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석에 앉아 창문을 조금 열고 북플을 보고 있자니
그 살짝 열린 창틈으로 벚꽃잎이 마구 들어온다. 바람을 따라.
벚꽃잎은 왜 이렇게 하나하나 떨어져서 함박눈처럼 휘날리나. 노트 위에도 벌써 두 개나 떨어졌다.
아주 오래 전에 청자켓을 입고 학교에 다닐 때 벚꽃잎이 떨어지는 교정 벤치에서 종이컵에 소주를 따라 마셨다. 그 작은 잔에도 벚꽃잎 하나가 찾아와 제 몸을 담그길래 나는 망설이지 않고 함께 마셔주었다.
그 옅은 분홍빛 작은 잎 하나가 지금도 내 몸 속 어딘가에 피가 되어 흐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