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런 사람 꼭 있다.

 

1.

지나치게 지출해서 속물인 사람은, 적당한 정도 이상을 씀으로써 지나침으로 흐르게 된다. 즉 그는 지출을 조금 해야 될 일에 많이 하며, 천박한 사치를 과시한다. 예를 들면 조그만 회식을 마치 결혼식 잔치처럼 차리며, 또 희극 경연대회에 나가서 합창단을 꾸밀 때는, 메가라 사람들이 그러는 것처럼 자주색 옷을 입혀서 무대로 등장시킨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그는 명예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 부를 자랑하기 위해서 한다. 그는 이런 것들로 해서 자기가 존경받는 줄 생각한다. 그리고 그는 마땅히 많이 써야 할 곳에서는 적게 쓰고 마땅히 적게 써야 할 곳에서는 많이 쓴다.

이와 반대로 쩨쩨한 사람은 무슨 일에나 부족하게 쓴다. 그는 가장 큰 돈을 들였을 때에도, 사소한 일로 그 성과의 아름다움을 깨뜨려 버린다. 또 무슨 일을 하든지 주저하며, 어떻게 하면 돈을 가장 적게 들일 수 있을까 궁리하고, 그렇게 돈을 적게 들이고서도 끙끙 앓으며, 또 무슨 일을 하든지 자기에게 합당한 정도 이상의 규모로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88)

 

2.

좋은 조건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거만하고 불손해진다. 덕이 없으면, 행운이 가져다 준 좋은 조건들을 의젓하게 받아들여 점잖게 처신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덕이 없으면 처신할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남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며 남을 멸시하고 제멋대로 행동한다. 덕이 없으면, 그들은 긍지 있는 사람과 같지 않으면서도 긍지 있는 사람을 자기들이 할 수 있는 한 흉내낸다. 그래서 그들은 덕 있는 행위를 하지 않으면서 그저 남을 멸시한다. 긍지 있는 사람의 멸시는 정당하다고 하겠지만, 보통 세상 사람들은 공연히 남을 멸시하는 일이 많다. (91)

 

그러면 도대체 긍지 있는 사람이란 어떤 사람인가?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렇게 말한다.

 

3.

긍지 있는 사람은 별로 감탄하는 일이 없다. 그에게는 아무것도 큰 것이 못되기 때문이다. 또 그는 온갖 언짢은 일을 기억하지도 않는다. 지난 일을 오래 기억하고 있는 것, 특히 언짢은 일을 언제까지나 기억하는 것은 긍지 있는 사람의 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긍지 있는 사람은 또 소문을 좋아하지도 않고 농담을 즐기는 자도 아니다. 그는 자신이 칭찬을 받는 일에도, 타인이 비난을 받는 일에도 신경을 쓰지 않는 까닭에, 자기 자신에 대해서나 타인에 대해서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그는 무턱대고 남을 칭찬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무턱대고 남을 나쁘게 말하지도 않는다. 남을 억누르기 위한 경우라면 몰라도 그는 자기의 적에 대해서도 나쁜 말을 하지 않는다. 또 긍지 있는 사람은 어쩔 수 없는 일들이나 작은 일들에 대해서 슬퍼하거나 남의 도움을 청하는 일이 적다. 이런 일들에 대해서 슬퍼하거나 남의 도움을 청하는 것은 이런 일들을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하는 짓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익이 많고 유용한 것보다는 오히려 이익이 적어도 고귀한 것들을 소유하고자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자기를 존경하는 사람에에 더욱 합당한 일이기 때문이다. (93)

 

예나 지금이나 이런 사람들이 있었다. 사실 사회 관계 속에서 어느 정도 허세가 필요할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알게 모르게 숨기거나 일부만 드러내어 상대로 하여금 나를 실제보다 좋게 보이게 처신하거나 말하는 경우 또한 일종의 허세라 할 수 있다.

누구나 남에게 잘 보이고 싶은 욕망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허세는 그야말로 허망으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글을 인용해서 서재에다 끄적거리며 허세를 부리고 있는 나 역시 마찬가지가 아닌가. 하지만 글을 옮겨 적으며 나는 과연 어떤 종류의 사람인가, 그리고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를 성찰할 수 있는 계기도 된다. 혹시 또 모르지. 이러다가 기원전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의한 '善한 인간'이 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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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2-04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러셀 로버츠의 책을 읽어서 그런 걸까요? 애덤 스미스도 《도덕감정론》에서 사치를 과시하는 속물, 거만한 감정을 경계했어요.

돌궐 2016-02-12 09:38   좋아요 0 | URL
어느 시대에나 늘 있는 거 보면 그런 사람들한테는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유전자 같은 게 있는가 봐요. 어쩌면 물질을 숭상하는 사회가 사람을 그렇게 만드는 거 같기도 하고요.

오쌩 2016-02-29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물근성에서 자유로울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분수있게 쓰고,모르는것을 부끄러워 하지않는.
그래서 삶의 철학과 가치관이란게 필요한가봅니다.
어른이되고 나이 먹으면,자연스럽게 형성되는줄 알았는데, 배우는 노력을 계속하고,그것을 기준삼아 실천하는게 평생의 숙제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돌궐 2016-03-01 07:19   좋아요 0 | URL
과시가 삶의 철학이고 가치관인 사람도 있는 거 같아요. 그나마 서재에선 배움을 추구하는 분들이 많아서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