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제국의 영광스러운 고립
크리스토퍼 하워드 / 한양대학교출판부 / 1995년 3월
평점 :
절판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까지 대영제국은 외교적 고립 상태에 있었다. 이 고립은 대영제국 자신의 자의든 타의든 간에 국제질서에서 영국의 위상과 직결되었다. 영국의 이런 고립에 고무된 독일의 경우 새로운 식민주의의 경쟁자로 뛰어 오르게 되었다. 이 당시 대영제국은 대륙에서 완전하게 철수한 이래 외교정책은 균형추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수정하였다. 즉 대륙에 직접적인 개입보다는 미묘한 힘의 균형 사이에서 자신들의 힘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영국의 이런 정책은 이후 하나의 정책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이 결과 영국은 강대한 육군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에서 프랑스와 함께 강대국으로 발돋움 할 수 있었다.

19세기 산업혁명으로 영국은 제1의 경제대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영국은 식민지 획득에서 가장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었다. 당시 영국의 식민지 쟁탈전에 경쟁을 할 수 있는 국가는 프랑스 뿐이었다. 하지만 규모면에서 영국을 뒤따라 갈 수 없었다. 프랑스는 캐나다, 인도에서 영국에게 절대적인 위치를 넘겨주어야만 했을 뿐만 아니라 남아메리카에서도 영국과 미국에게 밀리고 있었다. 즉 이 시기에 영국을 견제할 수 있는 국가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이런 영국의 교만은 자신들의 제국이 '해가 지지 않는' 불멸의 제국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리고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가 삼국동맹을 맺고, 이에 불안을 느낀 러시아와 프랑스가 동맹을 형성하면서 하나의 블럭화 되었다. 이들은 기존의 영국이 가지고 있거나 우선권을 누리고 있는 지역에서 영국과 첨예하게 대립하게 되었다. 이것은 영국이 유럽에서 외교적으로 고립되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런 영국의 고립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 청일전쟁 처리 과정이었다.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시모노세키 조약을 통해 요동반도를 청으로부터 할양받았다. 하지만 중국에서 어느 한 세력의 우월적 지위를 허락하지 않으려는 유럽과 러시아의 간섭으로 일본을 요동반도를 청에게 반환하고 말았다. 이른바 삼국간섭-독일, 프랑스, 러시아-으로 불리우는 이 사건에서 영국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였다. 아울러 자신들이 전통적으로 고수해온 균형추의 역할 또한 할 수없었다. 영국의 제국주의적 오만이 유럽은 물론 세계에서도 외면당하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영국의 정치인들은 이런 고립을 "영광스런 고립"이라는 수식어로 포장하여 자신들이 종래에 누리고 있던 우월적 지위에 대한 하나의 시샘쯤으로 치부하고 말았다.

특히 영국은 독일의 팽창에 깊은 우려를 갖게되었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 독일과 동맹을 심각하게 고려해보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 역시 영국의 이중 플레이에 의해 성사되지 못한다. 당시 영국의 일각에서는 앵글로-색슨(영국과 독일)의 동맹을 통해 더욱 확실하게 세계의 지배권을 공고하게 할 수 있다고 보는 쪽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이 동맹으로 자신들이 잃을 것에 집착하는 바람에 성사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런 영국의 이기적 제국주의의 욕심이 일차세계대전의 씨앗이었는지도 모른다.

영국이 자신들의 고립에 대하여 심각하게 고려하기 시작한 것은 1900년에 시작된 보어전쟁부터 였다. 보어 반란군이 각국의 지원을 받은 반면 영국은 혼자서 이 전쟁에 매진하여야만 했다. 영국은 이 전쟁에서 무려 50만의 병력을 투입하고서야 5만의 보어군을 진압할 수 있었다. 영광스런 고립의 댓가가 어떤 것인가를 영국은 뼈져리게 느꼈던 것이다. 이후 영국은 독일을 고립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외교적 공세에 나서게 된다. 그 시발점이 영일동맹이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어떤 시사를 던져준다.

이 책은 세계사의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을 기술한 책이다. 그리고 이런 책이 번역되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격려를 받을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대학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인명. 지명의 웃긴 발음과 번역의 매끄럽지 못함은 상당히 심각한 수준의 티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외교사에 관한 내용이기 때문에 오래 전 까치사에서 출판한 르네 알브레히트-까리에의 <유럽 외교사>와 함께 읽으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