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에는 어려서; 투표권이 없었고, 
딱히 노무현 지지자도 아니었는데...
오늘 하루종일, 꼭 어머니 돌아가셨던 때 느꼈던 기분이 들더라구요.  
그냥 머리가 멍하고, 믿어지지가 않고...

그러다...문득 1년 전 이맘때가 생각났습니다.  
저는 정말 몰랐습니다.  

내가 2008년에, 광화문 네거리에서 소화기 분말을 들이마시며 구호를 외칠 줄,  
내 눈 앞에서 시위하던 사람들이 뺑소니 사고를 당해 실려 나가는 걸 보게 될 줄,  
그 날 새벽 2시 반, 롯데리아 화장실만 써주고 나와서 시위대에 다시 합류하려고,
종로 1가 인도를 혼자 걷고 있는데, 전경들 수십명이 우르르르 달려와 
저 하나를 둘러싸고 방패를 땅에 박고 10분이 넘도록 가만히 서 있는데,   

사방은 칠흑같은 어둠에, 옆에 취재진은 고사하고 도와줄 사람  
하나 없었던 그 순간의 공포...  
(전 그때 공포도 공포였지만... 전경들 땀냄새 때문에 정말 토하는줄 알았습니다...
전경들 땀냄새가 너무나 너무나 너무나 심해서 다른 생각이 안들더라구요...;)   

여경이 없어서 연행을 못해 그랬는지, 아니면 내가 아무말도 안하고 
얌전히 가만히 서 있기만 해서 그랬는지,(사실 그래서 별 일 없었던듯;;;)
아니면 그냥 재미로 날 가둬뒀던 건지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아무튼 한참만에 겨우 풀려나
지오다노 앞으로 다시 돌아와 독재타도 명박퇴진 구호를 외치다가  
약 섞인 물대포 물 우비도 없이 맞고 눈 다쳐 의료진에게 치료를 받게 될 줄,
우르르르 뛰어오는 전경들을 피해 겨우 도망쳤더니
옆에 계시던 아저씨께서 지금 저기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은 다 연행된다고 하시고... 
시간이 좀 더 지나 해가 뜨고 을지로까지 걸어가 첫 차를 타고 집에 오는데,
버스 안은 너무나도 평온한 세상...
2008년에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저는 정말 몰랐습니다.

그리고...
...평생 그 날을 잊지 않겠습니다.

자꾸만 세상에 환멸을 느끼게 됩니다만...
좋은 세상이 오는 그 날까지 환멸에 지지 않고 악랄하게 끈질기게 버텨야겠습니다.
그래서 살아남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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