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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자본주의 - 현대 세계의 거대한 전환과 사회적 삶의 재구성 ㅣ 아우또노미아총서 27
조정환 지음 / 갈무리 / 2011년 4월
평점 :
나는 여기서 오늘날의 제3기 자본주의를 신자유주의나 금융자본주의 혹은 소비자본주의로 정의하기보다 인지자본주의로 정의하는 길을 선택할 것이다. 인지자본주의는 앞서 말한 것처럼 베네치아, 제노바, 네덜란드 등에 의해 표상되는 상업자본주의, 영국과 독일, 그리고 20세기 후반의 미국에 의해 표상되는 산업자본주의에 이어 나타난 제3기의 자본주의다. 그것은 인지노동의 착취를 주요한 특징으로 삼는 자본주의다. 우리는 이 개념을 통해서 자본주의라는 개념을 다시 사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동의 문제설정을 새로운 방식으로 재개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인지자본주의라는 개념을 통해서 우리는, 자본 자신이 아니라 노동이 현대세계의 거대한 전환과 사회적 삶의 재구성을 가져오는 우선적 힘이라는 생각을 표현할 수 있고 그 노동의 역사적 진화와 혁신의 과정을 중심적 문제로 부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32~33, 서장
정보를 획득하고 파지하고 활용한다는 의미에서의 '인지cognition'라는 용어는 아마도 심리학이나 뇌과학, 신경학, 컴퓨터 등을 다루는 과학도들에게 더 익숙한 용어일 것입니다. 자본주의에 인지의 개념을 적용해 인지자본주의를 제3기의 자본주의로 소개하는 이 책의 제목이 유난히 눈을 사로잡은 이유가 그런 익숙함에 의한 것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처음 두툼한 책을 접할 때, '인지자본주의'라는 제목만 보고서는, 비록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처음 수십여 페이지를 읽다가 다시 고이 접었고 인문 서적들보다는 자연과학 서적들이 더 익숙하고 편한 나같은 사람도 무언가 만만하게 대들어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대담한 생각을 했던 것도 아마 그런 익숙함에 의한 자신감의 발로가 아니었을는지..... 하지만 그런 자신감은 처음 몇 페이지를 읽어 내려가던 중에 바닥이 나 버렸다는 사실을 먼저 고백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에 대한 인문학적인 기본 소양이 제대로 갖춰졌을리 없는 자연과학도라고 할 수 있는 내가 이 책을 제대로 읽어내는 것은 애초부터 가망이 없는 일이었다고 손을 드는 것이 솔직한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과학에서 사용하는 인지의 개념을 이 책에서는 '지각하고 느끼고 이해하고 판단하고 의지하는 등의 활동에 포함되는 정신적 과정을 총칭하는 용어로서, 감각, 지각, 추리, 정서, 지식, 기억, 결정, 소통 등의 개체적 및 간개체적 수준의 정신작용 모두를 포괄하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깊이의 차원에서는 표면에서 의식되는 것과 더불어 전의식적인 것 (의식되기 이전의 의식적인 것), 하의식적인 것 (의식적인 것의 누적의 산물로서 의식되지 않고도 의식적인 것으로 기능하는 것), 무의식적인 것 (의식되었으나 억압된 의식적인 것)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사용되며, 그런 연유로 지식의 물질화로서의 기계는 하의식적인 것에 해당하여 그 자체로 인지적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인지기계로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인지라는 개념을 물질적인 속성에 까지 확장해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모든 것들이 지닌 물질적 속성과 정식적 속성이 독립적인 것이나 인과적인 것이 아닌 평형관계에 있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인지 개념을 바탕으로 저자가 말하는 인지자본주의를 쉽게 이야기 한다면 '신체가 노동하던 시대'에서 '영혼이 노동하는 시대'로의 전이를 이야기 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인지노동의 전형은 연구자, 교육자, 프로그래머 등이 수행하는 지식노동이나 정보노동, 예술 노동이나 감정 노동 등이 있습니다.
저자는 인지자본주의라는 용어를 통해서 현대 자본주의의 얼굴을 밝히고자 한 것만이 아니라, 이러한 개념 정립을 통해서 기존의 자본주의를 다시금 고쳐 생각하고 그 안에서 자본이 아닌 노동이 현대사회의 전환과 재구성을 위한 힘이 될 수 있음을 밝히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노동의 '인지화가 가져오는 실제적인 변화들, 그 결과들, 그리고 의미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서 인지자본주의의 막바지에 이른 모습을 들여다보고 '인지혁명'-축적을 위한 인지의 전용이 아니라 삶의 혁신과 행복을 위한 인지혁명-을 통한 문제 해결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의 눈앞에 펼쳐진 자본주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부를 구매력과 동일시하고, 쾌락을 소유와 동일시하며, 노동과 소득 사이에 엄격한 상관관계를 설정하고, 광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지금까지의 경제주의적 인지양식을 해체하고 부와 쾌, 그리고 행복에 대한 질적으로 다른 인지양식을 창출해야' 함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물론 인지적 혁신의 힘만으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에 기초한 물리적인 정치적 행동이 따라야 만이 저자가 말하는 인지혁명이 온전히 달성되고 유지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