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 개정증보판
정재승 지음 / 어크로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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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0년이 지나 개정판까지 나온 이 책을 이제서야 읽었다.

 

책 속에서 되풀이 되어 나오는 낱말이 '프랙털'과 '카오스'인데, 잭슨 폴록의 그림을 프랙탈 이미지로 설명하고 있다.

'프랙털'이란 말은 예일대 수학과 교수였던 브누아 만델브로트가 만든 용어이다.

아무리 작은 스케일에서 들여다보더라도 미세한 부분들이 전체 구조와 유사한 구조를 무한히 되풀이하고 있는 양상은 자연의 패턴들이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이고 이것을 '프랙털'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한참 전에 시각문화교육 관점에서 쓴 미술교과서에 나온 내용이 기억났는데, 다시 보니 프랙털에 대한 정확한 서술은 아니었던 듯싶다.

어쨌거나 한국 미술에도 프랙털 구조가 있다고 한다면 아프리카 사람들이 만든 전통 가옥 구조나 사하라 사막의 강풍을 막기 위한 천막 설치 등에서 프랙털 구조가 발견된 것과 같이 전 세계에서 매우 희귀한 사례가 될 것이다.

 

 

전 세계 사람들은 여섯 다리 건너 다 아는 사이다, 백화점에 창문이 없고 거울이 많은 이유 등과 같은 내용은 익히 들어온 거라 쉽게 느껴졌지만 복잡계 경제 이야기와 금융 공학은 사전 지식이 좀 필요하다 싶은 단락이다.

다행히 지난해 연말에 경제사 책 쉬운 거 하나 읽었으니 망정이지 뭔 말인지 못 알아들을 뻔했다.

 

그리고 '브라질 땅콩 효과'는 정말이지 나도 살면서 직관으로 깨달았던 자연 현상이다.

삽질을 많이 하다 보면 입자가 작은 흙은 아래에 깔리고 굵은 흙이나 자갈이 위로 드러난다는 걸 알게 된다.

이런 걸 연구하는 분야가 '알갱이 역학'이란다.

 

 

4악장에서 다루는 소음, 사이보그, 크리스마스(산타), 박수 부분은 좀 어려운 수식들이 등장하여 어려운 느낌이었지만 내용의 대략을 이해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는 정도였다.

10년 전 책에는 없을 커튼콜 부분에서는 (박수로 끝내고 커튼콜로 에필로그를 삼는 자의식이 좀 거슬리기는 하지만) 천장이 높은 곳에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가 솔깃하다.

나중에 집을 지을 일이 혹시 있다면 참고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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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과 전쟁 : 고대 국가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74
박대재 지음 / 책세상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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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인자'와 '작인'이라는 사회학 용어를 배웠다.

작인은 사회구조의 강제에 구애받지 않는 행위자의 능력을 가리킨단다.

삼국은 4세기 이후 중앙집권 국가로 전환했다는 기존의 가설을 부정하고 신라 중대 7-8세기를 제외하면 대부분 분권국가의 형태였을 거라고 주장한다.

또 불교가 중앙집권 국가가 성립할 수 있었던 사상적 배경이 아니라 중앙집권 이후에도 불교 이전의 전통적 의식체계가 남아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통적인 정치사 위주의 역사 서술도 중요하지만 문화사, 사회사 등 다양한 방법으로 역사를 이해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경청할 만했다.

 

 

 

책에서 발췌

 

 

인자(Agent): 개인, 집단
작인(Agency, 作因): 사회과학에서는 사회구조와 대비되어 정의됨. 사회구조의 강제에 구애받지 않는 행위자(들)의 능력을 가리킴. 작인에 따른 분석은 인간의 의도(전략), 자유의지, 선택을 강조하며 ‘개인’을 분석의 중심에 놓는다. (16)

근래의 종합적 구조주의에서 개인은 사회구조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구조를 재생산, 변형(구조화)할 수 있는 작인을 가진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17)

또한 기존 패러다임은 국가의 동인으로, 체계(구조)의 운영에 요구되는 물질요소(자원, 인구, 무역, 생산, 영역, 재정)를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사회를 구성하는 인자(개인, 집단)의 ‘심성Mentality’과 관련된 인지(認知), 상징, 신앙, 의식(儀式) 등 비물질적인 요소에는 주목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 (17)

근세의 정치 이론에 따라 국가는 종교(형이상학)와 공존 고리를 잃어버렸고 인간의 종교는 단지 국가의 구조에 예속되어 있을 뿐이며 국가는 종교를 이용해 국가의 구조와 권력을 더욱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인식되었다. (20)

민족고고학 Ethnoarchaeology
민족역사학 Ethnohistory
민족 ‘Ethno’은 근대 국가의 민족(nation)과 차이가 있다.
‘민족Ethno’이란 혈연, 문화(관습·신앙·언어), 역사(전통) 등을 공유하는 사회집단을 의미 (22)

분권국가는 독립적인 중앙집권과 강제적인 권력에 기반하지 않고 중앙에서 부분적으로 독립된 지방의 정치 집단들로 구성되며, 이들은 정치제도와 군사력의 강제에 의해서가 아니라 의식Ritual(신앙)의 이데올로기와 혈연을 통해 중앙의 국왕에 묶여있다. 국가를 ‘단일한Unitary’ 구조로 이해하는 중앙집권 국가 모델과 달리 분권국가 모델은 중앙과 지방 세력, 정부와 정치 집단 사이의 상호관계를 다양한 각도에서 역동적으로 파악하려 한다.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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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경제의 역사 즐거운 지식 (비룡소 청소년) 3
니콜라우스 피퍼 지음, 알요샤 블라우 그림, 유혜자 옮김 / 비룡소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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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글.

결국 돈은 버는 이들은 투기를 조장한 이들 뿐.

 

 

 

튤립은 16세기에 콘스탄티노플을 통해 유럽에 처음 소개되었다. 꽃잎이 터번처럼 생겼다고 해서 터키에서는 이 꽃을 터번이라는 뜻의 '툴리반드'라고 불렀다. 유럽 인들은 튤립을 이국적이고 비싼 꽃이라고 생각해서 앞다투어 정원에 튤립을 심었다. 튤립은 점점 부의 상징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무리를 해서라도 튤립을 사고 싶어 했다. 그즈음 주식으로 사람들의 살림이 넉넉해지자 튤립에 대한 수요가 계속 증가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지금 튤립 뿌리를 사 두었다가 나중에 튤립 값이 올랐을 때 되팔면 큰돈을 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사려는 사람이 많아지자 튤립 뿌리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기 시작했다.

주식과 달리 튤립 뿌리는 눈으로 볼 수 있는 물건이어서 귀족이나 상인뿐만 아니라 수공업자, 농부, 하인 들까지 모두 투기 열풍에 휩싸였다. 증권 거래소에서는 튤립 증권이 거래되었고, 온 국민이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부자가 되기를 기대했다. 가격이 최고점에 이르렀을 때는 튤립 뿌리 하나가 2,500굴덴이나 했다. 그 돈이면 호밀 두 수레, 살진 황소 네 마리, 큰 돼지 네 마리, 양 열두 마리, 맥주 네 통, 포도주 두 통, 치즈 1,000파운드, 침대, 은으로 만든 잔과 양복을 살 수 있었다.

이런 튤립 열풍은 3년이나 계속되었다. 그러다가 1637년 어느 날, 몇몇 사람들이 생각처럼 높은 값에 튤립 뿌리를 팔 수 없음을 깨달았다. 기겁을 한 사람들은 가장 유리한 가격에 자기가 가진 튤립 뿌리를 모두 팔아 치웠다. 그제야 사람들은 튤립 뿌리가 정원에 심는 용도 말고는 전혀 쓸모가 없다는 것을 이해했다. 많은 사람들이 엄청난 혼란에 빠져 들었다. 팔려고 하는 사람은 많은데 사려는 사람은 없어 튤립 뿌리의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떨어졌다. 특히 나중에 돈을 벌면 이자를 갚을 수 있다는 생각에 빚을 얻어 튤립 뿌리를 산 사람들의 피해는 이만저만 큰 게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재산을 잃고 파산했다.

역사 속에서 투기 열풍은 늘 이와 비슷한 과정을 거치며 진행된다. 처음에 누군가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내면 많은 사람들이 열광적으로 참여하고 뒤이어 더 많은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 끼어든다. 그러나 비누 거품이 사라지듯 열기가 식으면 시장은 혼란에 빠지고 사람들은 파산하고 만다. (115-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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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화 선생이 '호남'이란 명칭에 대해 쓴소리를 한다.

다음은 책에서 인용.

 

 

* * *

 

 

이중환은 또 각도의 인심을 이렇게 품평했다.

 

 

“평안도의 인심이 순박하기가 첫째이다. 다음은 경상도로서 풍속이 진실하다. 함경도는 지역이 오랑캐 땅과 잇닿았으므로 백성의 성질이 굳세고 사납다. 황해도는 산수가 험한 까닭에 백성이 사납고 모질다. 강원도는 산골 백성이어서 많이 어리석다. 전라도는 오로지 간사함을 숭상하여 나쁜 데에 쉽게 움직인다. 경기는 도성 밖의 평야 고을은 백성의 재물이 보잘것 없다. 충청도는 오로지 세도와 재리만을 좇는다.”

 

이중환은 생활환경과 인문지리를 중심으로 유교 가치관에 따라 평가를 내렸으나 인상 비평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였다. 그리고 폐단은 헤아리지 않고 단순한 관념으로 자신의 의견을 늘어놓았다.

안정복은 『임관정요』(臨官政要)에서 각도의 인심과 교화 방법을 제시하였다.

 

“경기의 풍속은 인색하고 이익만을 따르므로 마땅히 돈후와 성실로써 교화해야 한다. 호서의 풍속은 방탕하고 체모를 거짓으로 지으므로 마땅히 진중하고 근실함으로 교화해야 한다. 호남의 풍속은 기교를 부리고 거짓 성실한 체하므로 마땅히 엄격과 성신으로써 교화해야 한다.”

 

서북 지방과 강원도에 대한 견해는 이중환과 비슷하다.

각 지방에 대한 이상의 평들은 오늘날의 지리학에서 말하는 환경과 인문에 근거하지 않고 주로 풍수설에 토대를 둔 것으로, 유교 문화를 기준으로 재단하여 비록 생산, 문화 등을 언급하였지만 다양성보다는 결정론의 관점에서 평가를 내렸다.

각 지역의 행정구역 명칭이 아닌 다른 이름을 알아보자. 서북은 함경도, 평안도, 황해도를 통틀어 말하는 것이다. 함경도는 동북면으로, 평안도는 서북면으로, 황해도는 해서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강원도를 관동, 평안도를 관서라 부르기도 한다. 경기는 임금이 있는 도성 주변이라는 뜻으로 기전(畿甸)이라고 하였다. 전라도를 호남, 충청도를 호서, 경상도를 영남이라 한다. 강원도 북쪽을 영북, 동쪽을 영동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 용어들은 조선조 모화주의자들이 중국의 지역 호칭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 중국에서는 만리장성 끝자락에 있는 산해관의 동쪽인 만주 일대를 관동, 그 서쪽의 만리장성 아래 일대를 관서라 한다. 동정호의 남쪽을 호수의 남쪽이라 하여 호남, 그 북쪽을 호수의 북쪽이라 하여 호북이라 한다. 강원도를 관동이나 영동이라 부르는데, 영동은 대관령의 동쪽이라는 뜻을 담았다고 할 수 있으나 관동은 그 중간에 관문이 없으니 억지로 붙여진 것이다. 호남, 호서는 경기 아래에 큰 호수가 없으니 전혀 자연지리에 맞지 않는다. 김제의 벽골제를 중심으로 삼아 호(湖)자를 붙였다는 말은 억지이다. 다만 동북이나 서북 따위, 위치와 방향에 따라 붙인 호칭과 추풍령과 조령에 막혀있는 영남의 호칭은 그런 대로 사리에 맞는다. (154-155)

 

 

 

 

 

 

'호남'에 대한 이야기가 5권에도 나온다.

 

 

왕건은 신라의 진골귀족제를 타파하고 새로운 관료적 신분사회를 열었으나 지울 수 없는 하나의 역사적인 과오를 범하였다. 유훈을 통해 지역 차별의 꼬투리를 만들었던 것이다. 왕건은 ‘훈요십조’의 여덟 번째 항목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車峴의 남쪽과 공주강(금강)의 바깥은 산지의 형세가 거슬리게 뻗어 있어 인심도 그와 같다. 그곳 아래의 고을 사람들에게는 벼슬을 주지 말고 왕실 인척과의 혼인도 금하라. 일찍이 官寺의 노비와 나루와 驛의 雜尺에 속하였던 무리들 가운데는 더러 권세에 의탁하여 권력을 부리고 정사를 어지럽혀 재앙을 불러오는 자가 있을 것이다. 비록 양민들일지라도 벼슬을 맡기지 말라.

 

학자들은 ‘차현’은 태백산 줄기에서 서쪽으로 가로 누운 차령산맥, ‘공주강’은 금강의 물줄기가 남쪽에서 북쪽으로 흐르는 지세를 가리킨다고 보아왔다. 다시 말해 풍수지리가 좋지 않다고 핑계대고 있으나 사실은 후백제의 지배세력과 그 주민들에게 오래 시달림을 받은 감정을 씻지 못해 이런 교훈을 내렸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또 이곳 주민들이 고려에 대항하여 끈질기게 버티자 禾尺, 揚水尺과 같은 천민으로 만들어 도살업을 맡기고 버들고리를 만들어 팔게 하였으며, 집단마을인 部曲에 살게 하였다고 주장한다. 또한 여진의 포로 따위 북방계 민족을 천민으로 만들어 부곡에 살게 하였다고도 한다. 이들을 새로운 지배집단에 끼지 못하도록 막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도 있다. 일본인 학자 이마니시 류(今西龍)는 그뒤에도 호남 인물들이 적잖이 등용되었음을 지적하고, 거란의 침입이 있을 때 나주로 피란하였던 顯宗이 이 지방에서 우대를 받고 이곳 사람들을 많이 등용하려 하자 신라계 사람들이 미연에 방지하려고 이를 조작하였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왕건이 두 번째 왕후로 목포 출신인 장화 오씨를 맞이하였고, 오씨의 아들인 혜종으로 하여금 왕위를 잇게 한 정황으로 보아 이 지역 차별론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보기도 한다. 근래에 이재범(李在範)은 새로운 주장을 내놓았다. ‘차현의 남쪽과 공주의 바깥’ (車峴以南 公州江外)을 좁은 범위로 보아 차현은 차령산맥이 아니라 공주 북쪽에 있는 고개를 지칭한 것이고, 공주강 바깥은 넓은 남쪽 지대를 포괄한 표현이 아니라 공산성 북쪽을 중심으로 한 주변 일대로 보는 것이다. 따라서 웅주(공주의 옛 이름) 주변 고을 30여 성을 가리킨다고 주장한다. ‘차현 남쪽과 공주강 바깥’을 좁은 범위로 볼 때 이 주장은 설득력을 지닌다.

뒷날의 풍수학자들은 별로 의심 없이 이를 호남 지역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아 풍수설에 따라 재해석하였다. 어쨌든 뒷날 이 유훈이 철저하게 지켜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영토의 3분의 1이나 되는 지역을 차별해서는 제대로 통치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6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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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사 개론서와 입문서들.

신간이 나오면 목록에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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