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 - 피와 광기의 세계사
콜린 윌슨 지음, 황종호 옮김 / 하서출판사 / 200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homo homini lupus라는 말이 있다. 인간은 인간에게 늑대라는 의미인데 이는 인간의 인간에 대한 잔혹함에도 그대로 들어맞을듯한 경구라 하겠다.

수천년 동안 인간은 악이라는 것에 대해 어떤 정확한 답변을 얻어내려 노력하였다. 악이란 것이 인간의 본성이 원래 악하기 때문인지 혹은 인간의 주변을 둘러싼 환경에 의해 오염되는 것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논쟁을 거듭해왔다. 하지만 그 어느것도 정당함을 획득하는데는 실패하였다.

콜린 윌슨은 이러한 인간의 대립에 자신만의 답을 제시하기로 마음 먹은 것 같다.  그래서 콜린 윌슨은 '아이에게 권력을 맡기면 그 아이는 세계를 파괴할 것이다'라는 프로이트의 말을 인용하여 인간의 폭력에 접근하고 있다. 그에게 폭력이란 본성이나 사회적 환경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왜냐하면 아이는 자신 이외의 타인에 대한 배려나 생각을 하지 못하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자기 감정에 몰입하는 완전한 주관주의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바로 콜린 윌슨은 '아이와 같은 어른'의 모습에서 범죄의 원형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콜린 윌슨은 이와는 다른 형태의 범죄와 폭력인 종교적 분쟁에 관해서는 '객관적인 평형감각의 상실'이라는 화두로 접근하고 있다. 즉 독선적인 대의명분에 의해 자행되는 폭력은 종교적 실상과는 거리가 먼 인간의 이기심의 발로일 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콜린 윌슨은 인간의 파괴본능을 추적하면서 인간의 범죄 유형이 어떻게 변해오는가도 함께 고찰하였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산업혁명 이전까지의 폭력이나 범죄는 생계형 폭력 혹은 범죄였다는 점이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이런 인간의 기본욕구를 채워주는 범죄에서 부조리한 범죄로 이행하였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이른반 동기없는 범죄가 그것인데 이 범죄나 폭력의 특징은 극히 잔인하다는 점이다.

우리는 얼마전에 이라크의 아브그라이브에서 벌어진 인간이 인간에게 행한 잔학행위를 기억하고 있다. 옷을 벗겨 성적수치심을 유발시키고, 개를 이용하여 수용자를 겁에 질리게하는 범죄의 현장에 등장하는 조연들의 표정을 보았는가? 거기에는 항상 웃음이 함께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인간들이 어느새 범죄를 죄의식을 느끼는 단계를 지나 즐기는 단계로 진화해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며칠전 신문에서 사북사태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그리고 사북사태를 웅변적으로 전해주는 한 장의 사진을 담고 있었다. 한 여인이 전기줄에 묶여 기둥에 묶여있고, 그 주위를 사람들이 둘러 싸고 있는 사진이었다. 이 사진을 자세히 보면 묶여있는 여인의 오른쪽에 한 여인이 묶여있는 여자의 벗겨진 바지를 추스려주는 모습이 잡혀있다. 이 모습은 집단의 폭력성과 한 여인의 무기력함에 대한 인간의 본래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이 아닐까. 그 살벌한 폭력의 현장에서 조차  인간의 치부를 한치만이라도 가려주려 한  인간의 이성과 양심이 있는한 인간은 인간에 대한 폭력에 얼마든지 대항하고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있지 않을까.

오래 전에 읽었던 폭력을 기억하며 이 사진과 인간이 인간에게 늑대로 다가올 수 있다면 천사로도 다가올 수 있지 않을까하는 단순한 생각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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