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면의 모든 것 - 스탠퍼드 교수가 가르쳐 주는
니시노 세이지 지음, 김정환 옮김 / 브론스테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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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은 수억 년간 진화하면서 필요한 기능은 발달했고 불필요한 기능은 퇴화했다. 그러나 만물 공통점이 있으니, 잠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는 쪽으로 진화해왔다. 잠을 자지 않는 생물은 없으며 다만 그 행태가 다를 뿐이다. 잠을 자본 사람은 알겠지만(설마 평생 안 잔 사람이 있을까), 그 시간 동안 우리의 몸은 무방비 상태가 된다. 깊이 잠든 비렘수면 구간에 누군가 위협을 가한다면 피하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비단 인간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모든 생물이 그렇다. 그럼에도 잠을 잔다는 것은 그만큼 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일전에 매슈 워커의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를 읽으며 잠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 서평에는 수면 부족으로 인한 온갖 부정적인 증상을 나열했는데, 개인적으로 간과했던 위험이 무시무시했기 때문이다. 경각심은 일깨워줬으나 아쉬웠던 점이 있었다. 잠에 대한 이론 중심의 책이어서 수면 방법이 부실하게 느껴졌다. 그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주는 책이 니시노 세이지의 숙면의 모든 것이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잘 자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수면도 파산 신청이 되나요?

 

인간에게는 일정한 시간의 잠이 필요하며, 그보다 짧으면 부족한 분량이 쌓인다. , 수면의 빚이 생긴다.” -p.47, 윌리엄 C. 디멘트 교수

 

수면 파산 신청을 하려면 할 수 있다. 죽으면 된다. . 당연히 이러고 싶은 사람은 몇 없을 것이다. 계속 살기를 원한다면 수면은 파산 신청도, 개인회생도 되지 않는다. 그저 빚으로 남아 쌓이고 쌓일 뿐이다. 수면 부족이 장기간 쌓이게 되면 수면 부채로 일컬어질 정도가 된다. 내가 지난 서평에 나열했던 부정적인 증상들 역시 수면 부채가 가져오는 결과들이었다.

 

재정적으로 부족은 금세 회복할 수 있지만, 부채는 쉽지 않다. 수면 역시 마찬가지다. 하루 이틀의 수면 부족은 하루 이틀 푹 자면 회복한다. 반면, 장기간의 결과로 쌓인 수면 부채는 주말에 온종일 잔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젊고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4주간 수면 시간을 측정한 실험에 따르면, 실험 전 평균 수면 시간 7.5시간이었던 피험자들이 생리적으로 필요해 보이는 평균 수면 시간 8.2시간이 되기까지 무려 3주나 걸렸다고 한다. 건강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약 40분이라는 수면 빚이 있었던 셈이다. 40분을 청산하는데 3주나 걸리니 이보다 더한 수면 부채는 감당하기 어려운 게 당연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수면 부채를 해결하라면 자는 수밖에 없습니다!” 현대인으로 살면서 위 피험자들처럼 내리 몇 주간 잘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아니, 저렇게 잔다고 해도 이미 쌓인 수면 부채를 해결하는 데 얼마나 걸릴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평상시에 숙면하는 것이 중요하다.

 

숙면의 3원칙

 

(시간)이 충분할 것 양질의 수면일 것 개운하게 깨어날 것 p.54

 

일단 기본적으로 수면 시간을 채워야 한다. 기준은 사람마다 다른데, 이 책에서는 7시간을 추천한다. 매슈 워커의 책에서도 7~9시간 사이를 언급했으니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시간을 자면 되겠다.

 

사실 가장 어려운 게 번과 번이다. 미취업자인 나로선 번은 잘 채우고 있지만, 그 외의 것이 쉽지 않다. 워낙 그 조건이 많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저자는 최초의 비렘수면을 강조한다. 수면의 주기는 대략 90분 간격으로 비렘수면과 렘수면이 반복되는데, 우리가 막 잠들었을 때는 비렘수면으로 직행한다. 최초의 비렘수면 구간에서 성장호르몬 분비가 활성화 된다. 성장호르몬은 세포의 증식, 정상적인 대사의 촉진 등을 담당한다. 말하자면 노화 방지(안티에이징)에 매우 중요하다.(p.56)’ 또한 수면의 첫 90분에 깊은 수면이 확실하게 나타나는 정상적인 패턴의 경우, 성장호르몬이 분비될 뿐만 아니라 부교감신경이 원활해져서 자율신경의 균형이 잡히고 뇌의 노폐물 청소와 면역 기능의 활성화도 활발해진다.(p.57)’ 그렇다고 해서 다른 수면 구간을 소홀히 대해서도 안 된다. 갓 잠들었을 때가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지, 그것만 중요하다는 뜻은 아니니까 말이다.

 

최초의 비렘수면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수면압 방출이다. 정상적인 패턴, 그러니까 해가 뜨고 지는 패턴에 하루 주기 리듬이 맞춰져 있다면 수면 초기에 수면압이 강하고 새벽녘부터 슬슬 약해져 날이 밝는 시간에는 몸이 깨어날 준비에 들어간다(참고로, 크로노타입에 따라 하루 주기 리듬은 다르다.). 그러나 수면 패턴이 흐트러져 있으면 최초의 비렘수면에서 수면압 방출이 원활하지 않아 일어나도 개운하지 못한 것이다. , 최초의 비렘수면이 보장되어야 후반부 수면 패턴이 안정되기 쉬워진다.

 

숙면의 방법

 

수면 시간만큼은 철저히 사수하고, 깨어 있는 시간 중에서 시간 낭비를 줄여야 한다. - p.129

 

충분히 자고, 잘 자고, 잘 일어나야 하는 것은 알겠다. 아니, 그건 누구나 안다. 문제는 역시 방법이다. 어떻게 해야 3원칙을 지킬 수 있을까. 우리가 잠을 줄이는 이유는 대개 시간과의 싸움 탓이다. 할 일은 더럽게 많은데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엿 같은 세상……이라고 비난해 봤자 안 바뀌니까 최소한 잠만큼은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자. ‘나는 수면 부족으로 큰 사고도 일으키고 사회적 물의도 빚고 병을 앓으면서 괴롭게 죽는 게 꿈이야라고 하는 사람은 패스, 아니라면 다른 어떤 시간보다 수면 시간을 먼저 챙겨야 한다. 자는 시간을 확보하지 않으면 나머지는 솔직히 무용지물 같다. 번을 기억하자.

 

수면 시간이 확보되었다면 이제부터 숙면을 준비해야 한다. 일단 햇빛을 보자. 체내 시계는 하루 주기 리듬을 가지고 있지만, 24시간보다 약 12분 더 길다. 시간이 지날수록 오차는 누적되어 점점 더 벌어진다. 이때 망막에서 햇빛을 감지하면 체내 시계는 밀려난 시간을 수정해 바로잡는다.

 

다음은 잠들기 전 인공적인 빛을 피하는 것이다. 우리 몸은 밤이 되면 멜라토닌을 분비해 체내 시계에 잘 시간임을 알린다. 이 신호를 받은 체내 시계는 수면압을 올려 졸리게 만든다. 그러나 이 호르몬은 빛을 느끼면 분비가 억제된다. 흔히 사용하는 스마트폰, TV, 컴퓨터 모니터, LED 전등의 빛이 멜라토닌 분비를 방해하는 것이다. 특히 이 빛은 블루라이트라고 불리며 푸른 계열의 단파장으로 강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 망막까지 도달하기 쉽다고 한다. 그러므로 잠들기 전에는 최대한 피하는 게 상책이다.

 

그렇다고 마냥 나쁘진 않다. 이를 역이용하면 하루 주기 리듬을 정상화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위에서 말한 햇빛에도 블루라이트가 포함되어 있어 체내 시계가 초기화되고 잠이 깨는 것이다. 낮에 햇빛을 받기 어렵다면 강한 블루라이트를 쐬어 체내 리듬을 유지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심부 체온을 내리는 방법이다. 낮에 활동할 때는 심부 체온이 높고, 잘 때는 심부 체온이 낮아진다. 뇌에는 굵은 동맥이 있어 심부 체온과 똑같이 온도가 변한다. , ‘심부 체온과 뇌의 온도가 내려가면 졸음이 온다. 반대로 심부 체온과 뇌의 온도가 높은 상태이면 졸음이 잘 오지 않는다.(p.87)’ 하지만 심부 체온은 잘 낮아지지 않는다. 그래서 잠들기 전에 격한 운동을 하거나 입욕을 하고 나오면 기분은 개운할지 몰라도 잠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운동은 낮에 하거나 잠들기 2~3시간 전에 끝내는 것이 좋고(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참고), 입욕은 90분 전에 마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족욕 또한 좋은 방법이다. 손발이 따뜻해지면 피부 온도를 높여 열 방출이 잘 되게 해서 심부 체온이 낮아진다.

 

만약 냉증이 있어 양말을 신고 잔다면 주의해야 한다. 안 그래도 열이 잘 방출되지 않는 체질인데 양말을 몇 겹씩 신으면 더욱 열이 방출되지 않는 상태가 된다. 이런 사람은 족욕으로 발을 데워서 혈관을 열어 잘 방출되는 상태로 만든 다음 양말을 신지 않고 자는 편이 좋다. 자기 전에 이불 속을 데워놓아도 좋을 것이다.(p.170)’ 나도 밤이 되면 발이 얼음장 같다. 그래서 요 며칠간 자기 전에 발바닥을 주물러 따뜻하게 만들었더니 평소보다 빨리 잠드는 느낌이었다. 기상 후 정신이 맑아지는 시간도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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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침구류, 수면제, 수면장애 등의 다양한 정보가 있다. 나에게 그다지 해당 사항이 없어서 소개하지 않았다. 잠의 메커니즘이나 이론이 더 궁금하면 매슈 워커의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를 읽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시간은 없고 잠은 궁금하다 싶으면 이 책으로 대신해도 괜찮겠다.

 

우리 인생의 3분의 1은 잠이 차지한다. 너무 많이 차지하는 것 같은가? 여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아직도 미지의 영역이라 밝혀진 사실이 많지 않지만, 이미 밝혀진 영역만으로도 충분히 설명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이를 거슬렀을 때 건강이 나빠지는 것은 당연하다. 내일도, 모레도, 죽을 때까지 건강하려면 우선 숙면부터 이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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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rtkadbs 2021-10-04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슈워커 책을 인상깊게 보고 이 책도 눈여겨 보는 중에 도움이 되는 리뷰였습니다 감사합니다^^