 알고 연구에 대한 이야기만 반복했'던 저자를 향해 그의 아내가 했던 '제발 그런 과학자가 되지 마세요!'라는 말을 언급하며, 저자는 '그런 과학자'들이 일상의 삶에서 자신의 사고의 틀에 갇혀 대중과의 의사소통에 문제를 일으키지만 그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거나 아예 무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소통(Communication)이야. 이 샌님들아!' 어떤 종류의 학술적인 모임이든 그런 모임에서의 발표내용 또는 형식과 '개그 콘서트'같은 개그 프로그램을 생각한다면 저자가 말하는 소통의 문제에 대해서 잘 이해할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개그 콘서트와 같은 프로그램은 시청자가 아무런 준비가 없이도 웃으면서 즐길 수가 있지만, 학술모임에서는 발표내용에 대한 이해가 별로 없는 일반인이 흥미를 유지하며 편히 앉아 있을 수는 없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래서 그런 모임에는 그런 분야에 지식이 있고 관심이 있는 그런 사람들이 참석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바로 저자는 그런 모임 중의 하나인 과학자들의 모임이 일반인들과 소통할 때도 '그런 과학자'들은 자신들의 그룹안에서 소통하던 방식 그대로를 고집하고, 그 과정에서 대중과의 소통의 문제가 발생하는데, '그런 과학자'들은 무엇이 문제가 되는지 깨닫지도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과학적인 성과를 일반인들에게 알리고 더 광범위한 관심과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과학자들끼리 모여서 하는 학술모임에서의 정보만을 중시하는 방식을 버리고 감정에 호소하거나 또는 감각적인 자극을 유도하는 매스컴(영화)의 방식을 배울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과학이 더 대중적인 지지를 이해와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있는 그대로의 정보를 그대로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중이 흥미를 유지하게 가공하고 꾸밀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과학자가 대중과 소통하게 위해서 필요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 바로 이것이 이 책을 통해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주제입니다. 

  '이야기하는 내용-텍스트가 학문의 영역에서는 무엇보다도 중요하지만 대중과의 원할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스타일도 한 몫을 한다', 두뇌-머리도 중요하지만, 머리 아래쪽 기관들-가슴, 복부, 성기-이 제공하는 인간적인 것 즉 활력과 에너지도 중요하다. '대중과의 의사소통에 있어 가장 중요한 두가지 요소는 바로 자극과 충족이다. 처음엔 대중을 자극하여 흥미를 유발시켜야 하며, 그 다음엔 충족시켜줘야 한다.' '대중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흥미롭고 설득력 있는 이야기 속에 드라마의 굴곡을 잘 살리면서 간결하게 요약'할 수 있다면, 자극과 충족을 동시에 제공하며 대중이 지속적으로 괸심을 유지할 수 있게 할 수 있다. 의사소통에서 호감의 힘을 깨닫고, 똑똑한 척 나대지 말고 똑똑하게 처신할 줄 알아야 한다..... 이 책을 통해서 저자가 말하는 과학자가 대중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내용들입니다. 물론 저자는 이런 지식만으로 커뮤니케이션의 달인이 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며, 자신이 이 책을 통해 바라는 것은 과학자들이 '고리타분하고 머리로만 생각하고 대중과의 소통을 피하는 그런 과학자'로 남아 있지 말고 자신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을 돌아보고 더 많은 대중들과 의사소통 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머리만 사용하지 말고, 무미건조한 마음은 갖다 버리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호감가는 태도를 배우고 유지하라. 저자는 과학자들을 향해 대중들과 소통할 때는 이런 사실들을 유의하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 책이 말하는 의사소통의 방법이 필요한 사람들은 비단 과학자라는 그룹에 한정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이런 의사소통을 위한 방법은, 차이는 있겠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유용하고 필요한 것들이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과학자들을 향해 '그런 과학자는 되지 마세요!'라고 외쳤지만, 독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틀에 갇혀 원활한 소통의 방식을 알지 못하는 '그런 사람은 되지 마세요!'라는 외침도 함께 듣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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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감옥에서 - 어느 재일조선인의 초상
서경식 지음, 권혁태 옮김 / 돌베개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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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글쓰기를 통해 '계속되는 식민주의'에 대한 저항을 계속해왔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눈앞에 펼쳐지는 일본 사회의 모습은 황폐해질 대로 황폐해져 있다. 우파의 야비한 욕설이 울려 퍼지고 리버럴 세력은 공허한 양비론을 중얼거리며 방관한다. 결과적으로 이런 무참한 사회를 젊은 세대에게 남겨주게 되었다. 이 황량한 현실을 살아가야만 하는 젊은 세대에 대한 책임감에서 무거운 마음을 북돋아 이 글을 썼다.... 나는 우에느 지즈코, 하나자키 고헤이, 이양지, 박유하, 와다 하루키, 그 밖의 사람들에 대해 주제넘게도 '가혹하게 썼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나라는 인간이 타인을 비난는 것을 좋아해서가 아니다. 나는 오히려 소심한 평화주의자다. 내가 '가혹한 것이 아니라, 재인 조선인이 -모든 조선 민족이- 처해 있는 상황이 가혹한 것이다..... 구일본의 병사도천황 히로히토도 개인으로 보면 '좋은 사람'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응답은 빗나간 것이다. 지금 여기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그런 것들이 아니다. 식민주의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좋은 사람'이냐 아니냐와 관계없이 계속되는 식민주의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싸우는 사람들인 것이다. -p14-15, 저자의 말  

 모어와 모국어. 우리에게 두가지의 구분은 매우 낯설게 느껴집니다. 우리가 처한 상황에서는 당연히 모어와 모국어는 동일한 언어이고 그것이 당연시 됩니다. 하지만 저자는 모어(일본어)와 모국어(조선어?)가 서로 다른 상황에 처할 수 밖에 없는 재일 조선인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불일치가 간단치 않은 문제임을 지적합니다. 저자는 윤동주 시인의 서시 중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라는 구절을 일본어로 '모든 살아있는 것들을 사랑해야지'라고 번역한 것을 예로 들어 그러한 불일치가 가져오는 폐해를 적나라하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의역은 식민지 지배에 대한 한이 서린 저항 정신을 '보편적인 실존 응시의 사랑'이라는 그저 감수성이 가득한 서정시 정도로 읽히게 만들어 버리는데, 윤동주 시인의 시가 서정성이 풍부하게 담겨 있다고 하더라도 한국인이라면 어느 누구도 사랑이나 화해의 언어로 읽을 수는 없을 것이고, 그 안에서 가득한 나라 잃은 민족의 아픔과 한을 토로하는 그의 내면의 고통을 결코 외면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재일 조선인의 경우에는 모국어의 느낌 그대로가 아닌 모어(일본어)로 번역된 윤동주의 시를 읽고 감상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인고로, 번역과정에서 오는 번역자의 의도적인 -또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에서 오는- 오역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 밖에 없는 일입니다. 결국 모어를 통해 이 시를 감상할 수 밖에 없는 재일 조선인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가해자(일본인)의 방식으로 이 시를 이해하게 되고, 이러한 괴리는 모국어가 아닌 모어를 통해서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형성할 수 밖에 없는 재일 조선인이 겪게 되는 또다른 폭력이요, 지속되는 식민지배의 현실이라는 것입니다. 1부에서 저자가 다루는 내용은 이러한 모국어와 모어의 괴리에서 오는 재일 조선인의 고통스러운 현실에 대한 이야기요, 또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모국어의 권리'-일본인에 대하여-와 '모어의 권리'-남한 또는 북한에 대하여- 에 대한 주장이며, 이러한 식민지배의 아픈 경험을 바탕으로 국어 내셔널리즘을 극복하고 모든 구성원이 평등한 새로운 다문화, 다언어 공동체를 지향하는 앞서가는 사회를 제안하는 글입니다.   

 프리모 레비. 나치의 강제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로서의 체험기인 <이것이 인간인가>라는 책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인물입니다. 저자는 프리모 레비가 수용소에서 살아남는 데 힘이 되었던 것은 종교적 또는 정치적인 신념에서가 아닌 '살아 돌아가 증언하겠노라'는 의지, 외부에서 자신의 증언을 들어줄 누군가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였으며, 생환하여 그러한 증인으로서의 삶에 충실하였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에게는 너무도 생생한 증언을 듣는 이들의 피상적인 태도가 가져온 증언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지 모르며 인간은 과거의 잘못에서 교훈을 얻는 것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자신을 지탱하던 '증언하겠노라'는 의지가 허무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증언의 불가능성'의 위기감이 그의 삶에 서려 있음을 지적하며, 그가 자살로서 그러한 증언의 불가능성을 우리에게 제시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프리모 레비의 그러한 경험과 자살에 이르는 비극이 개인적인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겪었던 식민지 지배와 엄청난 희생을 요구했던 군사정권 시대의 종말과 민주화의 성취에 이르는 경험에도 그대로 투영될 수 있는 것이기에, 그가 남긴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고 대화를 계속하며 그의 삶을 되새겨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2부에서는 또한 팔레스타인의 현실을 담은 <태양속의 남자들>이라는 작품을 통해 '나는 누구'이며,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팔레스타인의 해방투쟁과 우리의 민주화 투쟁의 본편적인 동시대성을 깨닫는 과정을 통해 식민주의에 대항하는 새로운 차원의 '우리들'이라는 연대를 이룰 수 있을 것인지를 탐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재일 조선인으로서의 자신과 가족들의 삶을 통해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고통스럽지만 성실하게 임하는 저자 자신의 이야기와 전방 견학의 경험에서 시작된 남과 북을 가르는 경계선의 의미와 분열을 안고 사는 것의 아픔에 대한 성찰이 담겨 있습니다. 

  3부 '화해라는 이름의 폭력'은 '일본의 리버럴 지식인의 사상적 퇴락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한국 내에는 일본 우파에 대한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데 반해 일본의 리버럴 세력에 대해서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우호적인 면이 있음을 지적하면서 재일 조선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리버럴 세력에 대한 한국 내에서의 오해나 호의는 '안타까울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조차 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식민지 지배와 침략 전쟁에 대해서 현대의 일본인에게 '죄'를 물을 수는 없지만 일본인으로서의 '책임'을 피할 수 없음을 주장하는 저자는 그러한 과거의 역사에서 파생된 문제들에 대해서 현재의 일본인들이 책임지는 자세, 성실하게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데, 리버럴 세력은 내셔널리즘이나 패전후론과 같은 얍삽한 논리로 바로 이러한 집단으로서의 책임을 부정하거나 양비론적인 자세로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일본의 리버럴 세력을 향하여 전후 세대의 일본인에게는 지금까지 여전히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보상을 게을리하고 있는 국가의 주권자로서'의 정치적인 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국가를 통해서 유지되는 식민지배와 침략 전쟁의 열매는 누리면서, 그 국가를 통해서 자행된 악행에 대해서는 '죄가 없다'고 말하며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는데, 현재의 전후세대가 당시에는 태어나지도 현장에 존재하지도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법적인 의미의 죄는 없다고 하더라도, 대의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일본이라는 국가의 행정, 입법, 사법부가 모두 피해자들의 호소에 응답하지 않는 현 상황에서 국가 저질렀던 범죄에 대한 책임은 주권자인 일본 국민에게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자각을 일본인들에게만 국한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베트남 전쟁에 대한 책임의식으로까지 연장하고 있는 면에서는 저자의 주장에 담기 진정성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다루는 주제들이 한반도라는 울타리에서 태어나 한국어라는 언어에, 한민족이라는 틀에서 길러진 나에게는 익숙한 것들은 아닙니다. 한편으로는 나를 둘러싼 저자와는 다른 그러한 환경이 저자가 제기하는 의문을 내가 직접 체험할 수 없었던 이유이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쉽지 않은 문제들을 다루는 저자의 주장이 생생하게 귓가를 때리는 것은 고통스러운 자신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자신이 처한 환경에 맞서 성실하고 일관된 지적 성찰을 마다하지 않는 저자의 진정성이 전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저자의 성찰을 마주 대하면서, 현대 우리 역사를 대하는 스스로의 모습이 얼마나 안이하고 피상적인 것이었는지, 내가 국민으로서의 책임을 져야 하는 일들에 대해서 얼마나 무관심하고 무책임하게 마주하고 있었는지를  깊이 생각할 수 있는 무엇보다도 소중한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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