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으로 향하다 - 리암 니슨 주연 영화 [툼스톤]의 원작 소설 밀리언셀러 클럽 97
로렌스 블록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승리의 로렌스 블록!

역시 재미있다. 하드보일드 소설다움이 철철 넘친달까. 매튜는 그래도 지난번 사건 때보다 좀더 안정적으로 술을 참아내고 있고, 연애도 순조롭게 진행중이다. 그저 하는 일이 좀 정신을 갉아먹는 종류일 뿐이다. 좀이 아니라 많이인가. 800만가지 죽는 방법이 기억이 안 나서 저번 편에 무슨 짓을 했길래 절친은 아일랜드에 짱박혀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도대체 무슨 이유람. 게다가 캐넌, 마약 도매상 주제에 선량한 척하기는. 아니 선량하진 않다. 음 뭐랄까 뭐라고 해야 하지. 만화속 인물처럼 '깨끗하고 쿨하고 멋진' 그런 느낌이어서 조금 거부감이 들었다. 그렇게 '쿨'할 수 있는 직업인가 그게? 일레인도 그렇고 유리도 그렇고 여기에 나온 사람들은 너무 '멋'이 있다. 알콜중독에 마약중독인 피터 마저. 아니 원래 이 장르가 이렇게 괜히-괜히는 아닌가?- 바닥 파면서도 쿨한척 멋있는 척 하는 게 좀 있기 마련이겠지만.

사실 로렌스 블록의 글은 그런 부분이 장점이기도 하다. 매튜 스카더를 비롯해 그가 만나는 캐릭터들은 하나 같이 매력있고 재밌다. 여기저기 발로 뛰면서 수사하는 모습을 쫓다가 매튜에 앞서서 단서를 발견하게 되었을 때는 흥분되기도 한다. 그런데 여전히 모뎀에 삐삐, 수신자표시기능도 없는 뉴욕의 모습에 orz 겨우 누가 전화했는지 알아내는 것만으로 최첨단처럼 굴지마! 버럭. 하고 싶은 순간도 분명 있었지.

또 신경쓰이는 점을 들자면, 캐넌이라는 캐릭터. 앞에서 말했듯이 마약 도매상 주제에 쿨하고 멋지고 상냥하기까지 한데 '적'에 대해서는,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거의 광기 같은-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 하지는 못할 거 같던데 그렇게 할 정도의 증오를 잘만 품고 있다. 그런 증오를 가지면 사람은 망가지기 마련인데도 그는 망가지지 않는다. 그것이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증오는 사람을 갉아먹기 마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고통에 겨워하다가 복수를 하고선 훌쩍, 토고로 가서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그의 이야기가 어딘가 비현실적으로 들린 것이다. 게다가 형은...

분명 재미있게 읽기는 했는데 캐릭터들이 하나씩 어긋나 있달까. 뭔가 이치에 안 맞는 것 같달까. 자꾸만 찜찜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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