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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유럽산책 ㅣ 한길 히스토리아 9
아베 긴야 지음, 양억관 옮김 / 한길사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저자인 아베긴야阿部謹也는 유럽중세를 산책하면서 하나의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소우주와 대우주'라는 명제이다. 자연과 물질에 의해 규정되는 대우주와 이성과 감정에 의해 구성된 소우주의 대립과 조화를 통해 아베긴야는 중세유럽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중세 유럽을 조사하다보면 재미있는 현상이 발견된다. 프랑스적인 중세, 잉글랜드적인 중세, 그리고 독일적인 중세가 그것이다. 이들 세 종류(?)의 중세는 같은 것 같으면서도 아주 많은 차이점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프랑스인, 독일인, 잉글랜드인의 민족성에 대한 농담처럼 간격이 큼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유럽의 중세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질 수 있다. 절대왕권을 추구한 프랑스의 시각으로 바라본 유럽의 중세, 의회정치로 나아간 잉글랜드의 시점으로 바라본 중세 유럽, 그리고 신성로마제국이라는 가공의 제국을 통치한 독일의 눈으로 바라본 중세의 느낌은 다를 수밖에 없다.
아베긴야가 우리를 인도하는 산책로는 독일의 길이란 점이다. 앙드레 모로아는 독일의 역사를 '한번도 확정된 국경이나 고정된 중심지를 가진 적이 없고, 떠돌이 부족들이 경계가 불확실한 주변 지역을 유랑하였고, 어떤 때는 이탈리아 지역이 광대한 신성로마제국에 포함되었는가 하면, 어떤 때는 네덜란드가 오스트리아 및 스위스와 나란히 독일 지도에 오르기도 하였다. 스페인이 상당 기간 게르만 제국을 통치하는 황제를 그들의 국왕으로 섬기고 있었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그만큼 독일의 역사는 광범위하다는 점이다. 영국, 프랑스, 스칸디나비아 제국, 폴란드, 헝가리, 체코와 슬로바키아, 오스트리아, 스위스, 네덜란드, 벨기에의 역사는 각각의 상이한 길을 걸어오면서 시대의 변화에 따라 독일역사와 섞인다는 점이다. 그만큼 독일의 역사는 복잡한 얼개 속에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독일을 통해 중세 유럽을 산책한다는 것은 어쩌면 전체 유럽을 조망하는것과 같은 의미로 볼 수 있다. 이 중세의 산책로를 통해 바라보는 중세는 주마간산식의 조급한 산책이 될수도 있고, 느긋한 마음으로 주위를 세심하게 관찰하며 걸어가는 산책이 될 수도 있다. 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독일을 중심으로 서술한 산책 안내책이라면 중세의 신비주의-피오레의 요아킴, 빙겐의 힐데가르트, 아빌라의 데레사, 십자가의 성요한 등등-에 대해서도 할애를 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중세 유럽을 전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아베긴야의 산책로는 무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