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축 중국건축 일본건축 - 동아시아 속 우리 건축 이야기
김동욱 지음 / 김영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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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대로 알지 못하는 범주의 깊이 있는 서술을 볼 때마다 부럽다. 그러다가 내가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자괴감이 들 때쯤 공연히 별점을 한 개 줄이고 싶은 못된 심술이 솟아나기도 한다. 저자의 폭넓은 견문과 학식을 접하면서 마치 테레비에 나오는 '참 쉽죠~'라는 유행어를 듣는 거 같기 때문에. 그만큼 쉽게 읽히는 개설서지만 이런 책은 결코 쉽게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여 나는 겸손한 마음으로 별점을 꽉 채웠다.

 

공포와 화반의 역사적 변천과 한중일 교류 관계에 대해 개요를 파악할 수 있어서 좋았고, 석조물에서도 몇 가지는 기존에 듣지 못한 분석이 있었다. 불국사 석축에 관한 건축적 분석은 귀담아 들을 만했다. 내가 과문한 탓인지 우리 문화재에 관해 금시초문인 내용들이 많았다.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유물이나 유적을 깊이 있게 알게 되면 그 예술적 가치도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그러니까 알면 알수록 더욱 찬탄을 하게 된다. 모르면 감동도 없는 법이다.

 

종묘 정전 월대 박석에 관한 막연한 찬탄이나 감상이 아닌 시각적, 기술적 분석은 냉철하면서도 감동을 주는, 건축사와 공장사(工匠史)를 전공한 저자가 아니라면 절대 들려주기 힘든 설명이었다. 

 

(종묘 정전 박석의) 돌은 규산염광물로 이루어진다고 하며 화강암은 실리카, 즉 규소와 산소의 화합물인 이산화규소를 다량 함유하고 있는데 그 색상은 기본적으로 희다. 따라서 이런 흰빛을 띤 화강석 표면을 너무 곱게 다듬어서 바닥에 깔게 되면 빛이 반사되어 눈이 부시게 되고 또 빗물이라도 표면에 남아 있으면 미끄러질 우려도 있다. 요즘 우리 주변에 이런 불편한 돌 표면이 적지 않다.

조선시대 석공들은 이런 문제를 잘 알고 있었던 듯해서 박석 표면을 일부러 거칠게 두었다. 박석의 크기도 일정하게 하지 않고 모양새도 제각각이다. 얼핏 보면 부실 공사이거나 일을 대충하고 마무리를 치밀하게 완성하지 않은 듯 보이지만 그 결과를 두고 보면 어느 것이 더 옳았는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석공들의 가슴에 담긴 천연스러움이 느껴진다. 완벽한 마무리에 매달리지 않고 재료가 갖는 속성을 숙지하여 가장 사람들에게 편안한 아름다움을 제공해주려는 미학이 담겨 있다. 조선시대 분청사기에 대해 이와 비슷한 평가가 내려지고 그 예술성이 높이 평가되고 있는데, 종묘 정전 월대 박석도 그런 평가의 대열에 넣어도 무방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196)

 

책에는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정보들이 수두룩하였다. 이는 저자의 학문적 성과에서 오는 것이다. 다만 어떤 내용에서는 충분한 도판이 소개되지 않아 막연한 짐작만 하고 넘어간 경우가 있어서 그게 조금 아쉬웠다.

 

한국건축사 수업에서는 교재 다음으로 읽어야 할 필독도서급이고, 동양건축사 수업을 한다면 거의 교재급이라 할 수 있는 책이다. 권위자의 경험과 관점을 골고루 담아낸 역저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무덤덤하게 써 내려간 결정적 문장들을 밑줄을 좍좍 치며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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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허세는 지붕부터
    from 突厥閣 2015-08-04 23:07 
    한옥의 처마 곡선에 대해 허황된 예찬을 많이 들어왔지만 김동욱 선생은 이에 대해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매우 재미있고 뜨끔한 이야기라 적어 둔다. (우리나라에서) 살림집에까지 처마 곡선을 살리려고 한 자세가 극단적으로 나타난 것이 서울 가회동 북촌마을의 집들이다. 북촌마을 주택은 대개 1930년대에 와서 서울의 주택이 부족해지자 큰 집터를 잘게 쪼개서 작은 집을 여럿 지어 팔 목적으로 지은 소위 집 장사 집이다. 따라서 이런 집은 비좁은 대지
 
 
달걀부인 2015-08-05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돌궐 2015-08-05 07:40   좋아요 0 | URL
달걀부인 님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