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사냥꾼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헌책방에 대한 로망이 있는 사람들에게 바치는 미야베 미유키식 선물... 이랄까. 그렇게 매혹적이거나 심장을 울리는 이야기도 아니고 추리물로 읽기는 그다지 별로지만... 미야베 미유키식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볼 만 할 듯. 정작 여기에 오마주된 책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너무 심심할지도?

역시 미야베 미유키는 할아버지와 소년에 대해 너무 잘 그려낸다. 현재를 일궈온 지난 세대의 대표로서 할아버지가 있고 그 현재의 문제들을 바꾸고 변화시킬 미래 세대의 대표로서 손자가 나오는 느낌. 그 감성들이 마음에 와닿는달까. 그런 할아버지 같은 시각이나 감수성에 질려서 떠나가버린 사람들도 많지만 세상의 수많은 인간군상을 할아버지와 같은 시선으로 관조하는 그녀의 그 감수성이 아마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이미 세상의 쓴 맛 단 맛 다 보고, 무슨 일이 있어도 놀랍지 않을 나이가 된 사람이 보는 세계는 쓸쓸하고 안타까워 보인다. 어른들의 '요즘 것들은...'하면서 혀를 차는 그 때의 그 느낌이랄까. 그러나 무관심이나 경멸이나 무책임에서 비롯된다기보다는 결국은 세계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 느낌의 말투다. 요즘 간간히 보는 콜드케이스 같은 느낌이랄까.


이렇게 뭉뚱그린 감상을 하는 이유는 사실 읽은지 오래되어 세세한 내용이 기억나지 않기 때문.. 이기도 하고 각각의 에피소드가 실제로 그렇게 강렬한 느낌이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야베 미유키치고도 평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탐정은 환영받지 못한다 밀리언셀러 클럽 73
P.D. 제임스 지음, 이옥진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무심코 집었는데 생각보다 재밌었다. 원제는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 어디서 많이 들어본 제목이다. 사쿠라바 가즈키의 소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직업이 떠오르지 않는가? 내용은 정반대의 대상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지만. 떠돌이 아버지 때문에 명석한 두뇌에도 불구하고 대학조차 나오지 못한 코딜리아(아 도대체 누가 딸내미 이름을 이런 이름으로 짓는 건지)는 스승이자 대부와 같은 존재인-도대체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버니의 죽음으로 얼떨결에 탐정사무소를 물려받는다. 애초에 탐정 면허도 총기소지증도 없는, 뭣도 없는 그냥 이십대 여자애다. 그렇지만 그녀는 다들 '여자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인간의 어두움과, 편견과 맞서 싸우는 길을 택하고 만다. 따스한 낮의 정취, 소박한 오두막, 케임브릿지에서의 뱃놀이 따위와 폭풍우 치는 밤 고저택에서 벌어지는 참극, 한밤중 낡은 오두막에 목이 매달린 베개인형, 폭발로 이어지는 추격전, 이끼 낀 낡은 우물이 서로 교차하듯이 나타난다. 빛과 어둠의 대비가 오히려 밝음 이면에 숨어 있는 부조리를 더 깊고 음습한 것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인의 전쟁 샘터 외국소설선 1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 / 샘터사 / 200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샘터에서 이런 책을! 놀란 것도 놀란 거지만 내용은 정말로 더 놀랍다. SF 그것도 군대와 전쟁이 중심인 우주 전쟁 물이다.-제멋대로 장르 이름을 붙여보자면-

일단 재밌다. 마구 마구 책장이 넘어간다. 인도나 다른 나라 사람들은 젊을 때에도 군인이 될 수 있지만 미국 사람들은 75세가 되어야만, 지구에서 사망신고를 하고 나서야 우주개척군이 될 수 있다! 새로운 몸을 얻어 우주에 나선 이들에게 닥친 것은 천국이 아니라 지옥. 하나 하나가 적인 낯설고 광활한 우주. 헤인세계처럼 광속을 뛰어넘지 못한 세계가 아닌 이곳은, 속도를 높이는 대신 점프를 한다. 이것에도 일종의 패러독스가 존재하는 것 같은데 자세히 다루지는 않고 휙 넘어간다. 클론도 등장하는데 그들은 클론으로서 고민을 하지만 소설에서는 그들의 고민도 휙 지나간다. 롤러코스터 아니면 총알 택시라도 탄 느낌이다.

클론, 우주여행의 패러독스, 외계문명과 진화, 대체 육체, 유전자 조작, 기타등등 기타등등 각종 SF 클리셰가 뒤범벅되어 등장했다가 휙 사라져서 무슨 SF 축제라도 온 듯한 기분이다. 그렇다면 유치하고 지루할 수도 있지 않겠냐 하는 우려도 들 수 있지만 이 책은 빠르다. 유쾌하다. 말 그대로 SF 계의 롤러코스터이고 블록버스터이다.

유쾌하고 쉽게 읽혔지만 껄끄러운 점이 없지는 않았기에 1점은 뺐다. 난 어쨌거나 "철없는 것들, 세계는 원래 냉혹한 거야. 이상은 나중에 여유가 생겼을 때나 챙겨"라고 말하는 것들은 다 싫어 한다. 비뚤어지고 편파적인 취향의 문제이니 이 점 때문에 이 책을 읽기를 꺼리지는 않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덤으로 향하다 - 리암 니슨 주연 영화 [툼스톤]의 원작 소설 밀리언셀러 클럽 97
로렌스 블록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승리의 로렌스 블록!

역시 재미있다. 하드보일드 소설다움이 철철 넘친달까. 매튜는 그래도 지난번 사건 때보다 좀더 안정적으로 술을 참아내고 있고, 연애도 순조롭게 진행중이다. 그저 하는 일이 좀 정신을 갉아먹는 종류일 뿐이다. 좀이 아니라 많이인가. 800만가지 죽는 방법이 기억이 안 나서 저번 편에 무슨 짓을 했길래 절친은 아일랜드에 짱박혀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도대체 무슨 이유람. 게다가 캐넌, 마약 도매상 주제에 선량한 척하기는. 아니 선량하진 않다. 음 뭐랄까 뭐라고 해야 하지. 만화속 인물처럼 '깨끗하고 쿨하고 멋진' 그런 느낌이어서 조금 거부감이 들었다. 그렇게 '쿨'할 수 있는 직업인가 그게? 일레인도 그렇고 유리도 그렇고 여기에 나온 사람들은 너무 '멋'이 있다. 알콜중독에 마약중독인 피터 마저. 아니 원래 이 장르가 이렇게 괜히-괜히는 아닌가?- 바닥 파면서도 쿨한척 멋있는 척 하는 게 좀 있기 마련이겠지만.

사실 로렌스 블록의 글은 그런 부분이 장점이기도 하다. 매튜 스카더를 비롯해 그가 만나는 캐릭터들은 하나 같이 매력있고 재밌다. 여기저기 발로 뛰면서 수사하는 모습을 쫓다가 매튜에 앞서서 단서를 발견하게 되었을 때는 흥분되기도 한다. 그런데 여전히 모뎀에 삐삐, 수신자표시기능도 없는 뉴욕의 모습에 orz 겨우 누가 전화했는지 알아내는 것만으로 최첨단처럼 굴지마! 버럭. 하고 싶은 순간도 분명 있었지.

또 신경쓰이는 점을 들자면, 캐넌이라는 캐릭터. 앞에서 말했듯이 마약 도매상 주제에 쿨하고 멋지고 상냥하기까지 한데 '적'에 대해서는,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거의 광기 같은-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 하지는 못할 거 같던데 그렇게 할 정도의 증오를 잘만 품고 있다. 그런 증오를 가지면 사람은 망가지기 마련인데도 그는 망가지지 않는다. 그것이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증오는 사람을 갉아먹기 마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고통에 겨워하다가 복수를 하고선 훌쩍, 토고로 가서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그의 이야기가 어딘가 비현실적으로 들린 것이다. 게다가 형은...

분명 재미있게 읽기는 했는데 캐릭터들이 하나씩 어긋나 있달까. 뭔가 이치에 안 맞는 것 같달까. 자꾸만 찜찜한 기분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댈러스의 살아 있는 시체들 수키 스택하우스 시리즈 2
샬레인 해리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다시 돌아왔습니다. 수키 스택하우스가.

생각했던대로 에릭과 빌 사이에서 갈팡지팡하는 수키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런 전형적인 로맨스도 나쁘지 않아. 게다가 남주인 빌이 생각보다 찌질해서 그것도 웃기다. 중간관리직이라고 하기도 어려운 9급공무원쯤 되는 뱀파이어 같은 느낌이랄까. 솔직히 의학적으로 심장도 안 뛰는데-말 그대로 피가 안 도는 건데 어떻게 그짓을 한다는 건지 이해가 안가지만, 로맨스니까. 판타지니까 응응. 넘어가지 뭐. 이 쪼고만 동네에서 무슨 살인사건이 이렇게 많이 일어나고 무슨 비밀집회 씩이냐 있냐, 게다가 그 모든게 왜 빌이 나타난 이후에 눈에 띄냐... 하는 것도 뭐 로맨스니까, 판타지니까 응응. 그냥 넘어가지 뭐.

1권과 전혀 다르지 않은 이야기라서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겠다. 나는 3권 이상은 못 읽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드는데... 차라리 좀더 총기난사와 혈투와 기타 등등이 펼쳐지는 하드코어로 간다면(응?) 좀더 사랑해주겠지만 지금 수위도 그렇고 스토리도 그렇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할리퀸...? 할리퀸까지는 아닌가. 아무튼 좀 지나칠 정도로 전형적이라 금새 질리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보니 난 도서관에서 봐서 커버를 못봤는데, 이번에도 표지가 예쁘네. 제목 글자체도 예쁘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