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구미를 당기길래 잠깐 앉아서 앞 부분만 조금 읽어 보았다.

아래 옮겨 적은 이야기를 읽다 보니 인간의 나약함과 잔인함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책임을 없애면 사람은 변한다
이런 무서운 실험도 있다. 그 유명한 밀그램의 실험이다. 이것은 사회심리학자인 스탠리 밀그램(Stanley Milgram, 1933~1984)이 권위와 복종에 대해 연구하던 중 실시한 실험으로 내용은 이렇다. 피실험자 40명이 각각 교사와 학생, 실험자의 역할을 맡는다. 학생들은 학생만의 방에 들어가고, 실험자와 교사는 함께 다른 방에 들어간다. 그들은 학생의 얼굴을 볼 수 없으며, 인터폰 너머로 학생의 목소리만 들을 수 있다. 그리고 교사의 질문에 학생이 대답한다. 교사는 틀린 대답을 한 학생에게 전기 충격을 주며, 실험자는 교사에게 학생이 틀린 대답을 할 때마다 450볼트까지 전압을 올리도록 지시한다.


사실 이 실험의 대상은 교사 역할을 맡은 사람들이었고, 학생과 실험자는 한통속이었다. 실험자가 교사에게 “지금 학생이 틀렸으니 전압을 올리십시오”라고 말하면 교사는 전압을 올려 학생에게 전기 충격을 주도록 했다. 그러나 사실 전류는 흐로지 않았고, 학생 역할을 맡은 배우는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연기했다. 그리고 실험 도중에 권위 있는 박사 역할을 맡은 사내가 나타나 힘찬 어조로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교사 여러분은 책임을 질 필요가 없습니다. 모든 책임은 대학이 집니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실험을 계속하자 교사 역할을 맡은 사람 모두가 300볼트까지 전압을 올렸고, 60퍼센트가 최대 전압인 450볼트까지 계속 전압을 올렸다고 한다. 자신의 조작에 학생이 심한 고통을 받고 있음에도 자신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고 권위 있는 존재가 나타났다는 이유로 윤리적 가치관 따위는 저 멀리 날려버린 것이다.


이 실험을 기획한 이유는 히틀러의 학살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였다. 히틀러는 우생 사상을 바탕으로 수많은 유대인을 학살했는데, 학살에 관여한 사람들이 정말로 명령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학살을 자행한 것인지, 즉 인간은 명령을 받으면 어느 정도까지 그에 따를 수 있는지를 확인하려는 것이 실험의 목적이었다.


실험 결과, 명령에 끝까지 복종한 사람은 60퍼센트였다. 또 상당한 수준까지는 지시에 따랐지만 양심의 가책을 견디지 못하고 이탈한 사람이 40퍼센트였다. 놀랍게도 처음부터 명령을 거부한 사람이나 이른 단계에 이탈한 사람은 없었다.


이 실험의 경우는 “심리학 실험입니다”라고 처음부터 알려주었으므로 명령을 거부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상명하복을 절대적인 가치로 여기는 군대에 들어가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호된 처벌을 받는 상황이고 주위 사람들도 명령을 따르고 있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명령을 거부하지 못할 것이다.
이렇듯 인간은 원래 겁이 많은 존재다. (37-39)

 


뇌를 절제해 병을 고친다?
안토니우 에가스 모니스(Antonio Egas Moniz, 1874~1955)라는 무서운 의사가 있었다. 포르투갈의 신경학자이며 정치가로도 활발히 활동한 그는 악명 높은 로보토미(Lobotomy) 수술을 고안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놀랍게도 그는 1949년에 노벨생리학·의학상을 받기도 했다. 수상 이유는 ‘정신병에 대한 전두엽 절제술의 치료적 효과에 관한 발견’이었다.


로보토미는 통합실조증(정신분열증·조현병)을 치료하기 위해 전두엽의 일부를 절제하는 치료법이었다. 현재는 인격을 완전히 파괴하는 수술로 부정되고 있지만, 과거에는 매우 효과가 좋은 수술로 여겨졌기 때문에 노벨상까지 받았던 것이다. 과학이나 의학의 정설은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는 경우가 있다. 노벨상조차도 실수할 때가 있는 것이다.


모니스는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그는 1903년부터 1917년까지 국회의원을 역임했고 외무 장관을 맡기도 했다. 그리고 1944년까지는 리스본 대학에서 신경학 교수로 있었다. 1927년에 엑스선을 이용한 ‘뇌혈관 조영법’을 개발한 엄연한 신경학자였던 것이다. 그는 1936년에 동료와 함께 로보토미 수술을 실시했는데, 이것이 (어째서인지) 미국에 전해져 확산되었다.


미국에서 월터 J. 프리먼과 제임스 워츠라는 두 정신과 의사가 모니스의 방법을 ‘개량’해 누구나 간단히 로보토미 수술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한 것이다. 아이스픽(얼음을 잘게 깨뜨릴 때 쓰는 송곳)처럼 생긴 기구를 사용해 코 윗부분에 뾰족한 기구의 끝을 꽂아 넣고 뇌를 힘껏 휘저어 ‘치료’한다. 이 수술을 받은 환자는 폭력적인 성향이 사라지고 온순해지지만, 그 대신 인격이 상실되어 무기력해지고 감정의 기복도 사라져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이것은 정말 비인도적인 수술이다. 로보토미 수술은 그 문제점을 고발한 유명 베스트셀러 소설이자 영화로까지 만들어진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켄 키시 저)의 영향으로 1975년 이후로는 전혀 실시되지 않게 되었다.

 
모니스는 75세에 과거 자신이 시술한 환자에게 총격을 당해 척수가 손상된 후 휠체어 신세를 졌다. 그는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전형으로 생각되지만, 그에게 수여된 노벨상은 아직도 취소되지 않았다. 노벨상 사이트에 가면 변명 같은 설명문이 올라와 있는데, 어쨌든 역대 수상자들 사이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당시의 일류 의사와 과학자들이 그를 칭송해 수상을 하는 과오를 범했던 것이다. (4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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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기요틴(단두대)으로 목이 잘린 사람은 의식이 있을까 라든지, 식인 박테리아 얘기, 블랙홀 등 우주 관련 이야기와, 화산.쓰나미 같은 지구 재난들, 정치와 군사에 이용된 과학자들 얘기들이 나온다.

나중에 다 읽어보고 리뷰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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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3-04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어렸을 때 교양과학으로 포장하여 불가사의 혹은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뒷이야기 같은 내용을 모아놓은 책을 좋아했어요. 그 책의 제목에도 ‘무시무시한’이라는 형용사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ㅎㅎㅎ 뇌 절제로 병을 고치는 치료법은 서프라이즈에서 본 적이 있어요. 정신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중세에는 두통 환자를 치료할 때 머리에 구멍을 뚫었다고 합니다...

돌궐 2015-03-04 22:30   좋아요 0 | URL
저는 왜 그런 재미난 책을 찾아보지 못했던 건지... 학교에서 읽으라는 거 겨우 읽고 독후감만 써내는 수준이었죠. 아, 그러고 보니 <괴수공룡대백과>와 카드마술책은 즐겨 봤던 기억이 납니다.ㅋㅋ

AgalmA 2015-03-04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리학쪽이 아닌 사회학적 접근 책이었군요. 전쟁이 나면 죽는 것보다 인간이 얼마나 악랄하게 바뀔지 그걸 보는 게 더 두렵고 고통스러울 듯합니다

돌궐 2015-03-04 22:33   좋아요 0 | URL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뒤에는 또 무슨 얘기일지 모르겠어요. 우주도 나오고 지구도 나오더라구요.
우리 안에 악은 다 있겠지만, 그걸 서로 드러내지 않고 살아가길 바랄 수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