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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공해지도 - 일월총서 70
한국공해문제연구소 / 일월서각 / 1986년 5월
평점 :
품절
스웨덴의 저널리스트 뵈리 군나르손은 공해선진국인 일본을 취재하고 "재팬스 하라키리"라는 책을 내었다. 이 책에서 그는 일본의 공해가 '돈의 힘과 인간의 無力'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서 군나르손은 한국에 대하여 "일본과 꼭 같은 방법을 흉내내고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키고 있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에서 일본을 본받아 본격적인 경제개발을 시작한 것은 60년대 중반부터이다. 이후 한국은 개발만능주의에 빠져들게 되면서 개발을 저해하는 모든 것을 전근대적인 것으로 비하해버렸다. 거름과 퇴비를 이용하는 유기농법은 기생충과 연결시켜 비위생적인 것으로, 한국의 자연과 수천년을 어울어져 온 주택은 비과학적인 것으로 치부해 버렸다. 즉 일차산업의 순환적이면서 자연순응적인 모든 것을 정리하면서 한국은 본격적인 자연훼손에 돌입하였던 것이다. 그런 와중에서도 정부는 수도권에 그린벨트를 조성함으로서 개발의 완급을 조절하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한국의 오염이 짧은 기간동안에 형성된 것임에도 심각한 것은 인간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주는 대기오염과 중금속오염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1978년 WHO의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대기오염 수치가 도쿄의 11배, 로스엔젤레스의 20배, 런던의 6배, 봄베이보다 5배나 높게 나타났다. 이에 대하여 정부는 1979년부터 WHO에 오염상황을 제출하지 않아 이후 공식발표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공해는 대기오염과 중금속오염, 그리고 원자력발전소와 농약공해이다. 그리고 도시는 울산, 온산, 부산, 서울, 마산, 광양만과 그 인근의 강을 포함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들이 경제개발 우선정책에 의해 총체적으로 국토가 파괴되고 오염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사실 60년대 이후 우리는 산업화라는 이름으로 경이적인 발전을 이룩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 성과는 국토를 인질로 한 러시안 룰렛과 같은 것이었다. 부족한 식량을 증산하기 위해 화학비료를 대규모로 사용하면서 토양의 오염이 가속화되었고, 경공업과 중공업을 발전시키면서 수질오염과 대기오염이 뒤따랐다. 게다가 전력난을 해소하기 위하여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였다. 이 원자력 발전소는 러시아의 체르노빌이나 미국의 드리마일에서 보듯 조그만 인간의 통제만으로 안전성이 100% 보장되지 않음이 증명되었다.
발전과 공해는 양면의 칼과 같은 것이란 점이다. 이익과 피해가 동시에 우리에게 전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피해가 무서워 현대 사회에서 산업을 전면 중단할 수도 없다. 문제는 그 공해를 통제하는 것인데 그것은 순전히 인간들의 몫이라는 점이다. 인간의 자각이 우선되지 않을 때 발전은 우리를 향해 미소 대신 발톱을 내보일 것이다.
공해를 대처하기 위해서는 그 피해의 정확한 사실을 알아야만 한다. 그 환부를 정확하게 알고 그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여야만 유린된 대지를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걱정되는 것은 우리의 반쪽 땅인 북쪽의 공해상태는 전혀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공해로 인한 피해는 생태계와 인간의 생존권과 건강의 침해로 나타난다. 사실 인간의 생존권과 건강의 침해는 생태계와 밀접하게 연결된 사항이다. 그러므로 공해의 가장 큰 문제는 생태계의 파괴로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생태계가 한번 파괴되면 단시일안에 회복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런던의 템즈강이 어느 정도 회복된 것이 1980년대였다. 무려 1세기 이상이 걸렸다는 점이다. 공해는 앞 세대가 저질러놓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뒤 세대가 떠 맡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천성산의 터널에서 보듯 개발과 환경의 보전을 어떻게 조화롭게 양립시킬 수 있는가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의 국토에 대한 정확한 처방을 알아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보고서를 한번쯤은 읽어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