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문트인 과학자 - 데이터 조각 따위는 흥미롭지 않아요. 특히 숫자!
랜디 올슨 지음, 윤용아 옮김 / 정은문고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과학'이라는 알맹이를 갖고 과학자가 대중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가를 얘기하는 책이다. 과학이 진실을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할 때 그것이 대중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p20  

 '제발 그런 과학자는 되지 마세요!' 내용중에서서 이 책에 대해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가장 적절한 구절 하나를 고르라면 '그런'이란 단어에 강조가 들어간 이 말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때는 잘나가던 '그런 과학자'였던 저자가 도대체 무엇에 된통 얻어 맞았길래 이런 말을 하는 건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는 일입니다. '과학자의 신분으로.... 정부 지원금 신청하는 걸 빼면 연구도 즐거웠고, 과학 발표회에서 연설하는 것도 즐거웠으며, 과학 논문을 읽는 것도 즐거웠'으며, '연구논문을 작성하는 것도 즐거웠고, 무엇보다도 과학적 과정을 통해 자연의 모든 이치에 이성과 논리를 부여하는 것이 가장 즐거웠다'고 당당하게 고백할 수 있는 저자에게 무슨 문제 의식이 생긴것일까? 저자가 자신의 인생사-결혼과 이혼-를 통해서 고백하는 '그런 과학자'로서의 문제는 그가 자신의 학문에 몰입해서 그 안에 집중하며 즐거워했을 때가 아닌, 그런 세상에서 벗어나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발생한 것이었습니다. 과학자로서 정보를 중시해야 하는 사고방식의 특성이 자신의 다른 삶 속에서도 그대로 투영되어, 남편으로서 살아야 할 일상에서도 '머리만 사용하고-춤추러 가기보다는 책을 읽고 상상력이 없었으며- 모든 것을 불신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꾸며낼 줄 몰랐으며, 데이터들 자체가 재미있는 것인 줄 알고 연구에 대한 이야기만 반복했'던 저자를 향해 그의 아내가 했던 '제발 그런 과학자가 되지 마세요!'라는 말을 언급하며, 저자는 '그런 과학자'들이 일상의 삶에서 자신의 사고의 틀에 갇혀 대중과의 의사소통에 문제를 일으키지만 그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거나 아예 무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소통(Communication)이야. 이 샌님들아!' 어떤 종류의 학술적인 모임이든 그런 모임에서의 발표내용 또는 형식과 '개그 콘서트'같은 개그 프로그램을 생각한다면 저자가 말하는 소통의 문제에 대해서 잘 이해할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개그 콘서트와 같은 프로그램은 시청자가 아무런 준비가 없이도 웃으면서 즐길 수가 있지만, 학술모임에서는 발표내용에 대한 이해가 별로 없는 일반인이 흥미를 유지하며 편히 앉아 있을 수는 없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래서 그런 모임에는 그런 분야에 지식이 있고 관심이 있는 그런 사람들이 참석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바로 저자는 그런 모임 중의 하나인 과학자들의 모임이 일반인들과 소통할 때도 '그런 과학자'들은 자신들의 그룹안에서 소통하던 방식 그대로를 고집하고, 그 과정에서 대중과의 소통의 문제가 발생하는데, '그런 과학자'들은 무엇이 문제가 되는지 깨닫지도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과학적인 성과를 일반인들에게 알리고 더 광범위한 관심과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과학자들끼리 모여서 하는 학술모임에서의 정보만을 중시하는 방식을 버리고 감정에 호소하거나 또는 감각적인 자극을 유도하는 매스컴(영화)의 방식을 배울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과학이 더 대중적인 지지를 이해와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있는 그대로의 정보를 그대로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중이 흥미를 유지하게 가공하고 꾸밀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과학자가 대중과 소통하게 위해서 필요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 바로 이것이 이 책을 통해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주제입니다. 

  '이야기하는 내용-텍스트가 학문의 영역에서는 무엇보다도 중요하지만 대중과의 원할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스타일도 한 몫을 한다', 두뇌-머리도 중요하지만, 머리 아래쪽 기관들-가슴, 복부, 성기-이 제공하는 인간적인 것 즉 활력과 에너지도 중요하다. '대중과의 의사소통에 있어 가장 중요한 두가지 요소는 바로 자극과 충족이다. 처음엔 대중을 자극하여 흥미를 유발시켜야 하며, 그 다음엔 충족시켜줘야 한다.' '대중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흥미롭고 설득력 있는 이야기 속에 드라마의 굴곡을 잘 살리면서 간결하게 요약'할 수 있다면, 자극과 충족을 동시에 제공하며 대중이 지속적으로 괸심을 유지할 수 있게 할 수 있다. 의사소통에서 호감의 힘을 깨닫고, 똑똑한 척 나대지 말고 똑똑하게 처신할 줄 알아야 한다..... 이 책을 통해서 저자가 말하는 과학자가 대중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내용들입니다. 물론 저자는 이런 지식만으로 커뮤니케이션의 달인이 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며, 자신이 이 책을 통해 바라는 것은 과학자들이 '고리타분하고 머리로만 생각하고 대중과의 소통을 피하는 그런 과학자'로 남아 있지 말고 자신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을 돌아보고 더 많은 대중들과 의사소통 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머리만 사용하지 말고, 무미건조한 마음은 갖다 버리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호감가는 태도를 배우고 유지하라. 저자는 과학자들을 향해 대중들과 소통할 때는 이런 사실들을 유의하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 책이 말하는 의사소통의 방법이 필요한 사람들은 비단 과학자라는 그룹에 한정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이런 의사소통을 위한 방법은, 차이는 있겠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유용하고 필요한 것들이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과학자들을 향해 '그런 과학자는 되지 마세요!'라고 외쳤지만, 독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틀에 갇혀 원활한 소통의 방식을 알지 못하는 '그런 사람은 되지 마세요!'라는 외침도 함께 듣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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