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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권진욱 옮김 / 한문화 / 201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어제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를 다 읽었다. 신뢰하는 이웃 님들의 추천을 보고 나서 찾아 읽었다.
결국 각 잡고 쓸 생각 말고, 쓰는 것을 일상으로 만들라는 거다. 작업실 근사하게 꾸며놓아야 글이 나오는 게 아니란 것이고 작가라면 언제 어디서든 곧바로 연필을 들고 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 말에 영감을 얻은 것일까. 아까 점심 때쯤 문득 벚꽃잎 운운하는 글을 북플로 적었는데, '뼛속까지 내려가서 쓰라'는 얘기와 아까 겪었던 경험과 옛날의 기억이 섞여서 화학작용을 일으킨 듯하다.
뼈는 우리 몸을 지탱해 줄뿐만 아니라 피를 만들어 공급한다. 내 몸의 피는 뼈가 만든 것이다.
이런 관념이 있는 내게 차창으로 날아들어온 벚꽃잎은 잊었던 젊은 날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고, 그 기억은 저런 민망한 글을 끄적이게 한 거다.
핑크빛 벚꽃잎이 내 피가 됐단다. 아하핫! 이거야 원 낯 간지러워서 견딜 수가 없다.
각설하고,
나탈리 골드버그가 선 수행을 오랫 동안 했다고 하던데, 그녀도 밝히고 있듯이 이 책에서 말하는 글쓰기 훈련 과정은 결국 불교의 선 수행 과정과도 일치한다. 곳곳의 문장 속에는 불교적 인식론도 수시로 나왔다.
연기론이나 보살사상을 이 책에서 읽게 되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아무튼 대단한 에너지를 뿜는 글쓰기 책이다. 어떤 형태로든 글을 쓰려는 분들은 꼭 한 번쯤은 읽어봄직 하다.
당신이 누구인지 잊어버려라. 당신이 쳐다보고 있는 모든 사물들 안으로, 거리 속으로, 물 잔에 담긴 물 속으로, 옥수수밭 속으로 들어가 그대로 사라져 버려라. 당신이 느끼는 바로 그것이 되어 그 감정을 태워버려라. 걱정하지 말라. 당신은 초조함에서 벗어나 환희에 도달할 것이다. 만약 당신이 어떤 감정을 잡았다거나, 그 감정과 완전히 하나가 된 바로 그 순간을 냄새 맡거나 보게 되면, 당신은 이미 위대한 시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런 다음 우리는 다시 지상의 삶으로 돌아온다. 위대한 비전을 갖춘 작품만이 남는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또 다시 책 속으로(물론 좋은 책 속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이유다. 그러니 우리가 누구이며 어떻게 우리 자신에게 이를 수 있는지 밝혀 주는 작품을 읽고 또 읽어라. 이 과정 속에서 우리는 자신과 타인에 대한 연민을 키우고 다정한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을 거듭 체험하게 된다. (140)
방 안에 있는 고양이가 움직이는 물건을 응시하는 모습을 지켜본 적이 있는가. 고양이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으면서 동시에 모든 감각을 동원해서 보고, 듣고, 냄새를 맡는다. 당신이 거리에 나가 배워야 할 것이 바로 그런 고양이의 태도다. 고양이는 돈이 얼마나 필요할까 계산하거나, 플로렌스에 가면 누구에게 엽서를 보낼까 고민하지 않는다. 단지 생쥐 한 마리, 마루 바닥에 구르고 있는 공 또는 크리스탈에 반사되는 빛줄기를 응시하고 있을 뿐이다. 고양이는 언제라도 자신의 모든 것을 튀어 오르게 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렇다고 당신이 당장 네 발로 기고 꼬리를 치켜 세우라는 말은 아니다. 단지 고요하게 응시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141-142)
어떤 글을 쓰겠다고 계획했을 때 동물처럼 행동해보자. 동물처럼 천천히 움직이고, 동물처럼 당신이 쓰려는 이야기의 먹잇감들을 하나씩 비축해 두자. 어떤 방법이든지 상관없다. 일상의 찌꺼기에서 발굴해내든지, 도서관을 찾아가든지, 정신의 정원으로 나가든지 마음대로 하라. 무엇이 되었든 모든 감각을 집중시켜라. 논리적인 마음은 꺼버려라. 마음을 비워 놓고 생각이 들어가지 않게 하라. 언어가 배꼽에서부터 올라오는 것을 느껴라. 머리를 위 속으로 끌어내리고 소화시켜라. 당신 육체가 양분을 빨아들이도록 내버려 두라. 인내심을 가지고 한결같은 균형을 유지하라. 생각의 지층에 있는 무의식의 세계 속으로, 당신의 핏줄 속으로 글쓰기를 삼투시키라. (142-143)
결국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 진정 글을 쓰고 싶다면 모든 것을 잘라내고 쓸 수밖에 없다. 글을 쓰기 좋은 완벽한 환경도, 습작 노트도, 펜도, 책상도 없다면, 자신을 유연하게 훈련시킬 수밖에 없다. 아무리 낯선 환경 속에서도, 완전히 다른 장소에서도 글쓰기 훈련은 계속되어야 한다. (164)
자신이 쓴 글 중에서 좋은 부분은 표시를 해두라. 이것들을 글감 목록에 적어 놓으면 다음 번 다시 글을 쓸 때 그 중 하나를 잡아서 새롭게 시도해볼 수 있다. 또 표시를 해둔 글은 그 문장에 대한 기억을 강화해 훗날 필요한 상황에서 무의식적으로 그 문장이 떠오르도록 만든다. 이렇게 서로 떨여 있던 별개의 부분들이 뭉쳐져서 어느 날 갑자기 하나의 놀라운 작품이 탄생할 수도 있다. (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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