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다큐프라임 인간의 두 얼굴 2 2부- 아름다운 세상...
다큐 내용을 보니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라구요.
첫번째 실험은...33살의 남자분을, 거리 쇼윈도에 세워놓고
사람들에게 첫인상이나, 그 남자분의 매력도나, 추정 직업과 연봉 등을 물어봅니다.
첫날에는 꾸미지 않은 모습이구요, 두번째 날에는 머리를 하고, 양복을 입고,
깔끔한 모습의 남자분을 보여줍니다.
사람들이 그 남자분에 대해 예상한 것은...
당연히, 외모에 따라서 엄청나게 달라집니다.
변화 전 추정 평균 연봉 3000만원, 추정 직업 노동자 등, 매력도 2
변화 후 추정 평균 연봉 7300만원, 추정 직업 변호사 대기업 직원 등. 매력도 8
즉, 우리는 말과는 달리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고 편견을 가지지요.
사회적인 착각은, 우리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에도 있습니다.
경차일때와 고급차일때, 뒷 차가 경적을 울리는 시간을 재어보니,
고급차일때는 평균 10초, 그것도 굉장히 조심하면서 울리지만,
경차의 경우에는 평균 3초만에 경적을 울립니다.
즉, 부유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하여 더 적은 제약을 받는다는 거죠.
콩쿨에서 우승한 경험이 있는 두 명의 바이올리니스트를 데리고,
터미널에서 연주회를 열었을 때, 아무도 음악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지만,
가짜 이름과 가짜 학력이 적힌 홍보물을 배포하고 똑같은 음악을 연주했을 때,
확연히 다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습니다.
서울 강남의 거리에서 두 외국인이 무역센터로 가는 길을 물어봅니다.
한 사람은 캐나다 사람이고 한 사람은 인도네시아 사람입니다.
캐나다 사람이 길을 물어볼 때 다들 친절하게 길을 가르쳐 줍니다.
지하철역까지 데려다 주기도 하고, 손짓, 발짓 가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사람이 길을 물어볼 때는..
영어를 모른다고 하거나 그냥 가버립니다.
그래서, 한 시간이 넘도록 그는 거리를 헤맵니다.
20대 대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같은 아이의 사진을 보여줍니다.
한 그룹에게 보여준 사진은 부잣집 아이처럼 보이는 사진이고요,
한 그룹에게 보여준 사진은 가난한 집 아이처럼 보이는 사진입니다.
그리고 잠시후, 그들에게 똑같은 비디오를 보여줍니다.
아이가 시험을 보는 영상의 비디오.
같은 영상을 보았지만 두 그룹의 평가는 서로 다릅니다.
단 5분간 그 아이의 사진을 보았을 뿐인데 말이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편견, 대부분은 그 정당한 이유가 없지요.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다 그런 건 아닙니다.
저 위에 썼던, 동남아인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그를 무시하고 그냥 지나가지 않았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그에게 길을 알려주었던 아저씨.
자신은 영어를 모르지만, 그를 도와주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코엑스 가는 길을 영어로 대신 알려달라고 부탁해주시던 아주머니.
그 말을 듣고 길을 영어로 알려주던 아가씨.
그렇지 않은, 20%가 있기 때문에, 아직 세상이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한 초등학교에서 한 실험.
친구와 게임이나 장기자랑을 해서 이긴 아이가,
금화 10개를 다 가져갑니다.
이 때, 제작진은 금화 10개를 가진 아이에게, 친구에게 금화를 나누어 줄 것을 제안합니다.
금화를 손에 쥔 아이들 대부분이, 친구에게 금화를 나눠줍니다.
인간에게는, 남을 배려하고자 하는 본성이 있다는 것이죠.
어떤 사람들은 인간은 원래 이기적이라고 말합니다.
...그저 순진한 착각일 뿐이라고 말이죠.
...하지만, 그런 착각을 하고 살아가는 사람들 때문에 세상이 행복한건 아닐까요.
세상에 대한 긍정적 착각. 세상을 행복하게 하는 힘.
...그리고, 저도 몇가지, 비슷한 경험들을 이야기하자면.
제가 재작년, 작년에 체중이 갑자기 많이 늘어서 몸무게가 80kg가 나가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때는, 정말 아무리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러 다녀도, 채용이 좀처럼 안되더군요.
보통 여성의류를 파는 옷 가게에 가면, 점원이 언니 사이즈는 없다더군요.
어디 가면 많이 먹는다고 구박받구요, 애들한테도 뚱뚱하다고 구박받았습니다.
심지어 새언니가 절더러 돼지새끼라고 했었습니다.;
학교에서 남자 후배들은 저한테 인사도 안했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보기 싫을 정도의 고도비만은 아니었고, 그저 77사이즈 입는 정도에
키와 골격이 원래 큰 편이라 더 커보이는거 뿐이었는데도 말이죠.;;;
그리고 지금, 그 때보다 13kg를 뺐습니다. 의학적인 정상체중 범위에 들어갑니다.;
표준체중 되려면 4kg쯤 더 빼야 하지만...이럴 땐 키 큰게 좋더군요;;;
그랬더니...몸무게 80kg였던 시절과 학점, 토익, 출신 학교 모든 게 다 동일한데도,
아니 오히려 나이는 한 살 더 먹었는데도...아르바이트 구하기가 정말 쉬워졌습니다.
보통 66 사이즈를 파는 옷 가게에 가면 점원들이 저를 친절하게 대합니다.
이제, 뚱뚱하다는 소리 안 들어서 세상 살 맛 납니다.
새언니가 저를 이제는 아가씨라고 부르더군요;;;
살 빼고 안경 벗고 머리 하고 메이크업 받고 원피스 입고 구두 신고 학교에 가니...
저는 저희 과 남자 후배들이 저한테 90도 인사를 하는 진풍경을 보게 되더군요;;;
가정 형편에 대한 것도 그런데요.
엄마 손에서 못 자라서 애가 그렇단 말도 들어본적이 있는데,
그 사람한테 댁은 엄마 손에서 자랐는데 말을 그런식으로 하는걸 보니
엄마 손에서 자란다고 해서 딱히 나을것도 없는거 같다고 해서
결국 사과 받아냈던 적도 있습니다. 음홧홧!
(그 때 같이 난리 쳐주셨던 다른 분들도 계셨는데 아직 세상은 따뜻합니다...)
그리고 제가 엄마를 항상 어둡게 기억하는건 아닌데,
좋은 기억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도 사람들이 항상 절 불쌍하게 보더라구요.
가끔씩 엄마 이야기 좋았던 거 아무렇지 않게 하고싶을 때 있는데,
전 괜찮은데 다른 사람들이 눈물을 찍어내니 하고 싶은 말을 못하게 되고,
그래서 마음 속에 묻어두다가 시간 지나 잊어버리면,
다시 꺼내보고 싶어도 꺼내볼 수가 없잖아요;;;
그리고;;; 제가 이 글을 쓰게된 이유중에 하나였던..
저는 저 다큐에서 가장 마음 아팠던 부분이...
길을 물어보는 동남아인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장면에서였습니다.
저도 그 비슷한 모습을 본 적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2003년으로 기억하는데요, 한참 이라크 파병때문에 시끄러웠을 때였습니다.
그 때, 수업을 마치고 저녁에 종각역을 걷는데, 지하철 역 저만치에서
아랍 사람으로 보이는 외국인 남자분이 양복을 깔끔하게 입으시고, 서류가방도 드시고,
지도를 들고 길을 물어보는데 정말 아무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퇴근시간이라 안 그래도 사람많은 종로, 지하철역에 사람이 정말 많았는데 말이죠.
아마 백인 남자분이었으면 안 그랬을겁니다.
...진짜 보고 있는데 마음이 아파서..몇년 지났는데 아직 잊혀지지가 않아요.
심지어 제가 그 남자분이랑 지도 들고 머리 맞대고 있으니,
몇몇 사람들이 저까지 이상한 눈으로 보고 지나간 거 아직 안잊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남자분이 저한테 오셨을 때, 저는 그 분이 물어보시는 한일관에
가 본적이 없었지만, 다행히 지도를 좀 보니까 대충 알겠더라구요.
그래서 영어로 그 남자분에게 절 따라오라고 하고, 골목 안쪽에 있는 곳이라
같이 잠깐 헤매가면서;;; 그 남자분 길을 찾아드리고 서툰 영어로 인사하고
악수하고 왔습니다.
그 남자분은 지금 저를 기억 못할지도 모르겠지만,
자기 나라에서 한국 이야기를 할 때 한국 사람들이 친절했다고
말해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가끔 할 때가 있습니다.
지금도 가끔 그 때 생각나면 마음이 갑갑합니다.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요즘 너무 시니컬해지고 있는 단비양 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