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에서 파는 토종순대를 삼천 원어치만 포장해달라고 했다.
오천 원어치를 사면 꼭 먹다가 남겼기 때문에 삼천 원어치만 달라고 했다.
집에 반 병 남아있던 소주와 함께 혼자서 순대를 먹었다. 허파와 간도 먹었다.
오늘 내가 굳이 순대를 사서 먹은 이유는 아무래도 아까 식전에 이런 시를 읽었기 때문인 것 같다.
식물성 곱창
이글이글 타오르는 숯불
석쇠 위 둥글게 몸 말고 있는,
한때 초원 하나쯤은 거뜬히 소화시킨 기관들
성급한 젓가락을 찌르고 누르고 뒤집는다
달구어진 쇠에 찰싹 달라붙어 불을 버티는
초식기관들 그러나 생전의 소가 그러하였듯
길길이 날뛰는 막무가내의 고집,
토막난 채 흘러나오는 누런 콧물 눈물
깍지를 풀고 노릇노릇 익는 동안
한결 부드러워진다
이제 참나무는 죽어 숯불이 되고
죽은 소의 일부가 안주로 남았다
입속에서 잘게 톱질당한 곱창들
찬 소주와 함께 빈속으로 내려갈 때마다
화하게 피어나는 풀냄새,
왕성한 위액이 또 입맛을 다신다
- 이재무, <저녁 6시>, 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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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은 음식을 소재로 시 쓰는 일이 많은 듯하다.
나는 그저 게걸스럽게 먹기 바쁜데 그들은 곱창을 앞에 두고 이런 낱말들을 떠올린 것이다.
혼자서 곱창집에 가긴 뭣 하고 그렇다고 불러낼 이도 없었다.
순대를 사서 소주와 함께 먹은 걸로 만족한다.
뇌수조차 얼어 터질 것 같은 추운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