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3일부터 10월 1일까지, 로테르담에 머물면서 네덜란드의 남서부를 싸돌아다니다가 왔습니다.
암스테르담에는 딱 하루 갔어요. 나무와 숲을 실컷 보고 오자, 이번에는 '도시'를 보고 싶지 않다, 이런 마음이 컸던 탓인가봐요. 그 예쁜 암스테르담의 집들이 이번에 막 지겹더라구요...
도자기로 유명한 작고 예쁜 도시 델프트, 네덜란드 의회가 있고 각종 국제기구가 많은 탓인지 길거리에 유난히 바쁘고 똑똑해 보이는 훈남이 많던 도시 덴 하그(헤이그), 오래된 대학이 있는 도시 우트레흐트, 그리고 가는 길이 쉽지 않았지만 충분히 보람있었던 호흐 펠뤼베(Hoge Veluwe)의 국립공원과 그 안에 자리잡은 우아하고 한적한 크뢸러-뮐러 뮤지엄(Kroller-Muller Museum), 돌고래와 왈러스, 바다표범 등등의 친구들을 실컷 보고 온 하더빅(Haderwijk)의 Dolfinarium ...
정말로 들판과 소와 말과 양과 나무와 숲을 실컷 보았고, 기차도 골고루 참 많이도 타보았고, 산이 없으니 사방에서 미친듯이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도 잘 탔고, 맛있는 치즈도 많이 먹었습니다. (근데 대도시를 다니지 않다 보니, 맛있는 음식 파는 식당은 정말 없었어요. 아니, 식당 자체가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아침은 집에서, 점심은 샌드위치 도시락으로, 저녁은 다시 또 집에서 해먹었답니다...)
또한 이번 여행의 성과 중 하나는, 네덜란드 말을 째끔 읽을 줄 알게 되었다는 것! 네덜란드 단어들을 몇 개 익혔다는 것! (작은 도시들만 다니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서바이벌 네덜란드어를 익혀야 했어요. 그래도 돌아보니 참 좋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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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흐 펠뤼베 국립공원에서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는 또치씨. 가도 가도 사람이 보이질 않아 좀 무섭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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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뢸러-뮐러 뮤지엄의 반 고흐 컬렉션을 독차지하고 앉아 있는 또치씨. 여기 정말 컬렉션도 좋고 사람도 없이 한적해서 좋았어요. 그래서 기차 타고, 버스도 두 번이나 갈아타며 먼길을 두 번이나 찾아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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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에도 갔구요. 이번이 벌써 세번째. 아아, 그래도 항상 눈물이 고이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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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그에서는 마우리쯔휘스(Mauritshuis) 뮤지엄에서 진주 귀고리 소녀도 만났어요. 근데 진주귀고리 소녀도 예쁘긴 했지만, 루벤스가 그린 <양초를 든 노인과 소년> 그림에선 정말 광채가 우러나서 깜짝 놀랐어요.
헤이그에선 에셔 선생님의 신비한 세계도 실컷 만났답니다.
히,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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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해안가에 하더빅이라는 소도시가 있는데, 거기 Dolfinarium 이라는 데가 있어요. 여기서 본 갖가지 동물 쇼가 정말 좋았습니다. 동물을 학대(!)하고 훈련시키는 쇼가 아니라, 얘들이 인간이랑 얼마나 친하게 지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쇼라서 보는 마음이 참 편했어요. 여기선 하루 종일 놀았습니다.
저는 이렇게 사진에 구멍 뚫어놓은 데다가 얼굴 대고 찍는 거 되게 좋아해요. (저희 집에 오시면 제가 장금이도 되어 있고, 말괄량이 삐삐도 되어 있는 사진들이 있어요.) 헤헤, 이것두 참 잘 나왔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