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화의 한국사 이야기 15 - 문화군주 정조의 나라 만들기 이이화의 한국사 이야기 15
이이화 지음 / 한길사 / 200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정조 시대 역사와 문화의 큰 줄거리를 파악할 수 있었다.

 

정순대비의 정조 독살설은 비중있게 다루고 있지만 과로로 인한 사망일 수도 있다고 한다.

어쨌거나 정조가 죽기 전에 모기 만한 소리로 '수정전(壽靜殿)'을 중얼거린 것은 사실인가 보다.

 

정조는 서얼을 대우하고 등용했으며 암행어사, 격쟁 등 백성들의 소리를 듣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은 왕이다.

영조와 정조 모두 문벌을 싫어했지만 대놓고 맞서진 않았다. 지역 차별도 벗어나려고 애썼으나 성과가 좋지는 않았다고 한다.

서북지방(황해도 평안도 함경도)에서는 인재가 등용되기 힘들었고 제주도는 아예 벼슬을 한 경우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밖에 유형원, 박지원, 정약용 등으로 이어지는 실학의 흐름을 자세히 풀어내었다.

실학자들은 노동과 상업을 중시하고 양반들에게도 일을 하도록 권장했단다. 그들의 토지개혁 이론은 매우 급진적이란 생각마저 들었다.

한편 당시 강희-옹정-건륭으로 이어지는 중국 정세나 일본과 조선의 관계도 소개하고 있어서 동아시아 역사의 흐름도 파악하게 해준다.

 

대중예술을 다룬 5부에서 기억에 남는 얘기는 강독사와 강담사, 세책방 등이다.

강독사가 한장 재미지게 읽어주다가 갑자기 읽기를 멈추고 두리번거리면 안달난 사람들이 다음 대목을 들으려고 다투어 돈을 던져줬다고 한다(281쪽).

강창사들은 이야기를 늘어놓으면서 창을 곁들였다고 하는데 이들이 바로 초기 판소리꾼이라는 것이다. 

박지원은 자기 글에 비어, 속어, 방언, 욕설과 사실적인 묘사를 자유분방하게 구사했다고 하니 나중에 연암의 글들을 좀더 읽어봐야겠다.

 

 

 

김홍도, <송석원시사야연도>, 1791년, 종이에 수묵담채, 25.6x31.8cm, 한국 개인

 

새로 알게 된 사실은 '송석원시사(또는 玉溪詩社)'라는 시인집단 얘기였다.

김홍도 그림 <송석원시사야연도>는 중인이나 역관 등이 모여 인왕산 기슭의 작은 시냇가 옆 초가집에서 연 시회를 기념하여 그린 것이라 한다.

산밑 바위에 김정희 글씨로 송석원(松石園)이라 새겼고 초가집 주인은 천수경(千壽慶)이었다.

현실의 불만을 토로하고 자신들의 처지를 한탄하고 자포자기의 마음을 내보이는 시를 많이 읊었단다.

장혼이 쓴 이런 시가 있다(296쪽).

 

아버지는 점점 늙어가고 살림은 나날이 궁색해지네.

밥때에는 소금마저 댈 수 없고 옷은 철에도 맞지 않네.

어버이 비록 말이 없으나 자식의 도리 어찌 편하리까.

두 어린아이까지 딸려 밥 찾느라 울부짖네.

(가난을 진술하는 시: 述貧詩)

 

그밖에 사당패, 판소리꾼 얘기와 윤두서, 김홍도, 신윤복, 최북 등 화가 얘기가 마지막에 짧게 나왔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5-02-27 17: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연암의 소설 중에 <호질>이 재미있었어요. 호랑이가 선비를 꾸짖는 장면이 통쾌했어요.

돌궐 2015-02-27 17:45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저도 생각나요.
연암글은 읽지 못한 게 많아서 앞으로 많이 찾아보려구요.

AgalmA 2015-02-28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암 박지원,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 같은 이들의 내실있는 사극도 좀 만들어졌음 싶은데 말이죠...

돌궐 2015-02-28 09:42   좋아요 0 | URL
오오, 그 사극 강추이옵니다. 고품격 사극이 될 듯 싶습니다.
요즘 조선 명탐정 정약용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가 있긴 하네요.ㅎ

AgalmA 2015-02-28 11:05   좋아요 0 | URL
명탐정;;; 대중성도 무시는 못하겠지만 그런 식의 판타지 접근은 정말 비호감입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