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간이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시 미야베 미유키. 슬프고 슬프면서 동시에 또 희망은 조그맣게 남아 있다.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사람들 속에. 그리고 뭐라 말할 수 없는 미야베 미유키만의 또하나의 특징... 기특하고 예쁜 소년들!! 짱구도 귀엽고, 누구라도 홀릴 정도로 예쁘장하지만 오줌을 지리는 버릇이 있는 유미노스케도 귀여워 죽겠다. 둔하고 아픈데도 어떻게든 잘 배우고 따르려는 걸 보면 조스케도 무척 귀엽다. 아 죄다 이쁘고 귀여워...

솔직히 말하자면 중년 아저씨인 헤이시로랑 아줌마 오토쿠도 ... 한없이 머리비고 가볍게만 보이지만 배려심있고 따스한 성품인 오쿠메도 성실하고 바르며 힘든 일이 있어도 정도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하는 사키치도...... 다들 어찌나 이렇게 사랑스러운지 정말로 코끝이 찡할 정도다.

그런데 이렇게 사랑스러운 사람들을 어째서 그렇게 괴롭혀야 하는 건지... 헤이시로의 마음이야 말로 나의 마음. 그냥 적당히 못보고 넘어가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적당히 둔하게 살아왔지만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당히 못보고 넘어갈 수 없는 것이 있으니 문제다. 너무나 약해서 너무나 쉽게 어둠에 빠져들고 마는 사람의 마음을 보면 헤이시로처럼 어쩐지 가슴이 짠해지지 않을 수 없나보다. 그것은 구경꾼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걸까. 아니 애초에 소설이니까 그런 거기도 하겠지만 말이야. 세상엔 진짜로 우습고도 슬픈일이 너무나 많다. 우스꽝스럽다고 할까. 끔찍한 범죄들, 연쇄살인마보다 사실 우리가 더 현실에서 만나기 쉬운 건 이 책에 나온 것 같은, 그런 사소한 미움과 증오가 쌓이고 쌓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긴 세월 병수발에 말라비틀어져 가는 마음, 마음을 주지 않는 지아비-이제는 제맘대로 뭐든지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될 때의 마음 같은 것이야 말로 가장 무섭고 가장 슬픈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언제나 씩씩하게 살 수 있다면 그것으로 좋겠지만 약하고 약한 인간은 너무나 쉽게 어둠에 빠져들고 마니까. 조금만 마음을 돌리면 얼마든지 '편해지고 마니까'. 현실이 괴로우면 그 괴로움을 풀 상대를 찾으면 되겠지. 다른 사람, 다른 무언가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고 외면하고 조금만 도망치고 조금만 고개를 돌려버리는 거다. 아니면 자신만의 괴로움에 빠져서 괴로움에 빠진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겠지. 절망과 괴로움에 눈앞이 캄캄해져서 다른 방법따위 눈에 보이지 않게된 약한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얼마든지 그렇게 되고 말 것이다. 누구나 쉽게. 그렇게 되지 않는 사람이야 말로 드물겠지.

여기에는 그런 쪼잔하고 불쌍한 악당이 몇명이나 등장하는 데다가, 자신은 전혀 잘못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사태를 더욱 키우는 이상한 놈까지 등장한다. 보다보면 느긋한 헤이시로가 왜 분통을 터트리는지 절절히 공감하게 된다. 정말이지 얼간이 같다.

어째서 이렇게 사랑스러운 사람들과 보고 있기 괴롭고 답답할 정도로 약하기만 한 사람들 천지인지... 그러나 그것이야 말로 우리의 세계,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이라고 생각하면 숨이 막힌다.

해피 엔딩도 아닌 것이... 사람들은 어떻게든 살아가지만 그래도 슬픈 상처가 가슴에 흉터로 남아서, 이것만은 어쩔 수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건, 희망보다 그런 것이 먼저 보이는 것은 내가 요즘 우울해서 그런 것일까. 아무리 내가 좋아하는 것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것이라지만, 가끔은 그런 것이 힘들 때도 있나 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pjy 2010-08-25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대는 달라도 사람들의 면면이 참 겹치는게 인간인듯 싶습니다~
진화나 발전은 말장난인거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전진만 있는거죠! 같이 힘내시자구요*^^*

夢影 2010-08-30 15:33   좋아요 0 | URL
예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어디서나 닮아 있는 듯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진해야지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6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19세기 조선 지식인의 문화지형도- 한양대학교 한국학연구소 한국학학술총서 3
한양대학교 한국학연구소 엮음 / 한양대학교출판부 / 2006년 12월
25,000원 → 25,000원(0%할인) / 마일리지 1,250원(5% 적립)
2010년 07월 23일에 저장
절판

나의 서울 감옥 생활 1878- 프랑스 선교사 리델의 19세기 조선 체험기
펠릭스 클레르 리델 지음, 유소연 옮김 / 살림 / 2008년 12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10년 07월 23일에 저장

19세기 조선, 생활과 사유의 변화를 엿보다- '오주연문장전산고'를 통해 본 조선 후기 생활 문화
주영하.김소현.김호.정창권 지음 / 돌베개 / 2005년 6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10년 07월 23일에 저장

19세기 조선 지식인의 생각 창고- 홍길주의 수여방필 4부작
홍길주 지음, 정민 외 옮김 / 돌베개 / 2006년 7월
25,000원 → 22,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50원(5% 적립)
2010년 07월 23일에 저장
품절


6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르몽드 세계사- 우리가 해결해야 할 전 지구적 이슈와 쟁점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지음, 권지현 옮김 / 휴머니스트 / 2008년 11월
25,000원 → 22,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50원(5% 적립)
2010년 07월 23일에 저장
절판
르몽드 세계사 2- 세계 질서의 재편과 아프리카의 도전
이주영.최서연 옮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획 / 휴머니스트 / 2010년 7월
25,000원 → 22,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50원(5% 적립)
2010년 07월 23일에 저장
절판



2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서울풍물지 한말 외국인 기록 17
G.W.길모어 지음, 신복룡 옮김 / 집문당 / 199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나름 재밌었다. 의외로 쑥쑥 읽혀.

그렇지만 선교사, 그것도 자기네 미국과 자본주의 서양의 '근대'에 대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이 인간에게 서울이란 아무리 오래 살아도 그저 어떠한 대상이며 타자에 불과하다. 절대 '우리'가 될 수 없는 누군가. 계몽해야하고 자본주의와 기독교를 전파해야하고 가르쳐야 하고... 외국인이 살기에 좋지만 그것은 '외국인'이 살기에 좋은 것일뿐. 그의 눈에 비친 조선인은 자신과 같은 '인간'이 아니다. 언젠가는 '동등한 동료'가 될지도 모르지만 언제까지고 '학생'이며 '어린 아이'로 남아 있을 것만 같은, 정체된 존재이다. 함께 변화하며 발전할 생각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없어보이는 편협한 사고방식으로 쓰인 책이라 기분이 떨떠름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당시 서울의 사정이 얼마나 열악했는지, 외국인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조차 과거가 얼마나 해이해졌으며 관행적인 수탈과 비리가 얼마나 많이 일어나는지 확연하게 드러나서 안타까웠다. 조선이 진짜 망할 때가 되긴 했구나. 그러나 그것은 왕국 '조선'이 멸망하는 것이지 그땅의 백성이 멸망하는 것은 아니리라. 그 혼란한 와중에도 풍속이며 놀이며 문화가 나름대로 꽃을 피우고 있었다는 것이 나타나 이상한 기분이 느껴졌다.

---------
한 가지 신기했던 점. 그리고 .. 내가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진정한 '전도', '문화 전파'의 자세가 어떠한 것이 옳은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해주는 점 하나.

예전에 청에 선교사로 갔던 사람에 대한 위인전을 보았는데, 그사람은 청렴하게 청나라 사람들의 복식을 하고 말을하고 옷을 입으며 살았는데 다른 선교사가 말리면서 '동양에서 기독교를 믿게 하려면 우리가 좋은 옷을 입고 잘 사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 종교를 믿으면 잘 살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전도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때 주인공 선교사가 어떻게 대답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고민하면서도 그대로, 자신이 하던 대로 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근데 여기 이 서울풍물지의 길모어는 학교를 운영하였는데, 넓은 양반집에서 기거하며 영국이며 미국이며 프랑스 따위에서 온갖 물품을 들여오고 궁이며 여러곳에서 들어오는 선물로 집안을 꾸미고, 테니스를 치고 서양식 피크닉을 다녔다. 그러면서 다른 선교사들에게 충고하는 장에서, 이 나라 조선에서는 양반 관료들을 귀히 여기고 자신과 같은 신분이라 하면 무시하기 때문에 선교를 위해서는 양반님네들처럼, 아니 그보다 잘 입고 잘 살아야 전도가 쉽다고 하였다. 그렇게 해야 자신들의 발전된 것을 보고 선망하며 그것이 기독교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만 보여주면 믿음을 갖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기독교를 믿는다고 천민, 양민의 생활이 그다지 나아지지는 않는다. 기독교를 믿던 안 믿던 그들은 그저 가난하고 어리석은 백성 이상으로 취급되지는 않는다. 교회 내에서조차도 백정교회와 양반교회가 나누어지는 판국이었다. 그들이 자신을 높이고 진정으로 자유를 얻게 되는 순간은 기독교를 믿고 따랐을 때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때 나타난다. 기독교만 믿으면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나? 아니. 서양인들이 도와주나? 아니. 길모어의 선교관을 보면 그냥 교회만 다니게 하면 장땡이라는 것처럼 보여서 조금쯤 무책임하다거나 속물주의라는 생각마저 든다. 진정한 구원, 종교적인 전도란 무엇일까. 그들과 고락을 함께 하고 그들의 곁에서 같이 앞으로 나아가며 얻어지는 것이 아닐까. 자신은 별개 세계의 사람인냥, 가르치고 계도하는 것으로는 얻을 수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ps. 단위정도는 표준단위로 환산해주지 그랬니...파운드 야드 피트... 정말 싫다... orz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본 조선, 조선인 - 러시아 장교 조선 여행기
카르네프 지음, A. 이르계바예브.김정화 옮김 / 가야넷 / 2003년 6월
평점 :
품절


러일 전쟁 이전, 동학농민전쟁, 아관파천, 명성황후 시해 사건에 이르기까지(순서는 이게 아니지만) 개화기 조선의 사건과 풍경을 철저히 타자의 관점에서 읽어내린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철저히 타자라고 하기 힘들다. 이들은 일본과 계속해서 동북아 패권을 두고 경쟁하고 있던 러시아의 장교들이었으니까 조선의 상황을 철저하게 파악하는 것이야 말로 그들의 의무였겠지. 어떻게 하면 조선의 방향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끌어 갈 수 있는가. 일본이 조선 지배를 위해 청이 조선에 압력을 넣는 현실을 더 강조하고 비탄한 것처럼, 러시아 장교들은 일본의 만행에 대해 마치 자신들의 일인냥 분노하고 동정한다. 한편 그렇게나 적대관계인 일본인을 부산의 일본인마을 등지에서 직접 만났을 때에는, 경계는 하지만 예의를 차리는, 속에 능구렁이 수백마리가 앉아 있는 듯한 모습으로 대하는데-싸울 이유가 없다면서- 왠지 실제로는 불꽃이 튀는 안절부절한 분위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살피고 경계하지만 쉽사리 우를 범하지는 않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정치'싸움이랄까. 이런 러시아 장교의 눈에, 일본인에 대해 곧바로 분노를 터트리는 한국인은 너무 올곧고 순박한 인간상으로 보였던 것도 같다.
또 진귀한 것은 한창 나주 등지에서 동학 농민군이 진주해 있을 때 러시아 장교들이 그 우두머리들을 직접 만났던 것이다. 자기네들도 외국인인 주제에, 그 침략의 선봉인 장교들 주제에 간도 크지. "외세에 저항하는 기치는 좋으나 그렇다고 일본인이든 여타 외국인이든 민간인들을 함부로 붙잡아 죽이는 것은 뜻을 이루는 데에 오히려 해가 될 것이다."라고 충고를 해주었더니 동학군 측에서도 순순히 충고를 받아들이고 잘 대접해주었더라는 것이다. 자신들이 적대시하는-아마 당시에는 공동의 적(일본)을 둔 동지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르지만- 외국인의 충고를 순순히 따라준 동학군 지도층이야말로 대인배! 뭐 이런 기분도 들었다.
당시 도로 상황이 나쁜 건 정말 아무리 개항을 하고 일본인들이 자신들을 위해 신작로를 닦았어도 여전해서, 말조차도 타고 움직이기 힘든 곳도 여러곳 있었던 모양이고, 그나마 역참이 잘 되어 있는 것이 인상이 깊었던 모양이고 여관-아마도 주막이나 역참-의 지저분한 상태에 대해 당황한 모양이고... 아니 그 이전에 이사람들 침대 생활하다가 그냥 단단한 바닥에 이불깔고 눕는 거 허리는 안 아팠나 모르겠다. 겨울이나 선선한 가을에는 방에 불을 떼는 것이 좋았던 모양이지만 여름에 여행한 모양인 장교 하나는 비는 비대로 맞고, 눅눅하고 더운데 음식한다고 불을 떼서 찜통 같은 방안에서 잠을 청해야 했던 모양이다. 우악, 진짜 내가 상상해도 끔찍하다.
각자 다른 코스로, 다른 시간대에 여행한 세 명의 이야기를 모아놓은 것이라서 일상 생활에는 겹치는 부분도 있지만 다른 부분도 많다. 배타고 부산으로 와서 북쪽으로 올라온 이야기, 그리고 육로로 연해주까지 와서 남쪽으로 내려온 이야기, 서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온 이야기. 경상도, 평안도-황해도, 전라도 등 잘 읽다보면 지역마다 달랐던 당시 상황도 알 수 있다.


사료로서도 가치가 있겠고 그냥 교양서로 읽기에도 충분히 재미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