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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궤도 세트 - 전2권 신의 궤도
배명훈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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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다 읽었다. 후딱. 빠르게. 반전. 그것도 조금 아픈 반전이 있었다. 그래서 마음이 복잡해져 버렸다. 배드 엔딩은 아니다. 배드 엔딩은 아닌 것처럼 그려졌다. 그렇지만 배드 엔딩 같았다. 인간이, 특히 주인공이 주체가 아닌 수단으로 그려져서, 거기에 주체적인 면이 있었나 하면 그것도 모르겠어서... 마음이 떨떠름했다.  내가 갖고 있던 모든 것이 어떤 거대한 목적을 위한 수단이었음을 알게 될 때, 그것에 만족하고 기뻐하는 인간도 있을 수 있고, 도무지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간도 있을 수 있겠지. 만약에 그런 어떤 것이 있다면 차라리 멋진 징조들처럼 노력하고 뒤틀려하고 그런 것이야 말로 그 목적으로 향하는 것이었다고 하는 편이 좋았을 것 같은데. 이 소설속의 주인공들이 하는 '납득'은 어딘가 마음에 와 닿지 않았다. 비행기와 유목민의 이야기는 참 마음에 들었지만 말이다. 인간은 신이 그려놓은 거대한 틀 안의 하나의 나사일 뿐이라면,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내가 뜻하는 바대로 결정해서 움직여 나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뜻과 의지에 따라 만들어져서 그 목표를 향해 그저 나아가고 있을 뿐이라면, 모든 과정들, 모든 내 마음의 흔들림과 만남과 아픔들에 어떤 의미를 둘 수 있는가.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거대한 목표따위 인간은 모르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그런 것이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 이순간은 목적으로 삼아, 지금 내가 체험하는 지금 이것만이-내가 생각하는 순간 내가 존재하는 것인냥, 지금 내가 생각하고 체험하는 순간만이 진실이라고 믿으면서 살아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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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디타운
F. 폴 윌슨 지음, 김상훈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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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에서 연재할 때 보긴 했지만 이번에 와우북에서 싸게 팔기에 퍼언연대기와 함께 산 다음 지난 주말에 읽었다. 잡지 연재 당시에도 좋아하긴 했지만.

다시 어... 연이어서 보니까, 그전에 생각하고 느꼈던 것보다 훨씬 마음을 후려친다. 내가 원래 약자들이 연대해서 제도나 구조에 대항하여 승리하는 그런 스토리를 좀 좋아하긴 하지만... 그래도 스타벅스에서 책 읽다가 우는 건 좀 그렇잖아? ㅡ,ㅡ; 겉모습은 하드보일드에 염세적인 탐정에 우울한 디스토피아를 그리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인간 내부에 갖고 있는 힘과 선함과 희망을 그려내는, 엄청나게 긍정적이면서 따스하고 희망찬 내용이다. 현실은 진흙투성이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야말로 연꽃은 가장 아름답게 피어나기 마련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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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전쟁 샘터 외국소설선 1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 / 샘터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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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에서 이런 책을! 놀란 것도 놀란 거지만 내용은 정말로 더 놀랍다. SF 그것도 군대와 전쟁이 중심인 우주 전쟁 물이다.-제멋대로 장르 이름을 붙여보자면-

일단 재밌다. 마구 마구 책장이 넘어간다. 인도나 다른 나라 사람들은 젊을 때에도 군인이 될 수 있지만 미국 사람들은 75세가 되어야만, 지구에서 사망신고를 하고 나서야 우주개척군이 될 수 있다! 새로운 몸을 얻어 우주에 나선 이들에게 닥친 것은 천국이 아니라 지옥. 하나 하나가 적인 낯설고 광활한 우주. 헤인세계처럼 광속을 뛰어넘지 못한 세계가 아닌 이곳은, 속도를 높이는 대신 점프를 한다. 이것에도 일종의 패러독스가 존재하는 것 같은데 자세히 다루지는 않고 휙 넘어간다. 클론도 등장하는데 그들은 클론으로서 고민을 하지만 소설에서는 그들의 고민도 휙 지나간다. 롤러코스터 아니면 총알 택시라도 탄 느낌이다.

클론, 우주여행의 패러독스, 외계문명과 진화, 대체 육체, 유전자 조작, 기타등등 기타등등 각종 SF 클리셰가 뒤범벅되어 등장했다가 휙 사라져서 무슨 SF 축제라도 온 듯한 기분이다. 그렇다면 유치하고 지루할 수도 있지 않겠냐 하는 우려도 들 수 있지만 이 책은 빠르다. 유쾌하다. 말 그대로 SF 계의 롤러코스터이고 블록버스터이다.

유쾌하고 쉽게 읽혔지만 껄끄러운 점이 없지는 않았기에 1점은 뺐다. 난 어쨌거나 "철없는 것들, 세계는 원래 냉혹한 거야. 이상은 나중에 여유가 생겼을 때나 챙겨"라고 말하는 것들은 다 싫어 한다. 비뚤어지고 편파적인 취향의 문제이니 이 점 때문에 이 책을 읽기를 꺼리지는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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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쫓는 자
로저 젤라즈니 지음, 김상훈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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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젤라즈니의 작품이라고는 저주받은자 디비쉬랑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밖에 없지만, 그래도 꽤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멋진 남자에 대해서는 엄청난 내공을 발휘하시는 듯. 별을 쫓는자는 신화SF라고 하고, 어슐러 르귄의 어둠의 왼손에 대한 젤라즈니식의 답변이라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별로 동감은 안간다. 내가 보기에는 전혀 별개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어둠의 왼손은 상당히 사회적이랄까 문화적이랄까, 기의 비행 같은 것에서도 그렇지만 어슐러 르귄은 인류학자 같은 느낌으로 세계를 그려내는데, 젤라즈니는 다분히 개인적이며 내면적인 이야기를 쓴다. 다른 것은 몰라도 별을 쫓는자는 특히. 신화적인 메타포를 활용했다고 해도 그 신화적인 경험은 빌리 내부의 경험이고 빌리의 개성과 내면의 갈등을 보여주는 장치이다. 민족전체에 대해서라든가 문화 전체에 대한 조망보다는 개인의 내면에 대한 깊이 파고들기랄까. 한 사람의 캐릭터를 그려내는데 집중한느낌.

전혀 다른 분야, 다른 시각의 것을 비교하는 건 너무 뻔하고 재미없는 일이라고 생각해.

내가 어슐러 르귄빠이긴 하지만 젤라즈니는 젤라즈니 나름의 멋이 있거든. 고독한 늑대같은 주인공이랄까. 게다가 변신외계인이 나와! 너무 좋아! 안그래도 그런 종족 하나를 생각하고 있는 와중이라서... '변신'이라는 것은 이 소설에서 상당히 큰 의미를 갖는다. 변화하면서도 살아남아갔던 나바호족, 자유자재로 변신하지만 자아를 가진 괴물... 뭐 결론을 내린다거나 다른 것을 생각하기에 일은 너무 많고 난 그저 재밌게 읽었을 뿐이고... 변신이라는 것처럼 인간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건 없다고 생각해. 그러나 자아에 대한 집착(?) 같은 것이 있기 때문에 변신에 매력을 느끼는 만큼 오히려 두려움을 느끼기도 하나봐. 우리의 캣은 그 이름만큼이나 아름답고 위험한 존재이다. 나한테는 좀 사랑스럽기까지 해서... 빌리랑 친구를 먹음 좋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될 정도였는데.. 글쎄 역시 그건 꿈속의 이야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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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속도
엘리자베스 문 지음, 정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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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인의 시점에서 세밀하게 그려낸 이야기. 이 자폐인의 경우에는 어느정도 사회화 훈련을 받은 것이라서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의 괴리를 더 크게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실제 병으로서 자폐가 아닌, 그저 자폐적인 측면이라면 일반인에게도 어느정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가 시술을 받고 비자폐인이 되고나서 예전 자신의 모습에 괴리를 느끼는 것, 단절감을 느끼는 것도 뭐랄까 묘했다. 화성의 인류학자를 볼 때 느낀 점이랄까. 사회가 복잡해지고 인간감정도 더 세밀화되었다. 어떤 사람은 그러한 감정의 층위와 형태 같은 것을 세밀하게 캐치해내지만 어떤 사람은 영 해내질 못한다. 보통은 둔감하다거나 이기적이라거나 무례하다는 이야기를 듣는 축이다. 자폐인인 루는 언제나 그런 인식을 받으며 살아간다. 그 스스로도 좀 무서울 것 같다. 안간힘을 쓰지 않으면 일말조차도 이해할 수 없다. 아니 '이해'한다는 건 터무니없는 소리일지도 모른다. 추측해볼 뿐. 비자폐인이 된 루의 눈에 다른 사람의 얼굴 표정이 단순한 패턴이 아니라 다양한 감정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것은 참 신기하다. 우리들은 둔감해진 걸까. 다른 사람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본적이 없어서일까. 나는 그런 신기한 감각, 동감한달지 감정을 이해하는 그런 감각을 맛본적이 별로 없는데 말이지. '다름'을 '다름'으로 받아들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 왜 너는 못하니, 라는 말을 듣지 않을 수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자폐인인 루도 사회적응을 위해 엄청 노력해서 그룹을 이루고 삶을 이루는데 나도 엄청 노력하지 않으면 안되겠지. 아, 인생은 언제나 고달플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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