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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에 살기 ㅣ 동문선 현대신서 43
자크 르 고프 외 지음, 최애리 옮김 / 동문선 / 2000년 7월
평점 :
절판
신앙의 시대인 중세를 살아간다는 것은 테크노 시대의 현재와는 아주 다른 감각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아날로그적인 감각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우리는 중세를 논할 때 하나 간과하는 사실이 신앙의 문제이다. 중세의 신앙은 모든 사람들의 삶을 규정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였다. 중세인들은 믿음의 강도가 약했건 강했건 간에 태어나서 죽을 때 까지 종교적인 분위기 속에서 성장하였다. 태어나면 세례를 받고, 결혼할 때 교회의 축복을 받았으며, 주일마다 교회에 나가 신앙생활을 영위했고, 죽어서는 교회의 안내를 받으며 천상으로 안내되었다. 여기서 논하고 있는 도박, 돈, 폭력, 여가 등도 종교적 범주를 벋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것들이 종교적인 표피를 뒤집어 쓰고 어떻게 영위되었는가를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한 예로 중세의 사형 집행 모습을 기술한 부분은 중세의 폭력성이 어떻게 분출되는지를 잘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는 사형 자체보다 사형이 대중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더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다. 그렇지만 죄의 댓가는 일회적이었다. 대중들은 죄인의 죽음이 일회적으로 끝나기를 바랬다. 그래서 대중들은 고의로 사형수의 고통을 연장시키면 소동을 벌이곤 하였다.
중세의 벌칙은 무척 엄했다. 사소한 위반으로도 목숨을 잃을 수 있는 경우가 빈번했다. 우리는 로빈 훗을 읽으며 왕의 영지에서 사냥을 했다고 사형을 선고받는 장면을 보며 주장관의 가혹성을 생각하지만 그것은 당시에는 일반적인 것이었다. 가혹함은 일상적인 것이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화풀이 대상이었고, 여성들은 과부가되는 것을 두려워 하였다. 아이를 버리는 <헨젤과 그레첼>의 이야기는 중세시대에는 아주 보편적인 것이었다. 삶의 우선 순위에는 언제나 어른, 그 중에서도 남자가 최우선이었다. 그러나 삶이 아무리 가혹하다 하더라도 삶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자연의 법칙 또한 유지되고 있었다.
현재의 삶과 중세의 삶이 다른 것일까? 종교가 돈으로 대치된 현대의 시대는 어찌보면 중세보다 더 가혹한 시대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세에는 적어도 삶의 가혹함을 어루만져줄 종교라도 있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