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끝으로 훔쳐본 세상
세노 갓파 지음, 박국영 옮김 / 서해문집 / 1999년 7월
평점 :
품절


오래 전에 작고한 만화가 申東雨선생이 텔레비전에 나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그 세부적인 것을 그림으로 그리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분은 홍길동이란 만화영화를 만든 분이었기에 더욱더 실감이 났다. 그때 사물의 모든 것을 자신의 펜 끝으로 표현하는 만화가란 직업이 정말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본인들의 기록정신은 정말 남다른 데가 있다는 말이 결코 허전이 아님을 이 책은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드라마에서 미술을 담당하게 된 저자가 기차속의 상황을 리얼하게 묘사하기 위해 실제로 기차를 타고 여행하면서 터널의 상황을 자세하게 기록한 시간표는 기록의 압권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기록정신은 일본 역사 곳곳에 흔적을 남기고 있다. 이러한 기록정신은 일본의 근대화를 이루는 밑바탕이 되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이들은 또 기록을 한다. 무엇을 위해... 즐거움을 위해... 그러나 분명한 것은 뒤에 오는 사람들은 이들의 기록을 토대로 또 새로운 무엇인가를 이룰 수 있는 상상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부담감 없이 읽을 수 있는 이 책은 그 부피나 내용에서는 결코 만만치 않음을 느낄 수 있다. 아주 깔끔하게 처림된 그림과 시각의 자유로움은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세상은 다양하면서도 그 다양성이 조화를 이루며 하나의 세계를 구성한다는 평범한 진리가 느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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